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다꾸' 플랫폼 아니다"…젤리크루가 IP로 돈 버는법 [그래서 투자했다]
한경 긱스(Geeks)가 [그래서 투자했다] 코너를 새롭게 선보입니다. 벤처캐피털(VC)이나 액셀러레이터의 투자심사역이 발굴한 스타트업과 투자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경상현 더웰스인베스트먼트 팀장이 '젤리크루' 운영사 핸드허그에 투자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핸드허그는 지식재산권(IP) 콘텐츠 수익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그 바탕에는 세 가지 사업이 있다. (1) 뉴미디어 IP 수익화 솔루션 플랫폼 젤리크루 (2) 콘텐츠 IP 라이선싱 비즈니스 (3) 아카이브 볼드를 중심으로 하는 패션 사업이다.

주요 수익원은 ‘젤리크루’다. 플랫폼에 입점한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제품을 생산해 젤리크루의 온오프라인 플랫폼에서 거래하거나, 선별된 상위 IP 중심으로 핸드허그가 제조, 생산, 유통을 전담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사업모델이다. 핵심 이용 고객은 10~20대 여성(고객 전체의 89% )으로 이용 충성도가 높다. 월 활성 이용자 수(MAU) 약 30만명, 연간 결제 건수 약 30만 건, 재구매율 75% 수준이다. 현재 약 600개의 선별된 크리에이터 팀이 입점해 국내 최대 규모 수준이다.
"단순 '다꾸' 플랫폼 아니다"…젤리크루가 IP로 돈 버는법 [그래서 투자했다]

'소리없이 강한' 대표와의 첫 만남


콘텐츠 IP 라이선싱 사업은 마진율이 매우 높은 고수익 모델이다. CU, 설빙, 유니베라, 분다버그, 케이스티파이 등 대형 유통사 및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꽃카(영이의숲) 캐릭터를 활용한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 또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아카이브 볼드는 2020년 2월 출시됐다. 빠르게 성장해 거래액 기준 70억원, 매출 50억원을 달성했다. ‘939’라고 프린트된 의류가 대표 상품이다.
"단순 '다꾸' 플랫폼 아니다"…젤리크루가 IP로 돈 버는법 [그래서 투자했다]
박준홍 핸드허그 대표와의 첫 만남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팀에서 근무하며 가까이 지켜보던 시기다. 당시 박 대표는 신입 사원임에도 불구하고 ‘소리 없이 강한’ 캐릭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에 과하지 않았고, 맡은 바를 묵묵히 충실하게 해냈다.

특히 선배들을 처음 마주할 때부터 사회 초년생에게서 볼 수 없는 여유와 자신감이 느껴졌다. 함께 지내며 ‘진실성’이 그 뿌리임을 알게 됐다. 당시에는 박 대표가 사업을 시작하게 되리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화려함을 추구하지 않으나 가볍지 않은’ 모습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2016년에 강북에 있는 핸드허그 사무실에 방문한 적이 있다. 박 대표가 삼성전자를 퇴사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다. 핸드허그의 사업모델은 라이선싱 콘텐츠 IP 기반 제품 생산이었다. 사업 모델의 신선함과 촘촘한 기획 능력이 인상적이었다. 반면, 타깃 시장에 대한 창업 팀의 경험 부족과 네트워크 부재가 문제로 여겨졌다. 혁신적인 모습도 부족했다. 아무래도 무모한 출발인 듯했다.
박준홍 핸드허그 대표
박준홍 핸드허그 대표
수많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대체로 출발이 화려하다. 명문대 출신에 커리어가 탄탄한 경우가 많다. 어렵지 않게 벤처캐피털(VC)에서 투자를 유치한다. 그러나 출발이 좋았던 스타트업도 데스밸리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창업 팀이 단기간에 빠르게 와해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핸드허그는 이런 스타트업들과는 달랐다. 2015년 설립 이후 수 년간 핸드허그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주변 사람들이나 투자자들이 종종 박준홍 대표의 진면목을 알아보곤 했다. 하지만 그들은 핸드허그를 좋게 평가했더라도 ‘기대감’ 이상의 의미는 아니었다. 실제로 당시 핸드허그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지는 못했다.

그래서 포기할 줄 알았다.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판단은 무모해보였다. 창업 멤버들은 모두 회사를 떠난 상태였다. 가시적인 매출도 없었다. 무엇보다 현금이 부족해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본 창업가들의 9할 이상은 이런 상황에서 청산 등 다른 옵션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2021년 2월, 서울 양재동 변두리에 위치한 핸드허그 사무실을 오랜만에 찾았다. 박 대표와의 대화 속에서, 그가 단순히 버틴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축적해온 것이었다.

그는 예전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돼 있었다. 타깃 시장에 대한 (1)통찰력 (2)네트워크 (3)사업 스킬 모두 성장해 있었다. 남들이 모두 포기하는 상황에서도, 특유의 성실함과 열정으로 한 우물을 파왔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건 아니었다. 대규모 투자 유치 계획도 없었다. 타깃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도 없었다. 그러나 곧 턴어라운드할 것 같았다. 그 근거로 (1)대표의 빠른 학습 곡선과 준비상태, (2)타깃 시장 및 관련 동향을 읽는 대표의 통찰 (3)핸드허그의 확장된 네트워크를 들 수 있다.

투자를 계획했으나 내부 사정 탓에 그해 1분기의 투자 라운드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몇몇 기관투자자들을 통해 25억원 규모로 시리즈A 라운드가 마무리됐다.
"단순 '다꾸' 플랫폼 아니다"…젤리크루가 IP로 돈 버는법 [그래서 투자했다]

내가 투자한 이유는


투자 심사역으로서 꼼꼼히 살펴보려고 하는 부분이 있다. [A]투자 대상에 대해서는 ①시장(Market), ②지배력(Dominance), ③경영진(CxO), [B]투자 조건에 대해서는 ①투자 시점(Timing), ②투자 후 기업가치(Post-money Valuation), ③회수 가능성(Exit Scenario)이 그것이다.

아래는 핸드허그를 검토할 때의 고민이 담긴 노트 일부다. 검은색 글씨는 시리즈A 투자 라운드 직전의 기록이고, 파란색 글씨는 1년 후인 시리즈A 브릿지 라운드 당시의 고민이 담긴 메모다.
"단순 '다꾸' 플랫폼 아니다"…젤리크루가 IP로 돈 버는법 [그래서 투자했다]
지난해 초 시리즈 A 브릿지 라운드를 통해 핸드허그 투자를 진행했다. 투자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한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러나 시장은 빠르게 변한다. 스타트업도 1년의 시간이면 많은 변화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투자 관점과 투자 포인트를 찾고 검증하고자 노력했다.

[A] 투자 대상에 대한 검토
①시장 : 당시 핸드허그의 사업모델은 크리에이터 IP 솔루션이었다. 캐릭터(콘텐츠)가 상품으로 수익화되는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는 조각투자 시장, 버티컬 커머스 시장, 캐릭터 IP 시장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이들 각각이 규모성(Scalability) 있는 시장이다. 특히 콘텐츠 IP 시장의 매력도가 높다고 판단했다. 당시 조각투자는 상당히 주목받는 테마였다. 핸드허그는 이에 올라탈 수 있는 준비를 마친 팀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②지배력 : 핸드허그는 MZ세대 중심으로 이용자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었다. 또 크리에이터들이 자발적으로 유입되는 중이었다. 즉 플랫폼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당시 비슷한 모델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경쟁 업체들이 몇몇 존재했다. 하지만 (1) 튼튼한 수익 구조 (2)MVP 테스트의 성공적인 마무리 (3)플랫폼의 자연적 증가세 등을 토대로 투자 매력도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이후 시장 지배력을 방어할 때도 핸드허그가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콘텐츠 IP 솔루션 경쟁사들은 '푸시' 방식으로 IP를 기획하고 시장에 유통한다. 이에 반해 핸드허그의 사업모델은 플랫폼 안에서 이용자들의 자연스러운 선택을 받는 IP 위주로 선별되는 구조다.

③경영진 : 사실 대표가 가진 내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 이미 오랜 기간 그를 지켜봤기 때문이다. 다만 공동 창업자들이 이탈한 점은 일반적으로 이유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6~7년의 긴 시간이 지났다. 대표의 근성을 긍정적인 요인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향후에도 사업은 부침과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때 대표가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할 것인지 예상케 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그가 가진 근성이다.

[B] 투자 조건에 대한 검토:
①투자 시점 : 투자 검토 당시 2021년 4분기 매출은 1분기 매출 대비 3배 증가했다. 또 2022년 말 월 매출이 10억원을 돌파(2020년 1분기 월 매출 0.6억원 수준)하는 등의 시그널이 나타났다. 월 기준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고 흑자로 전환해 타이밍도 적절하다고 봤다.

②투자 후 기업가치 : 비록 매출은 경쟁사 대비 낮은 수준이었으나 성장세를 감안하면 나쁜 밸류에이션으로 보이지 않았다. 흑자 전환을 달성하고 월 기준 매출의 지속적인 성장 모멘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IP 기반 사업을 영위하는 스타트업들의 수천억원대 밸류에이션에 비해서는 낮은 가격이라는 시선도 존재했다.

③회수 가능성 : 크리에이터 콘텐츠 IP 플랫폼이 자리잡기 전까지는 M&A 가능성만을 기대할 수 있었다. 독자 생존에 대해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자체 IP 라인업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독자적인 성장이 가시화됐다. 이에 따라 매출 등 실적이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경우 상장을 통한 회수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핸드허그에 대한 투자 스토리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다. 시장 상황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다가올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핸드허그는 지난 몇 년간 유연하고 빠른 피벗을 통해 경쟁력을 축적해 왔다. 나아가고자 하는 시장 역시 빠르게 커지고 있다. 그만큼 앞으로의 여정이 더욱 기대되는 스타트업이다.
"단순 '다꾸' 플랫폼 아니다"…젤리크루가 IP로 돈 버는법 [그래서 투자했다]

경상현 더웰스인베스트먼트 팀장 ㅣ 2021년 더웰스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해 딥테크, 플랫폼, 반도체 등 다양한 영역에 활발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비상장시장에서 각 가치주 및 성장주(기술주) 투자 대상을 발굴하고자 노력 중이다. KAIST에서 경영과학을 전공했고 삼성전자에서 전략 및 투자 업무를 경험했다.
"단순 '다꾸' 플랫폼 아니다"…젤리크루가 IP로 돈 버는법 [그래서 투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