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슈가 일본 콘서트 모습 / 사진=하이브
방탄소년단(BTS) 슈가 일본 콘서트 모습 / 사진=하이브
상반기 매출 1조원 돌파, 2025년 시가총액 16조원 도달…

최근 하이브가 기록한 성적과 이를 토대로 관측된 장밋빛 미래다. 하이브는 지난 8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반기 매출 1조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결 기준 상반기 매출액은 1조316억원, 영업이익은 1339억원이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9.4%, 6.8% 증가해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하이브의 역대급 매출과 함께 이기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브의 2025년 기준 목표 시가총액으로 16조원을 제시했다. 11일 종가 기준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10조6213억원이다. 현재 대비 50% 이상 올라야 한다. 2025년은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군 복무를 마치고 완전체로 활동을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다.

하이브는 올해부터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군 복무가 시작되면서 실적 우려를 자아냈다. 하지만 코로나19 엔데믹으로 공연 매출로만 1575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85.4%나 증가했다.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월드투어가 각각 28회, 27회 진행됐다. 관객 수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여기에 세븐틴이 한국과 일본 등에서 팬미팅을 진행했다.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사진=뉴스1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사진=뉴스1
세븐틴, 르세라핌 등의 활약으로 음반 판매 매출은 2459억원에 달했다. MD 및 라이선싱 매출도 111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하이브의 매출만 놓고 본다면 탄탄대로다. 하지만 하이브의 매출을 지탱하는 팬들에게서 하이브의 서비스 운영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콘서트 티켓 가격이다. 하이브는 슈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미국 투어에 다이내믹 프라이싱 정책을 도입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상품의 고정 가격을 정해놓지 않고, 실시간 수요를 계산해 가격을 높이는 판매법이다. 하이브는 5월 초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다이내믹 프라이싱 시스템이 적용되려면 티켓 파워가 필요한데, 저희 아티스트들은 그런 파워를 갖고 있다"며 "미국 외 다른 지역도 공연 매출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미국 외에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추가 도입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미국의 대표적인 티켓 판매처인 티켓 마스터가 2011년부터 운영해왔고, 이들에 앞서 폴 매카트니, 해리 스타일스, 콜드플레이 등 유명 가수들도 도입한 바 있다. 블랙핑크도 월드투어 당시 영국 콘서트 티켓 가격 일부를 수요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는 방식으로 판매했다.

문제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정책에 많은 팬이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판매처와 소속사 측은 티켓 최초 판매 가격을 암표만큼 높이면, 암표 판매상의 부당 이득을 가수와 소속사가 갖고 갈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팬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기업 윤리를 저버리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비합리적인 유료 서비스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입찰에 참여한 관객들이 최종 결제가로 티켓을 구매할지 말지 선택할 수 없고, 취소하기 위해서는 다른 구매자에게 재판매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국내에서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정책이 이뤄지진 않지만, '뽑기운'을 바라야 하는 '추첨제'에 티켓값 20만원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해 3월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진행한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구역별로 VIP 22만원, 일반석 16만5000원에 판매했다. 방탄소년단이 아닌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르세라핌 등의 단독 콘서트는 VIP 19만8000원, 일반 15만4000원 일괄 적용됐다. 방탄소년단보다는 저렴하지만, 지난해 13만원에서 16만원대에 판매됐던 것을 고려하면 2~6만원가량 오른 셈이다. 심지어 세븐틴은 고척스카이돔, 엔하이픈은 케이스포돔, 르세라핌은 잠실 실내체육관 등 각각의 공연장 규모와 객석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가격은 모두 같았다.

여기에 세븐틴의 콘서트는 '팬클럽 추첨제'라고 불리는 '유료 추첨제'까지 접목됐다. 하이브는 팬클럽 멤버십 이용자가 사전에 콘서트 티켓 구매에 응모하고, 이를 무작위로 추첨해 결과에 따라 별도의 인증을 거쳐 예매를 완료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일본에서 주로 사용되지만, 국내에서는 좌석을 직접 선택하는 방식을 더욱 선호하는 분위기라 대중적으로 도입되지 않았다.
세븐틴 콘서트 '팬클럽 추첨제' 당첨자들이 결제 후 좌석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일정 /사진=위버스
세븐틴 콘서트 '팬클럽 추첨제' 당첨자들이 결제 후 좌석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일정 /사진=위버스
자신을 캐럿(세븐틴 팬덤)이라고 소개한 30대 전모 씨는 "하이브 플랫폼에서 각 예매에 응모하고, 당첨되면 결제하는데 좌석 위치 확인을 일주일 후에야 알 수 있다"며 "결국 당첨되진 않았지만, 4층 시야제한석에 당첨된 지인이 취소하려 하자 취소 수수료를 내야 하더라"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몇몇은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계정을 더 만드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팬 사인회 가려고 CD를 100장씩 사는 것처럼, 콘서트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돈을 더 쓰라고 유도하는 거 같아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세븐틴 콘서트 티켓 취소 수수료 관련한 약관 심사를 요청하는 민원 70여건이 접수됐고, 공정위가 약관 불공정성 검토에 착수한 이후 콘서트 티켓을 판매하는 인터파크는 환불 정책을 수정했다.

하이브가 자랑하는 플랫폼 위버스와 위버스샵에 대한 서비스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하이브는 '엔터테인먼트라이프스타일플랫폼' 기업을 표방한다.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때도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데이터베이스 및 정보기술(IT) 개발자를 대거 채용하며 '벤처' 인증받았다.

하지만 이들 플랫폼을 이용하는 주 고객인 팬들은 "콘서트 당첨을 위버스에서 관할하니 블랙 컨슈머 리스트에 오를까 봐 신고도 못 하겠다"고 토로했다.

하이브는 지난 6월 위버스와 위버스샵 합산 다운로드 수가 1억건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7월에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000만명을 돌파했다.
/사진=하이브
/사진=하이브
하이브 소속 가수들 뿐 아니라 오는 9월까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12팀이 위버스 공식 커뮤니티를 오픈하겠다고 밝혔을 만큼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입점시키며 규모를 키웠다. 하지만 악플, 혐오성 발언, 성희롱 등의 댓글 등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 식별이 어렵게 매크로를 활용해 아이돌 멤버를 향한 성희롱, 혐오성 악성 댓글이 반복적으로 올리지만, 시스템적으로 이를 막지 않는다는 것.

프로미스나인 백지헌과 이채영이 위버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때 일부 악플러들이 팬들과 소통할 때마다 살해 협박 등 악플로 도배하는 행위가 반복됐기 때문이라는 게 팬들의 분석이었다. 결국 백지헌은 악플로 인한 심리불안증세로 활동을 중단했고, 이채영은 방송 중 눈물을 보였다.

방탄소년단 정국 역시 지난달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중 악플이 달리자 "마음껏 떠들어라"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위버스샵은 배송 지연과 고객 응대로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김준수 팬이라 밝힌 A씨는 "작년 10월 24일 김준수 멤버십 키트가 위버스샵에서 판매를 시작해 당일 바로 구매했다"며 "멤버십 키트는 판매 기간 종료 후 순차 배송 예정이라는 공지가 있었지만, 12월 23일부터 25일까지 있을 콘서트 전에는 받아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방탄소년단의 팬 B씨도 "위버스샵은 제품을 만들어 놓고 판매하는 게 아니라, 선입금 후 제작이 아닌가 싶어질 정도로 느리고, 또 느리다"며 "잊어버리고 4개월, 5개월 정도 지난 후에 도착한다"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불량 상품을 받아도 환불은 더 어렵다"며 "고객센터와 대응하다 보면 더 화나서 그냥 둔다"고 귀띔했다.

위버스샵은 이런 소비자 불편이 다발하면서 2021년에는 3월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가 '위버스샵, 소비자 피해 주의'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법규상 의무사항인 제조자·수입자 등 가장 기본적인 상품 정보 표시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게 밝혀졌고 제품 불량 및 결함, 반품, 배송 지연 문제도 지적됐다.

한편 위버스 측은 고객 불편 사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