돈이 너무 많아도…'찐 부자구청' 강남구의 행복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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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서울시 교부금 안 받아
일반회계 총액 1조2478억 중 지방세 수입이 48%
매해 “비상금 통장인 순세계잉여금 비대하다” 지적
부동산 경기따라 세수 출렁 … “사업 연속성 위해 필요”
강남구청이 지난 2월 말 공시한 2023 회계연도 강남구 예산 기준 재정공시에 따르면 올해 강남구의 일반회계 총액은 1조2478억원이다. 이 중에서 48.5%가 지방세를 거둔 금액이다. 통상 다른 구의 경우를 보면 정부와 서울시에서 받는 교부금과 보조금 등이 주요 수입원인데, 강남구에서는 교부금의 비중이 거의 없다. 특정 프로젝트를 지정하여 받는 보조금이 3607억원(28.9%) 있는 정도다. 이러한 지자체의 형편을 표현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가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다. 다른 구들의 재정자립도가 30%에 못 미치지만 강남구의 재정자립도는 60.37%에 달한다. 다만 우리나라는 중앙정부와 상급 지자체에서 기초지자체의 재정을 보조하여 평균적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부금(서울시 등 상급 지자체 지원)과 교부세(정부 지원)가 활용되는 것이다. 이런 효과를 반영하고 난 후에 따지는 재정자주도는 일반적으로 48.5% 수준이고 강남구는 62.1% 수준이다. 격차가 다소 좁혀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강남구의 순세계잉여금이 타 구 대비해서 큰 이유는 강남구가 지방세가 많이 걷힌다는 사정과 연결되어 있다. 지방세는 경기 수준에 따라 세수 규모가 크게 출렁인다. 강남구의 일반예산 규모는 2019년에야 1조원을 넘겼는데, 올해 1조2000억원대로 불어난 것은 부동산 경기 활황의 영향이 크다. 또 정부가 공시가율 현실화를 추진하면서 세금을 더 많이 거둘 수 있게 되어서다.
올해는 상황이 정반대다. 경기는 예전 같지 않고, 현 정부가 현실화율을 다시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하면서 세수가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 강남구는 최근 추경 과정에서 세수 예상액을 줄이는 감추경을 했다. 대신 앞서 비축해 놓은 순세계잉여금에서 일부 돈을 빼서 추경 소요자금을 맞출 계획이다.
강남구가 순세계잉여금을 많이 쌓아두는 이유는 이처럼 지방세의 규모가 수십%씩 출렁이는 일이 쉽게 발생할 수 있어서다. 사업의 연속성과 구민들의 기대치를 일관되게 유지하기 위한 완충장치가 필요하고 비상금 통장이 바로 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른 구에 비해서 이 부분을 크게 가져가는 것이다. 다만 순세계잉여금이 비대하다는 지적을 자주 받는다는 고민은 다른 기초지자체들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일반회계 총액 1조2478억 중 지방세 수입이 48%
매해 “비상금 통장인 순세계잉여금 비대하다” 지적
부동산 경기따라 세수 출렁 … “사업 연속성 위해 필요”
서울 '강남'이 주는 어감은 좀 특별하다. 지역 자체로 지위를 상징하기 때문일 것이다. 강남구청 홈페이지에서는 강남의 역사에 관하여 백제 시절 마한 연맹부터 설명하고 있지만, 수서리·일원·자양동(옛 광주군 대왕면), 압구정·청담·양재리(옛 광주군 언주면) 등 현재의 강남지역 지명의 유래는 대부분 조선시대 중후반기에 등장한다. 그래도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의 강남은 아니다. 자녀교육에 아낌없이 돈을 쓰는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우리가 아는 '그 강남구'의 등장(1975년)과 성장(1980~90년대)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강남구(江南區)의 면적은 39.55㎢로 서울 전체의 6.53%를 차지한다. 인구는 작년 말 기준 52만9102명이다. 남성이 47.83%, 여성이 52.17%다. 교육 1번지답게 동(洞)별로 세대당 인구 수가 꽤 차이가 난다. 가장 높은 곳은 어디일까. 역시 대치1동이다. 세대당 평균 3.3명이 거주한다. 반면 오피스텔 등이 밀집한 논현 1동에는 세대당 1.56명밖에 살지 않는다. 평균은 2.27명이다. 가장 인구가 많은 동은 세곡동(4만3208명)이고, 개포1동에는 6901명밖에 없는데 이는 개포주공아파트단지 재건축으로 인한 일시적인 전출이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교부금 안 받아도 ‘재정 튼튼’
앞서 [우리동네 회계장부]에서 서초구를 소개하면서 서초구는 강남구와 달리 재정 여력이 많지 않은데, 똑같이 '부자동네'로 묶여서 오히려 억울할 때가 있다는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렇다면 '찐' 부자동네 강남구는 어떨까. 강남구의 재정 여력이 유난히, 나홀로 좋은 것은 사실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시로부터 조정교부금을 받지 않는다. 재정 여력이 그만큼 좋아서 따로 보조받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조정교부금을 나누어주기 위해서 서울시와 각 구는 구별로 필요예산 대비 수입의 비중을 따지는데 이것이 100%를 넘는 구는 강남구뿐이다. 올해는 166%다. 각종 복지 등을 위하여 필요한 돈을 다 합한 것보다 강남구 수입이 60%만큼 넘친다는 얘기다.강남구청이 지난 2월 말 공시한 2023 회계연도 강남구 예산 기준 재정공시에 따르면 올해 강남구의 일반회계 총액은 1조2478억원이다. 이 중에서 48.5%가 지방세를 거둔 금액이다. 통상 다른 구의 경우를 보면 정부와 서울시에서 받는 교부금과 보조금 등이 주요 수입원인데, 강남구에서는 교부금의 비중이 거의 없다. 특정 프로젝트를 지정하여 받는 보조금이 3607억원(28.9%) 있는 정도다. 이러한 지자체의 형편을 표현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가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다. 다른 구들의 재정자립도가 30%에 못 미치지만 강남구의 재정자립도는 60.37%에 달한다. 다만 우리나라는 중앙정부와 상급 지자체에서 기초지자체의 재정을 보조하여 평균적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부금(서울시 등 상급 지자체 지원)과 교부세(정부 지원)가 활용되는 것이다. 이런 효과를 반영하고 난 후에 따지는 재정자주도는 일반적으로 48.5% 수준이고 강남구는 62.1% 수준이다. 격차가 다소 좁혀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로봇산업 등 ‘구청 사업’ 많은 까닭
지방세가 많이 걷히고 또 많이 남기 때문에, 강남구청장은 다른 구청장에 비해서 여유가 있고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다. 정부나 서울시에서 교부세 교부금 보조금을 받아 가서 재원을 삼는 경우에는 목적이 정해져 있는 경우도 많고, 필요한 것에 맞추어 빡빡하게 주기 때문에 자유롭게 다른 곳에 쓰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48%의 지방세를 가지고 강남구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강남 취·창업 허브센터를 꾸린다거나, 페스티벌을 추진한다거나, 웰에이징센터를 운영한다거나, 로봇산업 진흥을 구청 차원에서 시도하는 것 등이다. 구청장이 바뀔 때마다 굵직한 새 사업을 추진할 여지가 있다는 점은 구청장은 물론 구민들에게도 아무래도 플러스(+) 요인이다.해마다 지적받는 ‘순세계잉여금’
다만 강남구라 해서 나름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민의 원천은 '순세계잉여금'이다. 해마다 쓰지 않고 미래를 위해 비축해두는 비상금 통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강남구의회 등 구청 안팎에선 강남구의 순세계 잉여금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강남구의 순세계잉여금이 타 구 대비해서 큰 이유는 강남구가 지방세가 많이 걷힌다는 사정과 연결되어 있다. 지방세는 경기 수준에 따라 세수 규모가 크게 출렁인다. 강남구의 일반예산 규모는 2019년에야 1조원을 넘겼는데, 올해 1조2000억원대로 불어난 것은 부동산 경기 활황의 영향이 크다. 또 정부가 공시가율 현실화를 추진하면서 세금을 더 많이 거둘 수 있게 되어서다.
올해는 상황이 정반대다. 경기는 예전 같지 않고, 현 정부가 현실화율을 다시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하면서 세수가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 강남구는 최근 추경 과정에서 세수 예상액을 줄이는 감추경을 했다. 대신 앞서 비축해 놓은 순세계잉여금에서 일부 돈을 빼서 추경 소요자금을 맞출 계획이다.
강남구가 순세계잉여금을 많이 쌓아두는 이유는 이처럼 지방세의 규모가 수십%씩 출렁이는 일이 쉽게 발생할 수 있어서다. 사업의 연속성과 구민들의 기대치를 일관되게 유지하기 위한 완충장치가 필요하고 비상금 통장이 바로 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른 구에 비해서 이 부분을 크게 가져가는 것이다. 다만 순세계잉여금이 비대하다는 지적을 자주 받는다는 고민은 다른 기초지자체들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