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방지법'은 또 뭐죠?"…정치 혐오 키우는 국회의원들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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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배·김남국 이어 '장제원 방지법' 등장
"일반성 없는 법, 국민 정치 혐오 일으켜"
"일반성 없는 법, 국민 정치 혐오 일으켜"
'민형배 방지법', '김남국 방지법'에 이어 '장제원 방지법'이 등장했다. 국회에서는 이런 법안 발의 행태가 양극화된 양당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도를 누적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유권자 3명 중 1명이 무당층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나올 정도로 양당 혐오가 심각한 상황에서 혐오를 가중시키는 데 양당 의원들이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상임위원장의 직무수행 불가 사유 소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사고 사유를 소명하지 않는 경우, 위원장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 소속 간사가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하도록 하고, 윤리특별위원회가 징계할 수 있도록 했다. 민 의원은 이 법을 일명 '장제원 방지법'으로 명명했다.
민 의원은 왜 장제원 방지법이라는 별명을 붙인 걸까. 민 의원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우주항공청 설립' 안건을 놓고 여야가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임위다. 장 위원장은 지난 5월 30일 취임했지만, 과방위 의사일정을 두고 민주당과 신경전을 벌이다가 지난 7월 26일에서야 처음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장 위원장이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에게 직무대리를 맡기고 회의에 불참했는데, 이를 겨냥해 민 의원이 이번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민 의원 측은 "야당 의원의 소집 요구로 열린 상임위에 의도적으로 참여를 거부, 고의로 다른 의원의 의정활동을 방해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 의원은 "저는 이미 민주당 위원님들께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8월 내 통과시켜 주면 민주당 의원님들이 원하는 대로 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배수진을 친 상태다. 민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장 위원장 네거티브를 위해 '장제원 방지법'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지난 1일에는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이른바 '코인 논란'으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로부터 의원직 제명 권고를 받은 김남국 무소속 의원을 겨냥해 '김남국 방지법'(공직선거법·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에 장제원 방지법을 낸 민 의원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5월 '꼼수 탈당' 지적이 제기된 당시 국민의힘으로부터 '민형배 방지법'으로 이름이 차용된 적 있다. 이런 상대 진영 정치인을 비난하고자 만들어지는 법안들은 양극화된 양당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키우기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재선 의원은 "사람의 이름으로 법안의 별명을 만드는 '네이밍 법안'은 물론 단점도 있겠지만, 사회적으로 뜨거운 의제를 상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하다. '김영란법', '민식이법', '윤창호법'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며 "하지만 상대 당 의원의 이름을 붙이는 법안은 적절할 때도 있겠지만, 대개 국민들 보시기에 비난에만 급급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한 의원실 선임 비서관은 "법안 이름을 보면 그 법의 내용이 추측이 돼야 하는데, 만약 일련의 스토리를 모르고 장제원 방지법을 본다면 추측이 어렵지 않겠냐"며 "법안은 일반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한 사람만을 저격하는 마치 특별법처럼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일반인들이 봤을 땐 정치 혐오를 일으키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된다"고 했다.
시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기자에게 '장제원 방지법은 또 뭐냐'고 물은 직장인 박모씨는 "혹시 대단한 내용이라도 있을까 싶어 들여다봤는데, 결국 또 정치인들 싸우는 얘기였다. 시간 낭비했다"고 했다. 교육행정직 공무원 이모씨는 "누구누구 방지법, 이런 거 나올 때마다 국민은 뒷전이고 자기 진영 이익을 위해 입법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편, 기성 정치에 등을 돌리는 유권자인 무당층의 비율은 3명 중 1명꼴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속속 나오고 있다. 케이스탯·엠브레인·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3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선 무당층 비율이 37%에 달해 국민의힘(32%) 민주당(23%) 지지율보다 높았고, 지난 4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무당층 비율은 32%로, 국민의힘(32%), 민주당(31%)과 같거나 비슷했다. (자세한 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회미래연구원(박상훈 연구위원)은 지난달 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정치 양극화가 가진 특징 중에는 극단적 당파성에 따른 무책임한 정당정치와 공존과 협력을 어렵게 하는 혐오의 정치가 있다"며 "거대 양당을 주축으로 적대적 갈등을 동원하는 극단적 당파성 정치, 동료 의원에 대한 정중함의 예의 실종, 상대에게 무례해도 좋다는 듯이 행동하는 의원들이 늘어남에 따라 서로의 관점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조정할 수 있는 의회정치의 기반이 좁아졌다"고 짚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상임위원장의 직무수행 불가 사유 소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사고 사유를 소명하지 않는 경우, 위원장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 소속 간사가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하도록 하고, 윤리특별위원회가 징계할 수 있도록 했다. 민 의원은 이 법을 일명 '장제원 방지법'으로 명명했다.
민 의원은 왜 장제원 방지법이라는 별명을 붙인 걸까. 민 의원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우주항공청 설립' 안건을 놓고 여야가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임위다. 장 위원장은 지난 5월 30일 취임했지만, 과방위 의사일정을 두고 민주당과 신경전을 벌이다가 지난 7월 26일에서야 처음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장 위원장이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에게 직무대리를 맡기고 회의에 불참했는데, 이를 겨냥해 민 의원이 이번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민 의원 측은 "야당 의원의 소집 요구로 열린 상임위에 의도적으로 참여를 거부, 고의로 다른 의원의 의정활동을 방해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 의원은 "저는 이미 민주당 위원님들께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8월 내 통과시켜 주면 민주당 의원님들이 원하는 대로 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배수진을 친 상태다. 민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장 위원장 네거티브를 위해 '장제원 방지법'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지난 1일에는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이른바 '코인 논란'으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로부터 의원직 제명 권고를 받은 김남국 무소속 의원을 겨냥해 '김남국 방지법'(공직선거법·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에 장제원 방지법을 낸 민 의원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5월 '꼼수 탈당' 지적이 제기된 당시 국민의힘으로부터 '민형배 방지법'으로 이름이 차용된 적 있다. 이런 상대 진영 정치인을 비난하고자 만들어지는 법안들은 양극화된 양당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키우기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재선 의원은 "사람의 이름으로 법안의 별명을 만드는 '네이밍 법안'은 물론 단점도 있겠지만, 사회적으로 뜨거운 의제를 상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하다. '김영란법', '민식이법', '윤창호법'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며 "하지만 상대 당 의원의 이름을 붙이는 법안은 적절할 때도 있겠지만, 대개 국민들 보시기에 비난에만 급급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한 의원실 선임 비서관은 "법안 이름을 보면 그 법의 내용이 추측이 돼야 하는데, 만약 일련의 스토리를 모르고 장제원 방지법을 본다면 추측이 어렵지 않겠냐"며 "법안은 일반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한 사람만을 저격하는 마치 특별법처럼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일반인들이 봤을 땐 정치 혐오를 일으키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된다"고 했다.
시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기자에게 '장제원 방지법은 또 뭐냐'고 물은 직장인 박모씨는 "혹시 대단한 내용이라도 있을까 싶어 들여다봤는데, 결국 또 정치인들 싸우는 얘기였다. 시간 낭비했다"고 했다. 교육행정직 공무원 이모씨는 "누구누구 방지법, 이런 거 나올 때마다 국민은 뒷전이고 자기 진영 이익을 위해 입법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편, 기성 정치에 등을 돌리는 유권자인 무당층의 비율은 3명 중 1명꼴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속속 나오고 있다. 케이스탯·엠브레인·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3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선 무당층 비율이 37%에 달해 국민의힘(32%) 민주당(23%) 지지율보다 높았고, 지난 4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무당층 비율은 32%로, 국민의힘(32%), 민주당(31%)과 같거나 비슷했다. (자세한 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회미래연구원(박상훈 연구위원)은 지난달 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정치 양극화가 가진 특징 중에는 극단적 당파성에 따른 무책임한 정당정치와 공존과 협력을 어렵게 하는 혐오의 정치가 있다"며 "거대 양당을 주축으로 적대적 갈등을 동원하는 극단적 당파성 정치, 동료 의원에 대한 정중함의 예의 실종, 상대에게 무례해도 좋다는 듯이 행동하는 의원들이 늘어남에 따라 서로의 관점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조정할 수 있는 의회정치의 기반이 좁아졌다"고 짚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