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도 배터리 소재…포스코만큼 달릴까? [안재광의 대기만성'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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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도 배터리 소재…포스코만큼 달릴까? [안재광의 대기만성's]](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01.34188847.1.png)
![고려아연도 배터리 소재…포스코만큼 달릴까? [안재광의 대기만성's]](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01.34188849.1.png)
고려아연 어떤 회산지 알아보기 이전에 우선 이 회사가 배터리 어떤 사업을 하겠다는 것인지부터 살펴 보겠습니다. 우리가 궁금한 게 이것 이니까요. 크게 세 가지가 있어요. 우선 동박인데요. 이미 울산에 공장 다 지어놨고, 동박 구매할 기업들이 시험해 보고 있는 단계입니다. 올 10월 정도면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해요. 매출이 당장 올해 말부터 나온다는 얘기죠.
![고려아연도 배터리 소재…포스코만큼 달릴까? [안재광의 대기만성's]](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01.34188850.1.png)
동박은 어떻게 만들까요. 동이 구리잖아요. 구리를 정말정말 얇고 넓게 펴서 만들어요. 집에서 쓰는 쿠킹호일 떠올리면 이해가 편합니다. 물론 쿠킹호일보다 훨씬 얇고 넓습니다. 동박 시장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커지면 같이 크는데요. 세계적으로 시장 규모가 2020년 13.5만톤 밖에 안 됐는데, 올해는 48만톤을 넘길 전망이고. 2025년이면 75만톤에 육박할 것이란 예측이 나옵니다.
![고려아연도 배터리 소재…포스코만큼 달릴까? [안재광의 대기만성's]](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01.34188851.1.png)
고려아연 동박 공장은 1년에 1만3000톤 정도 생산할수 있다고 해요. 이건 시작에 불과하고요, 5년 안에 10만톤으로 늘리겠다고 합니다. 10만톤 감이 잘 안 오시죠. 1위 SK넥실리스가 작년에 5만톤쯤 생산했거든요. 10만톤 진짜 하면 SK넥실리스 잡는거죠. 물론 다른 회사들도 공장을 팍팍 늘리고 있어서 실제로 1위는 힘들고요. 그래도 세계적으로 봐도 꽤 규모있게 하는 회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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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도 배터리 소재…포스코만큼 달릴까? [안재광의 대기만성's]](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01.34188857.1.png)
이렇게 들으면, 계획은 그럴듯 하네. 그런데, 고려아연이 배터리 소재 사업을 정말 잘 할수 있겠냐 하는 의문이 당연히 듭니다. 포스코, 에코프로 같은 쟁쟁한 회사들이 이미 버티고 있고, 또 중국 회사들 실력도 만만치 않거든요. 그런데, 고려아연의 기존 사업을 보면 '해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기도 해요. 고려아연 사업을 한번 볼까요.
회사 이름 처럼 아연을 주된 사업으로 합니다. 아연은 철이 녹슬지 말라고 표면에 도금할 때 주로 써요. 건설용으로 쓰이는 철강 제품, 아니면 자동차 껍데기 같은거 만들 때 아연이 많이 들어 갑니다. 고려아연은 아연 시장 글로벌 1등 회삽니다. 철 분야에 포스코가 있다면, 철 이외의 비철금속 분야에선 고려아연이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실적을 보면 생각보다 어마어마 합니다. 작년에 매출 약 11조원, 영업이익 9000억원을 넘겼어요. 여러분이 그렇게 좋아하시는 에코프로가 작년에 매출 얼마 했나 봤더니 매출이 5조6000억원. 고려아연이 두 배 많죠. 영업이익도 50%나 더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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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회사 대단한 게 1974년 설립됐으니까 꼭 50년이 됐거든요. 근데 정말 아연 제련 분야 한 길만 걸었어요. 그렇게 하면서도 착실하게 매출, 이익을 정말 꾸준하게 늘린게 인상적이네요. 근데, 이런 '범생이' 같은 회사가 배터리 좀 뜬다고 트렌디하게 배터리 하냐. 혹시 늦바람 들었나? 그건 아니고요. 이 회사가 하는 사업과 배터리 소재가 엄청나게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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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동박을 만드는 과정도 아연 제련할 때와 비슷해요. 동박은 구리를 황산에 녹여서 전기분해 한 뒤에 회전하는 티타늄 드럼 표면에 얇게 코팅하는 과정을 거치는데요. 이 과정이 아연 제련 공정과 비슷하다고 하죠. 아연 용액을 전기분해 하면 알루미늄 음극판에 아연이 죽 달라 붙게 되는데, 이 원리를 동박에 적용하 수 있다는 얘깁니다.
동박은 그렇고.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는 어떨까요. 아까 LG화학과 양극재 전 단계인 전구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했는데요. 이 전구체에 들어가는 것 중 하나가 황산니켈입니다. 그리고 이 황산니켈을 LG화학과 합작사를 세운다는 고려아연의 자회사 켐코가 생산하고 있어요. 켐코는 국내 유일의 황산니켈 생산 기업인데, 연간 생산 가능한 규모가 4만톤쯤 된다고 해요. 여기 설비를 더 늘려서 10만톤 까지는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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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폐배터리 사업도 연관성이 크죠. 아까 고려아연이 인수했다는 미국 회사 이그니오는 폐 스마트폰 회수는 잘 하지만, 그 부품들을 녹여서 금, 은, 동 같은 금속을 뽑아내는 노하우는 갖고 있지 못해요. 반면에 고려아연은 이 분야에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 있잖아요. 고려아연이 걱정하는 것은 폐 배터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 하는 것이지, 뽑아내는 건 전혀 걱정이 없어요. 배터리만 있으면 얼마든 비금속 분야 메탈은 확보하는 게 가능합니다.
아, 또 하나가 있네요. 이 모든걸 한국과 미국에서 한다는 것. 공장이 한국과 미국에 있으면 엄청 좋은게 있죠. 바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혜택을 받게 됩니다. 전기차 한 대당 세액공제액이 7500달러, 1000만원에 달해요. 동박, 전구체 같은 것은 이 법에 따르면 광물로 들어가는데요. 미국이나 한국에서 일정 규모 이상 생산 시설을 갖고 있어야 7500달러 받을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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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렇게 보면 고려아연이 배터리 사업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문제가 하나 있어요. 요즘 본업이 안 좋다는 거죠. 고려아연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아연과 연인데요. 절반도 넘어요. 이 사업이 거의 최악이에요. 특히 아연이 안 좋죠.
아연 팔아 돈 많이 남길려면 우선 국제 아연 시세가 높아야 하는데요. 근데 아연 가격이 엄청 떨어졌어요. 기준이되는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아연 가격이 톤당 한 때 4500달러 넘었는데, 지금은 거의 반토막 나서 2500달러 안팎 합니다. 아연을 중국에서 가장 많이 사가는데, 중국 경제가 생각보다 안 좋아서 아연 가격이 힘을 못 받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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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만 보면 장씨 일가 쪽이 훨씬 더 많은데, 이사회는 현재 최윤범 회장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장씨 쪽에서 맘에 안 들면 이사회를 뒤엎어야 하는데, 그럼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해야 하고. 좀 복잡해져요. 최윤범 회장이 지분이 뒤쳐지니까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다른데 넘겼어요. 전구체 사업 같이 하기로 한 LG화학, 니켈 사업을 함께 추진중인 트라피구라, 그리고 수소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한 한화 같은 회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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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처럼 오래됐고, 지배구조도 복잡하고, 사업이 소비재가 아닌 B2B(기업간) 사업인 회사들은 대체로 굉장히 보수적인데요. 고려아연은 이유는 어찌 되었든 대단히 과감하게 배터리 사업에 투자해서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비철금속 회사들 주가가 요즘 그렇게까지 좋진 않는데, 고려아연은 실적 꺾이는 것 감안하면 대단히 선방하고 있고요. 물론, 배터리 사업이 점점 가시화 될 수록 주가나 실적에는 훨씬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죠.
고려아연이 부디 제 2의 포스코가 되어서 한국 배터리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길 기원합니다. 아연 외길 50년 갔던 고려아연, 배터리로 새로운 50년 쓸 지 눈여겨 보겠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