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물복지법 시행에 치솟는 돈육 도매가격 [원자재 포커스]
7월 캘리포니아주서 동물복지법 시행
소매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작아
美 동물복지법 시행에 치솟는 돈육 도매가격 [원자재 포커스]
미국의 돈육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시행된 동물복지법이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결과다. 돼지 사육시설을 확충해야 하는 부담감이 커지자 소비자 판매가격도 덩달아 상승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에서 미국 돈육 현물 가격은 파운드(1파운드=454g)당 0.075달러 상승한 101.725달러에 마감했다. 올 들어 돈육 도매가격은 6.74% 상승했다.

돈육 가격은 올여름부터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했다. 지난 5월 70달러선을 밑돌던 돈육 도매가격은 지난 6월부터 급격히 상승하며 3배 이상 뛰었다. 삼겹살 부위 도매가격은 이날 파운드당 2.37달러 상승하며 지난해 8월 최고치에 근접했다.

농업 전문 은행 코뱅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브라이언 어니스트는 "돈육 도매가격이 치솟으면서 햄버거, 샌드위치 등 소매가격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며 "줄지어 관련 제품의 소매가격이 인상되고, 신제품 출시는 지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美 동물복지법 시행에 치솟는 돈육 도매가격 [원자재 포커스]
돈육 가격이 급등한 배경엔 미 캘리포니아주의 동물복지법이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돈육 생산의 15%가량을 차지한다. 캘리포니아 주 당국은 지난 7월 1일부터 동물복지법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돼지 사육장을 운영하는 농가에 한 마리당 최소 24제곱피트(약 2.2㎡)의 공간을 확충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5월 대법원에서 합법화 판결을 받은 뒤 2개월여만에 발효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돈육 생산업체는 대법원판결이 난 뒤 재고 확충을 주저했다. 실제 시행령이 어떻게 적용될지 예측할 수 없어서다. 6월부터 동물복지법 윤곽이 드러나자 중개상들이 앞다퉈 돈육 재고를 비축하기 시작했다. 가격이 오르기 전에 물량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돈육 가격은 6월부터 가파르게 치솟았다. 주요 부위인 삼겹살 재고는 6월에 14%가량 감소했다.

돈육 수요는 점차 늘어나는 모양새다.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간편식인 샌드위치 수요가 커져서다. 주재료인 베이컨 수요도 늘어났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베이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식료품 업계도 소매업체의 80%가량이 1파운드 중량의 베이컨 패키지를 별도 상품으로 기획해서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73%가량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동물복지법이 소매 시장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돈육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소매업체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가격을 인상하지 않더라도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는 우회로를 찾을 것이란 주장이다. 또 공급업체를 캘리포니아주 소재 기업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소매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아담 사무엘슨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동물복지법을 준수하지 않는 농가도 아직 많다"며 "또 이 법을 시행하지 않는 곳에서도 돈육을 충분히 구할 수 있다. 되레 캘리포니아주에서만 돈육 가격이 치솟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