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KCGI 대표  /사진=강은구 기자
강성부 KCGI 대표 /사진=강은구 기자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을 상대로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강성부 펀드’가 공모펀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1월 인수한 메리츠자산운용의 간판을 KCGI자산운용으로 바꿔달고 행동주의 DNA를 본격적으로 이식할 계획이다.

강성부 KCGI 대표(사진)는 9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그동안 KCGI가 행동주의 전략을 통해 높은 수익을 거뒀지만 사모펀드(PEF) 형태로만 투자할 수 있어서 소액 투자자들은 접근이 어려웠다”며 “KCGI자산운용의 공모펀드를 통해 개인의 자산증식에 기여하고, 자금조달 창구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존 리 전 대표가 지난해 차명 투자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한 후 KCGI에 인수됐다. 이달말 종로구 북촌에서 여의도 IFC 건물로 이전해 KCGI에 완전히 합류한다. 여의도 ‘채권통’으로 알려진 김병철 전 신한투자증권 사장이 KCGI자산운용 대표를 맡는다. 강 대표는 “신한투자증권 시절 선후배로 10년 넘게 동고동락한 사이”라며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을 아우르는 전문가를 삼고초려 끝에 모셨다”고 소개했다.

강 대표는 KCGI자산운용의 경영을 김 대표에 위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행동주의를 포함한 KCGI의 투자철학은 공유한다. 그는 “KB자산운용이 과거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 주주서한을 보내는 둥의 움직임을 보였지만 행동주의라고 하기엔 미약했다”며 “초과수익을 내기 위해 더 적극적인 전략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과 에스엠 경영권 분쟁으로 국내에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지만 해외와 비교해선 아직 초기 단계라는 게 강 대표의 생각이다. 강 대표는 “그동안 투자자들은 주주의 당연한 권리를 주장도 못하고 당하기만 했다”며 “이제야 권리를 소극적으로 주장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증시도 아베 전 총리 시절 지배구조개선과 주주권한을 확대한 뒤 고질적인 디스카운트(저평가)에서 벗어나 급등했다”며 “한국 주식시장은 부동산 등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저평가돼 있으며 크게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단기수익을 위해 기업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선을 그었다. 강 대표는 “그동안 재벌 오너들이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주주의 이익을 훼손한 까닭은 과도한 상속세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며 “규제를 완화하면 기업인은 경영에만 더욱 힘쓰게 되고 주주의 권익도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