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PER 높고 대체자산 채권 매력 부각…"하반기 횡보 가능성"
"물가발표 약발 떨어진 미국 증시…추가 호재 필요"
예상보다 낮은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가운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약발이 다한 만큼 랠리를 위해서는 추가 호재가 필요하다는 시장 평가가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7월 미국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 6월(+3.0%)보다 상승 폭이 커졌지만 시장 전망치(+3.3%)를 소폭 하회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경제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른바 '골디락스' 상태로 가고 있다는 긍정론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1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03%), 나스닥지수(+0.12%) 등 주요 지수가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지난해의 경우 CPI 발표 당일 S&P500지수가 1% 이상의 변동성을 보인 경우가 6차례였지만, 올해는 1차례에 그칠 정도로 CPI에 대한 증시 반응이 무디어진 상태다.

주식 평가가치(밸류에이션)이 높고, 금리가 상승한 미 국채가 매력적인 대체 투자자산으로 떠오른 점도 주가 상승을 제약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 데이터스트림에 따르면 S&P500지수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9배로 장기 평균인 15.6배보다 높은 상황이다.

또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10년물 미 국채금리가 4%를 웃돌고 6개월물 국채 금리는 5.5%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채 대비 주식의 매력도를 나타내는 주식위험프리미엄(ERP)은 최근 10년 새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게다가 CFRA 리서치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8∼9월은 증시 성적이 저조한 경향이 있으며, 1945년 이래 S&P500지수 성적이 가장 안 좋았던 달과 3번째로 안 좋았던 달이 각각 9월과 8월이었다는 것이다.

크레셋 캐피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잭 애브린은 이날 CPI 발표에 대해 "좋은 소식이지만 S&P500지수 수준에 완전히 반영되어 있다고 본다"면서 "이러한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하 등의 순풍이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투자자문사 재니 몽고메리 스콧의 채권전략가인 가이 르바는 최근 몇 달간 CPI 발표가 시장에 중요하고 지속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보면서 "인플레이션 위기가 끝났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투자은행 스티펠의 배리 배니스터 전략가는 하반기 S&P500지수가 4,400포인트 부근에서 횡보할 것으로 보면서 "올해 침체가 없다는 점에 근거한 증시 안도 랠리는 끝났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