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고강도 경영쇄신에 나선 일동제약이 신약 개발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업구조를 개편한다. 연구개발(R&D)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혁신 신약개발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하면서다. 기존 제약사는 실적 부담을 덜고, 신설되는 R&D 전담회사는 투자 유치 등을 원활히 할 수 있게 돼 시너지를 낼 것이란 평가다.

○R&D사업부 떼내 자회사 신설

일동제약, R&D부문 분사…신약 개발 승부수
일동제약은 9일 이사회에서 신약 R&D 전담 자회사 유노비아(가칭)를 신설하는 기업 분할 안건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R&D 부문을 떼내 세워질 유노비아는 일동제약이 지분 100%를 보유하는 자회사로 11월 1일 출범한다.

자회사 신설 후 일동제약은 의약품과 의약품 원료, 건강보조·특수영양식품 제조와 판매 등을 전담한다. 전통적 제약사와 신약 개발을 위한 R&D사업부가 분리 운영되는 것이다.

이런 개편은 지난 5월 일동제약의 고강도 경영 쇄신 선언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당시 최성구 일동제약 사장은 “복제약이나 개량신약을 만들어 파는 전통 제약사와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바이오기업이 공존하고 있다”며 사업 구조상 어려움을 토로했다.

매출과 실적 중심으로 평가받는 제약사와 R&D 후보물질의 시장 잠재력을 중심으로 투자받는 바이오기업의 모델이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다 보니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취지다.

○제약사+바이오사 ‘불편한 동거’ 마침표

R&D 기반이 튼튼한 바이오기업의 적자는 ‘착한 적자’로까지 평가받는다. 미래를 위한 투자에 집중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매출 구조가 탄탄한 제약사가 적자를 내면 자본시장에선 ‘위험 신호’로만 인식한다.

R&D 투자에 집중해온 일동제약은 이런 ‘착한 적자’가 단순 실적으로만 평가받는 데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국내 제약사 중 유일하게 매출의 20%를 R&D에 쏟아부었다. 신약 개발 중심 기업으로 체질 전환이 절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동제약 매출 6377억원 중 R&D 투자비용은 1251억원에 이른다. 2020년 이후 3년간 신약 개발 R&D에만 3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이 기간 영업적자는 계속 불어났다. 2021년 555억원 영업적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엔 적자가 735억원으로 늘었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이어졌다. 경영 쇄신 등을 위한 명예퇴직금 지출 등이 더해지면서 올해 상반기 매출은 2994억원, 영업적자는 324억원이다.

○“흑자 전환 속도 높일 것”

이번 기업 분할로 일동제약은 대규모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R&D사업부의 경영 구조가 단순해지면 신약 개발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외부 기업과의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이나 투자 파트너 확보 등도 쉬워질 것이란 평가다.

일동제약은 2형 당뇨병, 소화성 궤양, 파킨슨병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R&D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를 받으려고 해도 다른 목적사업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잘 성사되지 않았다”며 “신설법인을 통해 1000억원 넘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자본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용 부담이 큰 R&D사업부를 떼어내면 매출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일동제약은 안정적 재무구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영 쇄신 작업에 더해 흑자 전환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신설 자회사의 신약 개발 및 기술 이전 등 성과에 따라 모회사인 일동제약도 수익을 공유하게 된다”며 “추후 배당 정책 등 주주 가치 실현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했다. 신약 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다른 국내 제약사로 이런 경영 모델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