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CPI 반등해도 걱정하지 않을 이유 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8월 9일 수요일>

◆미국 주식 : 다우 -0.54%, S&P500 -0.70%, 나스닥 -1.17%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017%(-1.6bp), 2년물 4.812%(5.4bp)

9일(미 동부시간) 뉴욕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조용했습니다. 새로운 경제 지표 발표도 없었고 S&P500 기업의 90% 이상이 2분기 실적 발표를 마치는 등 어닝시즌도 거의 끝났습니다. 또 모두가 주시하는 7월 소비자물가(CPI)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은 관망세를 보였습니다.

이런 오늘 시장에 영향을 준 세 가지 이슈가 있었습니다.

① 중국 경기 부진은 긍정적?

중국 소식이 이틀째 미국 증시에 영향을 줬습니다.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나왔는데요. 7월 소비자물가(CPI)와 생산자물가(PPI) 모두 마이너스로 발표가 된 것입니다.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3% 하락했고 PPI는 4.4% 떨어졌습니다. CPI와 PPI가 동시에 하락한 것은 2020년 11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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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글로벌 수요와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이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중국은 어제는 7월 수출이 전년 대비 14.5% 감소했고 수입액도 12.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었지요.

씨티는 "우리는 한 달 동안의 데이터로 너무 많은 것을 읽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우리도 중국 경제의 전망에 대해 편안하지는 않다. 소비자 신뢰는 여전히 침체되어 있다. 앞으로 몇 달간 중국 정부가 어떤 부양책을 내놓을지 지켜보는 게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의 부진한 경기 회복은 미국 증시에는 두 가지 상반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미국 경제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는가 하면, 중국의 수요 부진에 따른 인플레이션 둔화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선 연착륙 기대가 커지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더 큰 문제일 수 있으므로 (특히 CPI 발표를 하루 앞둬서인지) 중국의 경기 부진이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들이 나왔습니다.

JP모건은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는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에 희소식이 될 수 있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하반기 동안 세계의 근원 상품 인플레이션에 -0.7%포인트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다. 지난달 미국의 6월 CPI 발표 때를 기억한다면 이틀 전 만하임 중고차 지수 하락과 함께 중국의 6월 PPI가 전년 대비 -5.4%를 기록했고 이는 미국 근원 CPI의 예상보다 큰 둔화로 이어졌었다. 오늘 중국 데이터도 비슷한 상황이며 내일 미국 CPI에 대한 '빠른 맛보기'를 제공하는 것일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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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데니 리서치는 "중국은 이미 불황에 빠졌고 수출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므로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경기 침체를 겪을 필요가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야데니 리서치는 "중국과 미국의 PPI 인플레이션율 사이에는 상당한 연관 관계가 있다. 미국의 7월 PPI가 오는 금요일 공개되는데 디플레이션 영역으로 더 깊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미국의 PPI는 지난 6월 전년 대비 2.8% 하락했었습니다. 그리고 PPI는 CPI를 몇 달 정도 선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 오늘 중국 데이터가 나온 뒤 구리, 알루미늄, 납, 니켈, 아연 등의 선물가격이 모두 하락했습니다. TD증권은 "밤새 상하이 트레이더들에 의해 구리, 알루미늄 및 아연의 또 다른 급격한 청산이 이루어졌다"라고 밝혔습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3개월 구리 선물은 지난 9일 동안 4% 하락해 7월 10일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② 미 국채 10년물 경매 '성공'

오늘 시장이 가장 주목한 이벤트는 미 재무부의 10년물 국채 경매(380억 달러)였습니다. 늘어나는 부채 부담에 3분기 1조 달러에 달하는 국채를 찍기로 한 재무부는 이번 입찰 규모를 올해 초보다 60억 달러, 지난달보다 30억 달러 더 키웠습니다. 최근 피치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여파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 규모를 키우면서 일부에선 수급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뉴욕 채권시장의 금리는 아침에는 치솟았다가 오후 1시 경매 결과 발표를 앞두고선 하락하는 등 민감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보합세로 출발했던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도 오전 11시께부터 내림세를 보이더니 오후 1시 경매 결과가 발표된 뒤 다시 보합권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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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물 입찰 결과는 어제 3년물처럼 성공적이었습니다. 응찰률은 2.56배에 달해 최근 6개월 평균인 2.45배보다 높았습니다. 지난 2월 이후 가장 높은 것입니다. 발행 금리는 3.999%를 기록해 발행 당시의 시장금리 3.998%보다 0.1bp 높았습니다. 10년물은 지난 6번 입찰에서 모두 이렇게 시장금리보다 높게 낙찰이 됐는데, 0.1bp는 지난 2월 이후 가장 적은 폭입니다. 또 해외 투자자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 수요는 72.2%에 달해 역시 지난 2월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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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안다의 에드 모야 전략가는 ”강력한 10년물 경매는 '월가가 인플레이션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매우 확신하고 있다'라는 신호를 보냈고 이후 주가 하락 폭이 감소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10년물 수익률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RSM의 조셉 브루셀라스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이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동안 인플레이션이 후퇴하고 있다는 신호가 증가하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은 이러한 역학 관계가 지속하고 별다른 충격이 없다면 금리 인상을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금리 인상이 일시 중단되더라도 경제는 전면적 침체는 아니지만 가벼운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채권 수익률의 변동성을 줄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10년물 수익률에 대한 연말 전망치를 3.8%로 유지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로이터가 실시한 월가 채권 전략가 대상의 설문조사를 보면 81%가 이번 사이클에서 10년물 수익률이 정점을 쳤다고 답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짐 캐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누군가는 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거의 끝나가고 있어 채권 금리가 꾸준히 하락하리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하이킹 주기가 끝났다고 해서 Fed가 즉시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Fed는 더 오랫동안 더 높게 금리를 유지할 수 있다. ▲시장이 연착륙을 수용하고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침체, 경착륙 확률 감소)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의 듀레이션이 긴 장기채를 갖는 건 침체에 대한 값비싼 헤지 수단일 뿐 아니라 확실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세 가지 이유에서 장기물 채권 금리가 급하게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③ 하루 만에 40% 치솟은 유럽 천연가스

투자자들을 불편하게 한 소식은 에너지 시장에서 나왔습니다. 중국의 경제 지표 부진에도 불구하고 오늘 유가는 큰 폭으로 상승해 9개월 내 최고치로 뛰어올랐습니다. 또 천연가스는 5개월 최고치로 치솟았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65% 오른 배럴당 84.29달러로 2022년 11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1.52% 올라 4월 중순 이후 최고치인 87.48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중국의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에도 미국의 휘발유 재고가 줄었다는 소식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격화 등으로 상승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원유 수출항을 드론으로 공격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원유 시장은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미국 경제의 회복력 ▲중국의 경기 부진 등 세 가지 주요 요인에 의해 형성되고 있는데 오늘 앞의 두 가지 요인이 유가 상승을 이끌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감산과 강력한 미국 경제가 수급에 압박을 가하면서 중국의 경기 불안에도 불구하고 최근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UBS는 "중국 성장 속도에 대한 지속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유가 전망은 개선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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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투자자들을 놀라게 한 건 조용하던 천연가스 가격이 갑자기 뛴 것입니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6.6% 오른 mmBtu 당 2.959달러로 3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남부의 폭염이 지속하면서 미국 내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미 에너지정보청은 올해 천연가스 생산과 수요가 사상 최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함) 유럽의 천연가스 벤치마크인 TTF 가격이 오늘 거의 40% 뛴 여파입니다. TTF는 어제 메가와트시당 30유로에서 오늘 43유로로 뛰어 지난 6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호주의 천연가스 생산 노동자들이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에 따른 것입니다. 호주는 카타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가스 수출국입니다. 호주의 가스 생산이 중단되면 일본, 한국 등 아시아의 소비국들은 중동의 가스를 놓고 또 유럽과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고 천연가스 가격은 오를 것입니다. TTF 가격은 아직은 작년에 기록한 메가와트시당 340유로와는 거리가 멀지만 몇 달 뒤면 추운 겨울이 다가옵니다. 인베스텍의 컬럼 맥퍼슨 원자재 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가스 저장고가 가득 차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럽의 가스 수급에는 여전히 중요한 꼬리 위험이 있다.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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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채권시장에서 오후 4시 반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6bp 내린 4.017%에 거래됐습니다. 경매 성공으로 인해 수급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금리가 하향 안정됐습니다. 하지만 국채 2년물 금리는 5.4bp 오른 4.812%를 기록했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우려와 함께 내일 발표될 CPI에 대한 불안감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7월 CPI 반등해도 걱정하지 않을 이유 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뉴욕 증시의 S&P500 지수는 10년물 입찰 성공 소식이 나온 뒤 회복하기 시작해 오후 2시 반께 거의 보합 선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다시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결국, S&P500 지수는 0.7%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우는 0.54% 내렸고, 나스닥은 1.17% 미끄러졌습니다. 나스닥은 지난 3월 초 은행 혼란 이후 처음으로 5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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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이 큰 폭 하락한 건 엔비디아(-4.72%) 테슬라(-3.01%) 메타(-2.38%) 아마존(-1.49%) 등 빅테크들이 꽤 크게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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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4.72% 폭락했습니다. 차세대 AI 칩 'GH200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을 공개한 지 하루만입니다. 시장의 평가는 좋습니다. 씨티는 오늘 엔비디아에 대한 목표주가 560달러(오늘 종가 425.54달러)와 매수 등급을 유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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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 배경으로는 인공지능(AI) 관련주의 부진이 꼽힙니다. 어제 아침 실적을 발표한 데이터독은 월가 추정은 상회했지만, 올해 실적 가이던스를 낮췄습니다. 어제 주가는 19% 폭락했습니다. 회사측은 "고객, 특히 대형 고객들이 지출 비용을 자세히 조사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및 우리 소프트웨어 사용을 최적화하는 것을 계속 목격하고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어제 저녁 실적을 내놓은 슈퍼마이크로컴퓨터도 최근 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좋았지만, 올해 매출 가이던스가 추정에 미치지 못하면서 오늘 23.4%나 급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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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자본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3개 분야에 대해 투자하는 것을 막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이 분야에 투자를 하려는 기업은 사전에 투자 계획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며, 투자 금지를 포함한 결정권은 미국 재무장관이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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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반등에 성공하며 5거래일 연속 내림세에 마침표를 찍었던 애플도 다시 0.90% 하락했습니다.
7월 CPI 반등해도 걱정하지 않을 이유 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가는 내일 아침에 발표될 7월 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6월 3.0%), 지난달에 비해선 0.2% 오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에너지와 음식을 제외한 근원 CPI는 각각 4.7%(6월 4.8%), 0.2% 오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EY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헤드라인 CPI는 더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작년 기저효과로 인한 '공짜 점심' 디스인플레이션은 끝났다. 반면 근원 CPI는 12월까지는 계속해서 낮아질 것이다. 다만 에너지 가격 상승은 두 가지 물가에 모두 상방 위험을 안긴다"라고 말했습니다.
7월 CPI 반등해도 걱정하지 않을 이유 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예상보다 높게 나오더라도 시장은 그리 실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음 CPI 보고서를 기다리면서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희망을 품을 것입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는 추가로 한 번의 CPI 보고서, 한 번의 고용보고서를 더 봐야 하니까요. Fed 위원들도 9월까지 계속해서 인내심을 갖고 긴축이 미칠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기저효과로 인해 CPI가 반등하는 것은 누구나 예상한다. 전반적으로 물가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S&P500 지수는 디스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된 지난 3월 이후 CPI 발표 이후 어느 방향으로도 1%포인트 이상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7월 CPI 반등해도 걱정하지 않을 이유 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디스인플레이션과 연착륙에 대한 기대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어닝시즌에서도 실적뿐 아니라 연착륙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웬디스는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지난 5월 말 마지막으로 가격을 올린 뒤 지금은 지켜보고 있다. 소비자 저항을 많이 보지 않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으로서는 올해 말까지 더는 추가 인상은 없을 것이란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용정보업체인 집리쿠르터는 오늘 10%나 급락했습니다. 회사 측은 "채용공고의 수와 해당 구인에 대한 고용주의 연봉 지급 의지가 전년도 최고치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라며 2분기(~6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감소했음을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