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에선 '돈' 얼마 필요할까 … 재치만점 상상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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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신한 29초영화제
한경·신한금융그룹 공동주최
985편 중 12편 수상작 선정
일반부 대상 주현웅 감독
"시간은 돈이다"란 속담 재해석
청소년부 대상 홍서연 감독
미스터리한 전개 속 반전 감동
한경·신한금융그룹 공동주최
985편 중 12편 수상작 선정
일반부 대상 주현웅 감독
"시간은 돈이다"란 속담 재해석
청소년부 대상 홍서연 감독
미스터리한 전개 속 반전 감동
“저승에서도 이게 좀 먹힙니까?”
저승의 ‘환생 심사방’. 심사원의 건너편 의자에 앉은 한 청년이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돈을 뜻하는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이며 묻는다.
심사원은 답한다. “있으면 좋죠. 환생에도 옵션이 다양하니까요.” 청년의 자료를 들여다보던 그는 말을 이어간다. “시간을 너무 낭비하셨네. 시간이 얼마나 비싼지 아세요?”
심사원의 얘기를 듣던 청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무슨 소리예요. 제 통장에 ‘0’이 몇 개인데. 선생님, 방법은 없을까요.” “다음 생은 매미로 태어나서 잘 살아보라”는 심사원의 판결에 “매미 같은 소리 하고 있다”며 화를 벌컥 내고 일어나던 청년은 매미로 변해 날아간다.
주현웅 감독이 ‘제9회 신한 29초영화제’에 출품한 ‘시간은 돈이다’라는 제목의 영상 내용이다. 이 작품은 9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일반부 대상을 차지했다. 주 감독은 시상식 직후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제 주제인 ‘영화 같은 돈 이야기’ 자체를 창의적으로 접근하려고 했고, 작품과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 전통설화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지금 제 인생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작품 속에 녹였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는 신한금융그룹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9초영화제사무국이 주관했다. 올해로 9회를 맞은 신한 29초영화제의 주제는 ‘영화 같은 돈 이야기’였다. 소소한 일상은 물론 저승세계처럼 환상적인 이야기까지 돈에 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29초의 짧은 영상에 영화처럼 극적으로 담아낸 작품들이 대거 출품됐다. 공모는 지난 4월 10일부터 5월 31일까지 이뤄졌다. 일반부 740편, 청소년부 137편, 홍보·NG·메이킹필름 108편 등 총 985편의 작품이 응모했다. 이 가운데 일반부 7편, 청소년부 5편 등 모두 12편이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청소년부 대상은 홍서연 감독의 ‘장르는 이쪽입니다’가 받았다. 교실에서 휴대폰으로 통장 잔액 0원을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는 보경. 무심코 가방을 뒤지다가 의문의 봉투를 발견한다. 그 안에 5만원짜리 지폐 몇 장이 들어 있는 것을 본다. ‘비상금 숨겨두고 까먹었나. 설마 누군가 나를 도둑으로 몰겠다는 수작질? 아니면 범죄조직의 뒷돈? 괜히 건드렸다 큰일 나는 거 아냐?’ 봉투와 돈의 정체를 두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보경은 한 5만원권에서 엄마가 적어 놓은 메모를 발견한다. ‘딸~서프라이즈~요즘 용돈 부족하지? 맛있는 거 사먹고 열심히 해~ 파이팅~.’ 보경은 “아이 참~. 엄마는 이런 봉투에 돈을 줬어”라며 투덜거리면서도 함박웃음을 짓는다. 화면엔 ‘장르는 미스터리 쪽입니다’라는 자막이 잠시 떴다가 ‘미스터리’라는 단어가 곧 ‘감동’으로 바뀐다. 시나리오 작성부터 기획, 편집까지 혼자서 해낸 홍 감독은 “짧은 시간 안에 영화의 재미와 감동을 모두 전하기 위해 장르의 개념을 끌어들였다”며 “흔쾌히 출연해주고 열연해준 같은 반 친구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일반부 최우수상을 받은 이영민 감독의 ‘천원짜리 고백’도 영화 같은 스토리 구성과 화면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우연히 엄마의 책을 들춰보다가 책갈피에 끼여 있던 1000원짜리 구권을 발견하게 되는 딸, “엄마, 이 돈 뭐야?” 그 1000원에는 엄마의 특별한 첫사랑의 추억이 담겨 있었다. 서울에서 온 한 남학생은 1000원이 들어 있는 책을 선물하며 다음과 같은 메모를 남긴다. ‘1000원을 핑계로 찾아올게요. 이렇게 초라할 수 있나 싶지만 고백이라면 고백이에요.’ “금액적으로 1000원이 작은 돈일 수 있겠지만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마음에는 한도가 없다”는 감독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날 시상식엔 이번 영화제에 출품한 감독들과 이들의 가족, 친구 등 600여 명이 참석했다. 시상은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사장 등이 맡았다. ‘찬란한 하루’ ‘사랑인가봐’ ‘선물’ 등의 히트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듀오 ‘멜로망스’가 축하 공연을 펼쳐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일반부 대상 1300만원을 포함해 총 3300만원의 상금과 상패가 수상자들에게 수여됐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저승의 ‘환생 심사방’. 심사원의 건너편 의자에 앉은 한 청년이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돈을 뜻하는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이며 묻는다.
심사원은 답한다. “있으면 좋죠. 환생에도 옵션이 다양하니까요.” 청년의 자료를 들여다보던 그는 말을 이어간다. “시간을 너무 낭비하셨네. 시간이 얼마나 비싼지 아세요?”
심사원의 얘기를 듣던 청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무슨 소리예요. 제 통장에 ‘0’이 몇 개인데. 선생님, 방법은 없을까요.” “다음 생은 매미로 태어나서 잘 살아보라”는 심사원의 판결에 “매미 같은 소리 하고 있다”며 화를 벌컥 내고 일어나던 청년은 매미로 변해 날아간다.
주현웅 감독이 ‘제9회 신한 29초영화제’에 출품한 ‘시간은 돈이다’라는 제목의 영상 내용이다. 이 작품은 9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일반부 대상을 차지했다. 주 감독은 시상식 직후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제 주제인 ‘영화 같은 돈 이야기’ 자체를 창의적으로 접근하려고 했고, 작품과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 전통설화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지금 제 인생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작품 속에 녹였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는 신한금융그룹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9초영화제사무국이 주관했다. 올해로 9회를 맞은 신한 29초영화제의 주제는 ‘영화 같은 돈 이야기’였다. 소소한 일상은 물론 저승세계처럼 환상적인 이야기까지 돈에 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29초의 짧은 영상에 영화처럼 극적으로 담아낸 작품들이 대거 출품됐다. 공모는 지난 4월 10일부터 5월 31일까지 이뤄졌다. 일반부 740편, 청소년부 137편, 홍보·NG·메이킹필름 108편 등 총 985편의 작품이 응모했다. 이 가운데 일반부 7편, 청소년부 5편 등 모두 12편이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청소년부 대상은 홍서연 감독의 ‘장르는 이쪽입니다’가 받았다. 교실에서 휴대폰으로 통장 잔액 0원을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는 보경. 무심코 가방을 뒤지다가 의문의 봉투를 발견한다. 그 안에 5만원짜리 지폐 몇 장이 들어 있는 것을 본다. ‘비상금 숨겨두고 까먹었나. 설마 누군가 나를 도둑으로 몰겠다는 수작질? 아니면 범죄조직의 뒷돈? 괜히 건드렸다 큰일 나는 거 아냐?’ 봉투와 돈의 정체를 두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보경은 한 5만원권에서 엄마가 적어 놓은 메모를 발견한다. ‘딸~서프라이즈~요즘 용돈 부족하지? 맛있는 거 사먹고 열심히 해~ 파이팅~.’ 보경은 “아이 참~. 엄마는 이런 봉투에 돈을 줬어”라며 투덜거리면서도 함박웃음을 짓는다. 화면엔 ‘장르는 미스터리 쪽입니다’라는 자막이 잠시 떴다가 ‘미스터리’라는 단어가 곧 ‘감동’으로 바뀐다. 시나리오 작성부터 기획, 편집까지 혼자서 해낸 홍 감독은 “짧은 시간 안에 영화의 재미와 감동을 모두 전하기 위해 장르의 개념을 끌어들였다”며 “흔쾌히 출연해주고 열연해준 같은 반 친구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일반부 최우수상을 받은 이영민 감독의 ‘천원짜리 고백’도 영화 같은 스토리 구성과 화면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우연히 엄마의 책을 들춰보다가 책갈피에 끼여 있던 1000원짜리 구권을 발견하게 되는 딸, “엄마, 이 돈 뭐야?” 그 1000원에는 엄마의 특별한 첫사랑의 추억이 담겨 있었다. 서울에서 온 한 남학생은 1000원이 들어 있는 책을 선물하며 다음과 같은 메모를 남긴다. ‘1000원을 핑계로 찾아올게요. 이렇게 초라할 수 있나 싶지만 고백이라면 고백이에요.’ “금액적으로 1000원이 작은 돈일 수 있겠지만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마음에는 한도가 없다”는 감독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날 시상식엔 이번 영화제에 출품한 감독들과 이들의 가족, 친구 등 600여 명이 참석했다. 시상은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사장 등이 맡았다. ‘찬란한 하루’ ‘사랑인가봐’ ‘선물’ 등의 히트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듀오 ‘멜로망스’가 축하 공연을 펼쳐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일반부 대상 1300만원을 포함해 총 3300만원의 상금과 상패가 수상자들에게 수여됐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