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양국 벤처캐피털 생태계 이미 빠르게 분리"
"향후 행정명령 확대시 투자억제 효과 있을 것"
"美 '中첨단산업 투자제한'해도 中벤처생태계 붕괴하지 않을 듯"
미국 자본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양자컴퓨팅, 인공지능(AI) 등 3개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중국 벤처 생태계가 붕괴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향후 행정명령의 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어 이번 조치가 여전히 미국의 중국 투자를 상당 부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됐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과 관련한 분석 기사에서 이번 조치가 당장 커다란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 벤처캐피털 생태계가 이미 빠르게 분리되고 있어 이번 조치가 중국 스타트업 자금조달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주요 벤처캐피털 세쿼이아캐피털은 지난 6월 중국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히는 등 최근 중국에 대한 미국의 직접 투자는 급격하게 감소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미 투자심리에 반영된 만큼 중국 증시는 이번 조치 발표 직전인 9일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상하이 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가 각각 0.5%와 0.6% 하락했다.

이는 올해 중국에 대한 외국직접투자(FDI)가 크게 감소했으나 중국 정부가 우선순위로 선정한 주요 산업에 대한 실제 투자는 놀라울 정도로 잘 유지되고 있는 점 등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전기 기계 장비와, 전기차 수출 호황을 맞고 있는 자동차 부문의 올해 상반기 고정자산 투자는 지난해 동기 대비 39%, 20% 각각 증가했다.

또 올해 중국 벤처투자는 둔화돼 사상 최고 수준이었던 2021년에 크게 밑돌고 있지만 미국의 사정도 마찬가지인 데다 일부 지표에서는 오히려 중국이 더 잘 견뎌냈다는 것이다.

컨설팅업체 KPMG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벤처투자는 247억 달러(약 32조5천억 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35% 감소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856억 달러(약 112조8천억 원)로 규모 면에서는 훨씬 크지만 지난해 동기 대비 46%나 줄었다.

이와 함께 이번 행정명령으로 미국 벤처캐피털이 철수하면 그 자리를 중국 기업들과 함께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채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그럼에도 중국은 미국의 직접투자 감소에 따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등 중국을 대표하는 테크(기술)기업 상당수가 미국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아 성장해왔으나 중국 벤처캐피털, 특히 국가가 운영하는 곳들이 이들처럼 능숙한 투자를 해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게다가 고립이 심화되는 중국이 지금처럼 경제회복세가 부진한 상황에서 미국 벤처 생태계 규모를 따라잡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WSJ은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