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들의 '슈퍼스타K'… 마에스트로 꿈나무들 한판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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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심포니, 8~12일 지휘자 워크숍
닷새간 지휘 레슨 등 진행
참가자 박근태, '우수지휘자' 최종 선정
닷새간 지휘 레슨 등 진행
참가자 박근태, '우수지휘자' 최종 선정
몇년전부터 대중 문화계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다. 프로듀스101·슈퍼스타K 열풍이 대표적이었다. 무대에서 울고 웃고, 좌절하며 결과적으로는 성장하는 도전자들에게 대중은 열광했다. 스타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만이 볼거리는 아니었다. 도전자들의 순수한 열정, 피어나는 동료애 등 인간적인 모습이 다수의 마음을 울렸다.
"공개 레슨으로 젊은 지휘자 육성"
최근 부상하는 K클래식 분야에도 이러한 프로그램이 열렸다. 지난 8일~12일 진행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워크숍' 이야기다. 지난해 첫 발을 뗀 지휘자 워크숍은 차세대 한국 지휘자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올해는 지원자 41명 중 이해(31) 김리라(30) 박근태(31) 등 3명이 참가자로 선정됐다.
참가자들은 닷새간 포디움 세션을 비롯해 비디오 피드백, 각종 강의 등을 들으며 지휘자로서의 역량을 키웠다. 이중 10~11일 양일간 진행된 포디움 세션이 '별미'였다. 이 세션은 참가자들이 국립심포니 단원을 이끌고 지휘하며 코치를 받는 공개 마스터클래스다. 참가자들이 차례로 단원 앞에 서서 지휘를 하면, 국립심포니 예술감독인 다비드 라일란트가 지휘 테크닉과 음악적 조언을 더했다.
지난 10일 포디움 세션에서 3명의 참가자는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으로 악단과 첫 호흡을 맞췄다. 이 작품은 바다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담은 음악으로 대조적이고 음역대만 3~4개에 달하는 폭넓은 곡이다. 10분 남짓으로 길지 않지만 지휘자의 색채와 역량을 드러내기 충분했다.
참가자는 모두 극명한 개성을 보였다. 이해는 음악적으로 매우 꼼꼼하고 치밀했다. 특히 서정적인 부분에서 세밀한 음악적 디렉션이 강점을 보였다. 김리라는 뜨거운 음악적 에너지와 열정으로 단원들을 매료했다. 박근태는 노련함과 밸런스로 탁월한 완성도를 보였다.
일반적인 레슨처럼 예술감독의 지시를 통해 배우는 모습이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이 부분 악상이 점점여리게(디미누엔도)이지만 떠오르는 느낌이라 위로 올리는 동작을 해도 되겠느냐", "내가 생각한 템포로 한번 더 해 봐도 되겠느냐" 등 주체적으로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갔다. 라일란트 역시 참가자들에게 "오른손을 더 써라" ,"이 부분은 금관이 도드라져야 하지 않겠나", "불필요한 동작을 최소화해라"와 같은 조언을 건냈다.
참가자들은 "머리로 생각하던 저만의 음악이 실제 연주로 구현되는 과정을 통해 많이 배웠다"며 "저희 세 모두 스타일이 다른데 그에 따라 단원의 반응이 달라지는게 느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워크숍에 멘토로 미하일 베커(뒤셀도르프 심포니 예술감독)는 "워크숍을 통해 강조하는 건 경쟁이 아닌 비교"라고 언급했다. 그는 "단순히 누가 더 잘하냐는 차원이 아니라 나와 상대방의 문제해결능력을 보면서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년 내 K지휘 시대 열릴 것"
음악대학 중 지휘과는 한 손에 꼽을만큼 지휘자 육성 트랙은 국내에서 열악한 실정.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지휘자 지망생들은 유럽 등 해외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이 가운데 국립심포니가 젊은 지휘자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지휘자의 영향력이 지대한 만큼 국내에도 육성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2021년 국립심포니가 만든 KSO국제지휘콩쿠르도 그 중 하나다. 최근 카라얀 국제지휘콩쿠르에서 한국이 최초로 우승한 윤한결 역시 이 콩쿠르(2021년)를 거쳤다. 여기에 지난해 시작한 지휘자 워크숍은 1년도 되지않아 지원자 수가 배로 늘었다는 후문.
라일란트는 "짧은 기간 안에 세 명 모두 기적에 가까운 발전을 이뤘다"며 "지휘자 육성 인프라가 세계적으로 열악한데 한국이 이렇게 앞장선다면 10년 내에 K지휘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번 워크숍 최종 우수지휘자로는 박근태가 선정됐다. 그는 포상으로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장학금 250만 원을 받는다. 박근태는 "젊은 지휘자라 프로 오케스트라를 연주해볼 기회가 적었는데 이번에 감사한 기회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지난 10일 국립심포니 지휘자 워크숍에서 참가자 박근태가 악단을 지휘하고 있다. 국립심포니 제공
"공개 레슨으로 젊은 지휘자 육성"
최근 부상하는 K클래식 분야에도 이러한 프로그램이 열렸다. 지난 8일~12일 진행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워크숍' 이야기다. 지난해 첫 발을 뗀 지휘자 워크숍은 차세대 한국 지휘자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올해는 지원자 41명 중 이해(31) 김리라(30) 박근태(31) 등 3명이 참가자로 선정됐다.
참가자들은 닷새간 포디움 세션을 비롯해 비디오 피드백, 각종 강의 등을 들으며 지휘자로서의 역량을 키웠다. 이중 10~11일 양일간 진행된 포디움 세션이 '별미'였다. 이 세션은 참가자들이 국립심포니 단원을 이끌고 지휘하며 코치를 받는 공개 마스터클래스다. 참가자들이 차례로 단원 앞에 서서 지휘를 하면, 국립심포니 예술감독인 다비드 라일란트가 지휘 테크닉과 음악적 조언을 더했다.
지난 10일 포디움 세션에서 3명의 참가자는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으로 악단과 첫 호흡을 맞췄다. 이 작품은 바다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담은 음악으로 대조적이고 음역대만 3~4개에 달하는 폭넓은 곡이다. 10분 남짓으로 길지 않지만 지휘자의 색채와 역량을 드러내기 충분했다.
참가자는 모두 극명한 개성을 보였다. 이해는 음악적으로 매우 꼼꼼하고 치밀했다. 특히 서정적인 부분에서 세밀한 음악적 디렉션이 강점을 보였다. 김리라는 뜨거운 음악적 에너지와 열정으로 단원들을 매료했다. 박근태는 노련함과 밸런스로 탁월한 완성도를 보였다.
일반적인 레슨처럼 예술감독의 지시를 통해 배우는 모습이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이 부분 악상이 점점여리게(디미누엔도)이지만 떠오르는 느낌이라 위로 올리는 동작을 해도 되겠느냐", "내가 생각한 템포로 한번 더 해 봐도 되겠느냐" 등 주체적으로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갔다. 라일란트 역시 참가자들에게 "오른손을 더 써라" ,"이 부분은 금관이 도드라져야 하지 않겠나", "불필요한 동작을 최소화해라"와 같은 조언을 건냈다.
참가자들은 "머리로 생각하던 저만의 음악이 실제 연주로 구현되는 과정을 통해 많이 배웠다"며 "저희 세 모두 스타일이 다른데 그에 따라 단원의 반응이 달라지는게 느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워크숍에 멘토로 미하일 베커(뒤셀도르프 심포니 예술감독)는 "워크숍을 통해 강조하는 건 경쟁이 아닌 비교"라고 언급했다. 그는 "단순히 누가 더 잘하냐는 차원이 아니라 나와 상대방의 문제해결능력을 보면서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년 내 K지휘 시대 열릴 것"
음악대학 중 지휘과는 한 손에 꼽을만큼 지휘자 육성 트랙은 국내에서 열악한 실정.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지휘자 지망생들은 유럽 등 해외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이 가운데 국립심포니가 젊은 지휘자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지휘자의 영향력이 지대한 만큼 국내에도 육성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2021년 국립심포니가 만든 KSO국제지휘콩쿠르도 그 중 하나다. 최근 카라얀 국제지휘콩쿠르에서 한국이 최초로 우승한 윤한결 역시 이 콩쿠르(2021년)를 거쳤다. 여기에 지난해 시작한 지휘자 워크숍은 1년도 되지않아 지원자 수가 배로 늘었다는 후문.
라일란트는 "짧은 기간 안에 세 명 모두 기적에 가까운 발전을 이뤘다"며 "지휘자 육성 인프라가 세계적으로 열악한데 한국이 이렇게 앞장선다면 10년 내에 K지휘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번 워크숍 최종 우수지휘자로는 박근태가 선정됐다. 그는 포상으로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장학금 250만 원을 받는다. 박근태는 "젊은 지휘자라 프로 오케스트라를 연주해볼 기회가 적었는데 이번에 감사한 기회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