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에든버러]이반 피셔의 실험… 관객과 무대를 뒤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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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영국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의 어셔홀서
헝가리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연주
공연장 한복판이 푹신푹신한 빈백으로 가득
관객들이 연주자들 바로 옆에서 공연 즐겨
헝가리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연주
공연장 한복판이 푹신푹신한 빈백으로 가득
관객들이 연주자들 바로 옆에서 공연 즐겨
클래식 음악홀의 좌석들은 일사불란하다. 관객의 모든 눈과 귀가 악단과 연주자에게 집중되도록 정교하게 설계된다. 좌석들도 사람들의 시선을 절대 끌지 않겠다는 듯 대부분 무채색이다.
하지만 8일 영국 에든버러 어셔홀은 달랐다. 공연장 한복판이 푹신푹신한 빈백으로 가득찼다. 푹신하다 못해 온몸을 감싸안아줄 것 같은 의자들이 형형색색으로 깔렸다. 관객들은 편하게 눕듯이 빈백 의자에 앉았고, 그 사이사이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자리를 잡았다. 관객과 연주자 사이의 거리는 불과 한 뼘 정도였다.
연주자들의 복장도 파격적이었다. 익숙한 검은색 연주복 대신 청바지, 니트, 반팔티, 가디건 등의 차림입니다. 너무나 일상적인 옷들이어서 낯설어 하는 관객들도 눈에 띄었다. 관객과 오케스트라 단원이 한 데 섞이면서 무대와 객석도 하나가 됐다.
파격적 형식의 이번 음악회는 세계적 지휘 거장 이반 피셔(72)가 이끄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FO)의 ‘드보르작 인사이드 아웃’이었다. BFO는 1983년 이반 피셔가 직접 창단한 악단으로 글로벌 음반회사 도이체 그라모폰이 선정한 ‘세계 10대 오케스트라’에 오르기도 했다. 실험적인 성격에 이반 피셔와 악단의 스토리까지 더해지면서 공연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무대는 새로운 체험의 연속이었다. 관객들은 단원이 악기를 조율하는 모습과 실제 연주하는 모습을 말 그대로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었다. 활을 움직이는 첼리스트의 팔 근육부터 플루티스트의 마른 입술, 그들이 보고 있는 악보의 음표까지 관객 눈에 전부 다 보인다.
공연을 기획한 이반 피셔는 오른 손에는 지휘봉을, 왼쪽에는 마이크를 들고서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없애 관객에게 오케스트라 속으로, 나아가 음악 속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경험을 주기 위한 의도”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연주가 시작되자 오케스트라 사이에 둘러싸여진 관객들은 마치 공연의 일원이 된 듯 몰입한 모습을 보였다.
연주곡은 드보르자크가 1889년 작곡한 교향곡 제8번. 전반적으로 화사하고 목가적인 분위기지만 군데군데 극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곡이다. 이반 피셔는 단원들의 연주를 지속적으로 끊고 곡에 대한 본인만의 해설을 덧붙였다. ‘슬프지만 에너지를 품은 느낌으로’ ‘젊은 영혼을 가진 늙은이의 감성을 담아’ 등의 해석이 덧붙여져 드보르작이 구현하고자 했던 보헤미아의 아름다운 색채가 완성됐다. 무대는 클래식 음악의 미래를 고민하는 도전이었다. 이반 피셔의 파격적인 실험은 클래식 음악의 감동과 품격이 꼭 엄숙한 형식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 이날 관객들은 불편하고 긴장한 자세가 아니었지만 진심으로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유럽의 클래식 관객은 중노년층이 대부분이지만 이날 공연에는 젊은 관객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반 피셔는 공연 전에 진행한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총감독 니콜라 베네데티와의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케스트라는 살아 남기 위해 바뀌어야 합니다. 몇백년 전 곡을 반복해서 연주하는 걸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관객을 위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개발하길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클래식과 오케스트라는 지금보다 훨씬 더 유연해져야 해요.” 에든버러=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하지만 8일 영국 에든버러 어셔홀은 달랐다. 공연장 한복판이 푹신푹신한 빈백으로 가득찼다. 푹신하다 못해 온몸을 감싸안아줄 것 같은 의자들이 형형색색으로 깔렸다. 관객들은 편하게 눕듯이 빈백 의자에 앉았고, 그 사이사이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자리를 잡았다. 관객과 연주자 사이의 거리는 불과 한 뼘 정도였다.
연주자들의 복장도 파격적이었다. 익숙한 검은색 연주복 대신 청바지, 니트, 반팔티, 가디건 등의 차림입니다. 너무나 일상적인 옷들이어서 낯설어 하는 관객들도 눈에 띄었다. 관객과 오케스트라 단원이 한 데 섞이면서 무대와 객석도 하나가 됐다.
파격적 형식의 이번 음악회는 세계적 지휘 거장 이반 피셔(72)가 이끄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FO)의 ‘드보르작 인사이드 아웃’이었다. BFO는 1983년 이반 피셔가 직접 창단한 악단으로 글로벌 음반회사 도이체 그라모폰이 선정한 ‘세계 10대 오케스트라’에 오르기도 했다. 실험적인 성격에 이반 피셔와 악단의 스토리까지 더해지면서 공연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무대는 새로운 체험의 연속이었다. 관객들은 단원이 악기를 조율하는 모습과 실제 연주하는 모습을 말 그대로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었다. 활을 움직이는 첼리스트의 팔 근육부터 플루티스트의 마른 입술, 그들이 보고 있는 악보의 음표까지 관객 눈에 전부 다 보인다.
공연을 기획한 이반 피셔는 오른 손에는 지휘봉을, 왼쪽에는 마이크를 들고서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없애 관객에게 오케스트라 속으로, 나아가 음악 속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경험을 주기 위한 의도”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연주가 시작되자 오케스트라 사이에 둘러싸여진 관객들은 마치 공연의 일원이 된 듯 몰입한 모습을 보였다.
연주곡은 드보르자크가 1889년 작곡한 교향곡 제8번. 전반적으로 화사하고 목가적인 분위기지만 군데군데 극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곡이다. 이반 피셔는 단원들의 연주를 지속적으로 끊고 곡에 대한 본인만의 해설을 덧붙였다. ‘슬프지만 에너지를 품은 느낌으로’ ‘젊은 영혼을 가진 늙은이의 감성을 담아’ 등의 해석이 덧붙여져 드보르작이 구현하고자 했던 보헤미아의 아름다운 색채가 완성됐다. 무대는 클래식 음악의 미래를 고민하는 도전이었다. 이반 피셔의 파격적인 실험은 클래식 음악의 감동과 품격이 꼭 엄숙한 형식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 이날 관객들은 불편하고 긴장한 자세가 아니었지만 진심으로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유럽의 클래식 관객은 중노년층이 대부분이지만 이날 공연에는 젊은 관객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반 피셔는 공연 전에 진행한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총감독 니콜라 베네데티와의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케스트라는 살아 남기 위해 바뀌어야 합니다. 몇백년 전 곡을 반복해서 연주하는 걸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관객을 위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개발하길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클래식과 오케스트라는 지금보다 훨씬 더 유연해져야 해요.” 에든버러=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