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수요'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동
그동안 코스닥시장에 가려 잠잠하던 유가증권시장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이달 들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에코프로 형제주'를 중심으로 달궈졌던 코스닥시장의 빚투는 한풀 꺾인 모양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 규모는 가장 최근 치인 지난 7일 기준 10조4천640억원으로 집계돼 연중 최대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신용융자 잔고는 1일 10조1천260억원, 2일 10조2천490억원, 3일 10조3천160억원, 4일 10조3천830억원으로 점차 늘어나며 연일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자금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해 빚을 내서라도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유가증권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0조원을 넘어선 건 지난해 9월 23일(10조280억원)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이에 반해 그간 과열의 중심에 서 있던 코스닥시장의 빚투는 다소 진정됐다.

코스닥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7일 기준 9조8천81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8일 이후 7거래일 연속 10조원을 밑돌고 있다.

최근 코스닥시장의 빚투는 다소 진정되고 유가증권시장을 중심으로 잔고가 늘면서 두 시장을 합친 잔고는 지난 7일 기준 20조3천450억원으로 연중 최고치(4월 24일 기준 20조4천320억원)에 바짝 다가섰다.

통상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유가증권시장이 코스닥시장보다 많다.

그러나 올해는 이차전지 열풍에 상황이 정반대로 펼쳐졌다.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247540] 등 이차전지 종목을 중심으로 과열 양상이 나타나며 코스닥시장이 '빚투 열풍'의 진원지가 됐다.

실제 지난 3월 22일부터 7월 27일까지 약 넉 달간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유가증권시장을 제친 상태가 이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지난달 말 에코프로 형제주의 거침없던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면서 코스닥시장의 빚투 현상도 주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지난달 26일 장중 주가 급락을 시작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이후 임원들의 자사주 처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2분기 실적발표, 증권사들의 매수 의견 철회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여기에 코스닥지수가 7월 말∼8월 초 장중 950선을 돌파하고 종가 기준으로도 900을 훌쩍 넘어서며 가격 부담도 커졌다.

이런 여건 속에 빚투 수요가 유가증권시장으로 이동한 모습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그동안 코스닥시장은 대장주인 이차전지주를 중심으로 뜨거웠지만 유가증권시장은 그에 못 미쳤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가증권시장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싸 보일 것"으로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신용거래융자 잔고 증가가 강세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지금처럼 '포모'(FOMO·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익을 얻을 기회를 자신만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의한 맹목적인 추격 매수, 특정 테마에만 집중되는 빚투는 위험이 따른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