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작품성 vs 대중성
‘성공한 미술작품’으로 평가되는 것들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바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췄다는 점이다.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해서 반드시 대중에게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작품이 반드시 작품성이 높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기란 쉽지 않다. 흔히 블루칩 아티스트, 대가로 불리는 작가들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사람이다.

20세기 대표 아티스트인 파블로 피카소와 앤디 워홀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받는 작가들이다. 이들 작가는 기존 미술에서 볼 수 없던 혁신적인 독창성을 통해 미술사에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여성 작가 중에서는 구사마 야요이가 독보적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함께 지닌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게르하르트 리히터도 이런 작가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리히터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1990년대 말 호암미술관에서였는데, 그때 느낀 숭고함을 아직까지 잊을 수 없다. 2002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리히터 회고전에서도 그의 추상 작품뿐 아니라 전체 시리즈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촛불과 구름 같은 사진 회화부터 스퀴지 기법의 추상 회화까지, 리히터의 작품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최근 리히터는 37년을 함께한 마리안굿맨 갤러리를 떠나 메가갤러리인 데이비드즈워너 갤러리로 소속을 옮겨 미술계를 놀라게 했다. 2017년 91세의 나이로 공식 은퇴한 그는 소속을 옮긴 직후 데이비드즈워너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는데, 전시를 관람하려는 인파가 몰려 갤러리 밖까지 대기 줄이 길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미래에도 더 많은 이에게 감동을 전할 것이며, 그의 작품성과 예술적 영향력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오늘날 리히터의 뒤를 이어받아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는 21세기 동시대 작가를 떠올려보자면 단연 니콜라스 파티라고 할 수 있겠다. 1980년 스위스에서 태어난 그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주는데, 파스텔로 작업하는 독특함과 기이한 상상력으로 보는 이들을 또 다른 차원으로 이끈다.

오는 10월 필립스옥션은 홍콩 이브닝 세일에서 파티의 정물화를 대표작으로 출품한다. 그리고 9월 첫 주에 이 중요한 작품을 한국에서 미리 선보인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점점 발전하는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파티의 작품을 한국에서 선보이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 파티의 정물화는 삼청동 송원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필립스 서울 특별전 ‘Briefly Gorgeous: 잠시 매혹적인’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