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유엔인권이사회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를 비판하는 진정서를 내기로 했다. 유엔 산하 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를 부정하면서 유엔인권이사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행위가 모순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 7명은 9일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저지를 위한 진정서에 서명했다. 우원식 후쿠시마 총괄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믿고 국민과 바다의 안전을 맡길 수 없는 긴박한 상황까지 왔다”며 “인권이사회 진정을 통해 국제사회 여론을 조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한결같이 일본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다”며 정부에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반대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진정단 활동을 통해 서명자를 최대한 확보한 뒤 유엔에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일본이 처리수 방류를 두고 과학적 기준과 국제적 인권 협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진정서에는 IAEA 보고서와 관련해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검증 미비 △엄격한 방사능 위험 평가 미실시 △방사성 환경영향평가 부족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우 상임위원장은 “대한민국과 일본은 국제인권규약과 자유권선택의정서의 주요 체결 당사국이기 때문에 유엔인권이사회 권고 결의 시 준수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진정서를 내면 유엔 진정실무그룹이 일본 정부에 해명을 요청하고 심의에 들어간다. 이후 인권침해 여지가 있다는 결론이 나면 상황실무그룹에서 세부적인 현안 검토에 나선다. 상황실무그룹이 진정서를 인권이사회로 넘기면 유엔 공식안건으로 채택돼 논의를 이어간다.

하지만 민주당의 진정서가 유엔 공식안건이 될 확률은 희박하다. 진정서 심사 과정에 참여하는 여러 국가의 정치적 합의를 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2007년 진정 절차가 마련되고 진정서가 유엔 공식 안건으로 채택된 사례는 네 건에 불과하다. 한 정치평론가는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에 침묵하면서 처리수 문제를 두고 인권을 논하는 것은 민주당의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