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물가 하락세에도…차익실현 매물에 떨어진 유가 [오늘의 유가]
美소비자물가지표 하락세 뚜렷
금리 동결 가능성 커졌지만 달러는 상승
달러로 거래되는 원유 가격에 하방 압력


올해 최고가를 경신했던 국제유가가 차익실현 매물에 하락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더 낮았다는 소식도 유가에 힘을 싣지는 못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58달러(1.87%) 하락한 배럴당 82.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유가는 전날 배럴당 84.40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美물가 하락세에도…차익실현 매물에 떨어진 유가 [오늘의 유가]
그간 상승세에 따른 고점 부담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날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낮았다는 소식이 나왔지만 달러화 가치가 오름세를 보인 것도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7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올라 전달의 3.0% 상승에서 오름폭이 확대됐다. 다만 이날 수치는 시장이 예상한 3.3%보다 낮았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ICE달러지수는 전날보다 0.3% 이상 오른 102.591 근방에서 거래됐다. 이날 달러지수는 CPI가 예상보다 낮았다는 소식에 한때 101.767까지 하락했다가 다시 올랐다. 원유는 통상 달러화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비싸지면 원유 수요를 꺾는다.

물가하락세로 미 중앙은행(Fed)가 9월에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6월말부터 유가가 오르고 있는 점은 다음 달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유가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발적 감산 연장과 러시아의 수출 축소 연장 소식 등으로 오름세를 보여왔다. 이날 하락세는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매물이란 분석이다.
美물가 하락세에도…차익실현 매물에 떨어진 유가 [오늘의 유가]
하지만 중국의 경제 부진 우려가 향후 원유 시장에 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중국은 최근 디플레이션 흐름을 보이고 있는 데다, 미국의 수출 및 투자 제한 조치 등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이사는 "중국의 데이터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으며, 이는 중국이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내년 전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평균 225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일평균 244만 배럴 증가량에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친다는 전망이다. 또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7%로 예상해 기존의 2.6%에서 소폭 상향했다. 내년 전망치는 이전과 같은 2.6%로 예상했다. 로이터통신은 "OPEC이 유가 상승을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남은 기간과 2024년에도 견고한 석유 수요에 대한 예측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