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수발전소 건설 더 필요하다
지리산 중산리 계곡에는 국내에서 세 번째로 큰 산청양수발전소가 23년째 운영되고 있다. 양수(揚水)발전소는 낮은 곳의 하부댐에 있는 물을 전기 요금이 싼 시간대를 활용해 모터로 상부댐으로 퍼 올렸다가 이 물을 다시 아래로 내려보내 전기를 생산하는 천연 대용량 에너지 저장 장치다.

정부는 2017년 12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 양수 필요성을 처음으로 언급한 이후 2019년 6월 영동, 홍천, 포천 3곳에 총 1.8GW의 신규 양수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확정했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전국적으로 잠재적 후보지역 10여 곳 중 주민 찬성률이 가장 높은 3~4곳을 더 선정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자율 유치 공모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양수발전소의 역할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100여 년 전부터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는 토목 기술의 발달로 스위스 같은 산악 국가는 물론 아랍에미리트(UAE) 같은 사막 지역에도 짓고 있다. 일본도 전체 발전 설비용량의 약 9%인 27.5GW(한국은 약 3.5%, 4.7GW)에 달하는 양수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신재생 설비 확대라는 흐름 속에서 백업 설비인 양수발전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급격하게 늘어난 태양광 등 신재생 발전과 관련해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이 생기고 있다. 제주도와 호남지역의 과잉 생산 전력 때문에 태양광 전기보다 훨씬 저렴한 기존 발전소의 전기 생산을 억제하고 심지어 가장 저렴한 발전원인 원자력발전소까지 출력을 제한하는 조치가 내려지고 있다.

산청양수발전소도 한낮의 태양광 전기를 사용(에너지 저장)하기 위해 과거보다 양수 펌핑 횟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전체 양수발전소를 보면 과거 5년 전보다 주간 시간대 양수 펌핑 횟수가 약 2.5배 증가해 직원들이 시도 때도 없이 땀을 흘리고 있다. 양수발전소는 신재생 설비의 공급 과잉에 대응해 전기를 대용량으로 장기간 저장하고, 전압과 주파수를 정해진 기준에 미세하게 맞춰가는 계통운영 보조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광역정전(블랙아웃)이 발생하면 전기를 만들어내 다른 발전소에 공급해 주는 시송전(始送電) 발전소 임무를 담당하는 등 변동성 대응 설비로서 중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경제적 파급 효과도 탁월하다. 2018년 경주대에서 수행한 양수발전소 건설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7년의 건설 기간 동안 연평균 2000억원 내외의 생산유발효과, 400억원 내외의 소득유발효과, 1000명 이상의 고용유발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역할과 가치를 인정해 줘야 민간자본 등의 투자 결정 때 올바른 시그널을 줄 수 있을 터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 7월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이 공동 주최한 ‘분산에너지 시대 양수발전 역할 확충 방안 세미나’에서 “양수발전은 전력 수급에 기여하는 만큼 전력시장에서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양수발전 관련 정책에 대한 완전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진단한 대목을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