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조사본부가 해병대 조사결과 재검토…'수정·삭제' 가능성
신범철 차관 "'사단장 빼라' 문자 보낸 적 없고 억울하다"
채상병 사건서 '해병대는 손떼라'…직할 수사기관에 넘긴 국방부
국방부가 경찰 이첩을 보류한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고의 해병대 조사결과를 직접 재검토하기로 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 재검토가 입맛에 맞는 결론을 내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9일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국방부 장관은 고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오늘부로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고 법령에 따라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조사본부는 군내 범죄 수사와 예방 업무를 담당하는 국방부 직할의 최고위 수사기관이다.

국방부는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결과에 대해 법적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그동안 검토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결과에는 관련자들의 과실이 나열돼 있으나, 과실과 사망 간에 직접적이고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어 범죄 혐의 인정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중대한 군기 위반행위로 수사단장이 보직해임된 해병대 수사단이 사망사건 및 이첩업무 처리를 계속하기에는 제한 사항이 있다"면서 조사본부에 재검토를 맡긴 배경을 설명했다.

국방부는 경찰에 이첩하기 전 혐의 적시가 타당한지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지, 사고 경위 자체를 다시 조사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해병대 수사단이 끝낸 초동조사 결과의 경찰 이첩을 막았던 만큼 재검토 과정을 통해 내용이 수정되거나 삭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앞서 국방부는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지휘관들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가 적시된 것을 이유로 이미 민간경찰에 제출된 해병대 수사단 보고서를 회수 조치했다.

국방부는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조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넘기지 말라는 지시를 어기고 사건을 이첩했다는 이유로 그를 보직해임하고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채상병 사건서 '해병대는 손떼라'…직할 수사기관에 넘긴 국방부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사망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함에 따라 경찰 수사는 또다시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2021년 공군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둘러싼 군사경찰의 은폐·축소 이후 개정된 군사법원법은 범죄 혐의점이 있는 군내 사망 사건은 민간경찰이 수사하도록 했다.

군사경찰인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검토해 내놓을 결과물 역시 향후 경찰 수사의 참고자료 성격에 그치게 된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로 국방부는 조사 결과를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을 키우는 것과 더불어 조속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원하는 유족의 바람도 저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자신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혐의자에서) 사단장은 빼라"고 지시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신 차관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통신사에서 제 휴대전화의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통화내역을 떼봤다.

해병대 사령관에게 문자를 보낸 적이 전혀 없다"며 "제가 아무리 공직자여도 명예라는 게 있다.

억울하고 답답하다"고 밝혔다.

그는 채 상병 사망에 책임지는 지휘관은 없고 정작 수사책임자인 해병대 수사단장만 징계받는 상황이 적절하냐는 질문에는 "제가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