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월급으로 아파트 청약해도 되나요? [흥청망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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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진 기자
청약 얘기를 하다 보면 이런 댓글이 달릴 때가 있습니다.
"어차피 얼마 이상 벌면 청약은 그림의 떡 아닌가요?"
"소득기준 넘겼으면 청약통장의 효용성이 떨어지는 거 아닌가요?" 여러분 알고 계신 대로 아파트 청약은 일정 소득을 기준으로 입구에서 수요자를 걸러내죠. 그래서 많이 헷갈려하시는 복잡한 소득기준을 정리해봤습니다. 일단 민간분양을 보면 X가 더 많죠. 특별공급 몇 가지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소득을 안 따집니다. 반대로 공공분양은 O가 더 많네요. 거의 다 소득을 본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밑에 일반공급은 세모군요. 전용면적 60㎡ 이하일 땐 소득을 보지만 넘어가면 안 보겠다는 겁니다. 자신이 청약하려는 유형엔 소득기준이 있다고 쳐볼게요. 일단 우리 가족이 몇 명인지를 셉니다. 흥부가 아내와 둘이 산다면 3인 이하 가구입니다. 소득기준은 1냥도 있고 1.2냥도 있네요. 이렇게 구분합니다. 만약 흥부가 외벌이를 하고 있다면 보통의 3인 이하 가구 평균소득인 1냥을 적용합니다. 흥부가 이것보다 잘 벌면 청약 못 하는 것이죠. ..그땐 이미 놀부겠지만 ^^
흥부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면 이땐 소득을 조금 더 쳐줍니다. 아까 3인 이하 가구들의 평균소득에서 120%까지 허용해주는 거죠. 요약하면 맞벌이일 땐 소득 인정 범위가 조금 넓어진다는 겁니다. 그런데 흥부가 돈을 숨겨놨을 수도 있잖아요. 1냥 버는지 2냥 버는지는 뭘 기준으로 할까요? 일단 공공분양은 나라(관)에서 주도합니다. 여러분이 얘기하지 않아도 얼마 버는지 다 알고 있다는 것이죠. ^^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서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등을 모두 확인한 다음에 알아서 탈락시켜드립니다. 여기서도 안 나오면 국세청까지 다 털어서 확인합니다. 우리가 걱정할 건 없습니다. 민간분양은 내가 신고해서 검사를 받는 방식이에요. 재직증명서, 원천징수영수증 등의 서류를 제출하면 당첨자선정 이후 검증해서 부적격을 걸러내는 시스템입니다.
사실 여기까진 간단합니다. 어디서 꼬이냐면 휴직과 복직을 반복할 때, 또는 퇴직과 구직을 반복할 때입니다. 도대체 나는 얼마를 버는 걸까요? 우선 자신이 육아휴직을 했다가 복귀해서 다닌 게 몇 달 안 된다고 해보죠. 이렇게 1년 근속을 못 채웠을 때 나의 평균소득은 얼마일까요? 소득을 계산할 때 가장 큰 원칙은 정상 근로기간으로 나눠서 산정한다는 거예요. 내가 월급 1냥을 받으면서 회사를 6개월 다녔다면 일단 연소득은 6냥이 되죠. 이때 월평균소득을 구하려면 여기서 그냥 1년 12개월로 나누는 게 아니라 내가 정상적으로 근로한 6개월로 나눕니다. 그래서 내 월평균소득은 1냥이 되는 거예요 이제 기출문제 갑니다. 내가 정상 근로한 기간은 하반기 6개월인데 1월에 상여금을 두둑하게 받았습니다. 상여금은 소득에 포함 될까요? 아뇨, 육아휴직 중에 받은 급여나 성과금은 소득 산정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다시 기출변형을 풀어보죠. 1월에 성과금을 받았는데 이번엔 얼마 안 있다가 회사를 그만둔 사례입니다. 역시 성과금이 소득에 잡힐까요? 네, 그만두면 휴직중에 받은 돈이 소득으로 들어옵니다. ..그러니까 회사 열심히 다니세요 ^^ 이번엔 모의고사 좀 보죠. 상여금을 받긴 받았는데 복직한 다음 하반기에 받았다? 네, 이때도 소득에 포함됩니다. 그런데 내가 1년 만근한 게 아니라 6개월 근무했잖아요. 상여금을 포함한 상태에서 12월이 아니라 6개월로 나눠야 하니까 소득이 뻥튀기가 돼버리겠죠. 몰랐다가 부적격 많이 나오는 사례입니다. 당첨된 아파트를 뱉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1년에 한두 번 나오는 상여금이 복직 시기와 맞물리는 바람에 소득이 확 올라버려서 억울하다,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면 회사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 등을 제출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받아들여지면 상여금을 한 달에 몰아서 더하지 않고 12개월로 나눈 뒤 정상근로한 기간만큼만 계산해줍니다. 번거롭지만 나는 서류상 소득이 낮아야 하는 게 목표라는 점을 명심하세요. 이번엔 건설현장에 다니는 사례입니다. "야, 그 아파트 내가 다 지은 거야"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1년에 퐁당퐁당 몇 달만 열심히 일했단 말이죠. 이분의 월평균소득은 얼마일까요? 1년 동안 번 돈은 9냥이고, 일한 날은 4, 7, 8월 3개월이니까 9÷3 하면 월평균 3냥이 되는 겁니다. 다음 사례입니다. 내가 작년엔 사업하면서 돈을 좀 만진 사람인데 올해는 프리랜서란 말이죠. 전년도 소득은 있지만 당해연도 소득이 없는 경우잖아요. 그럼 우선 작년 1월 1일부터 올해 내가 청약하는 단지의 공고일까지, 이 기간 동안 번 돈을 이 기간의 날짜 수로 나눠줍니다. 예를 들어 50냥을 벌었고 기간은 500일이라면 하루 0.1냥으로 일할계산이 되죠. 여기에 30일을 곱해줍니다. 이렇게 따져본 월평균소득은 3냥이 됩니다. 내가 회사 일만큼 부업도 열심히 했다면? 저처럼 무림비급을 써서 한 100만부 정도 팔았다고 쳐보죠. 출판사에서 인세를 받았겠죠. 이것도 다 소득으로 잡힙니다. 심지어 얼마 받았는지 저도 잘 모르는데 국세청은 다 알고 있습니다. 참고로 소득기준은 사례가 너무 많기 때문에 여러분이 질문을 주셔도 제가 모두 답변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주택청약 FAQ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촬영 조희재·이예주 PD
편집 이예주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