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묶인 이란 자금, 美 제재 4년 만에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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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포로 맞교환 합의
핵협상 재개 여부 촉각
핵협상 재개 여부 촉각
미국의 이란 제재로 한국에 묶여 있던 이란산 원유 결제 대금이 4년 만에 풀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이 자국에 수감된 상대국 포로를 맞교환하는 데 합의하면서다.
▶본지 5월 30일자 A1, 3면 참조
이란 국영 IRNA통신은 10일(현지시간) “이란은 미국 정부와의 수감자 교환 합의에 따라 한국에 동결됐던 60억달러(약 8조원)를 포함해 100억달러 이상의 자금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원화로 한국에 묶여 있던 이란산 원유 결제 대금은 스위스 한 은행에서 유로화로 환전된 뒤 카타르 중앙은행 계좌로 송금될 예정이라고 이 통신은 전했다.
한국은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하고도 2019년 5월부터 결제 대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이뤄진 ‘이란 핵합의’를 깨고 이란을 제재하면서다. 그전까지 한국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면서 거래가 금지된 달러화 대신 미국 동의하에 원화로 수입 대금을 지불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원화 계좌에 대금을 넣으면 이란 측에서 자국 통화인 리알화로 환전해 자국 석유회사에 전달하는 식이었다.
이란 동결 자금에 대한 미국의 해제 움직임과 맞물려 한국과 이란 간 관계 개선 여부도 주목된다. 이란 정부는 그동안 “동결 자금을 해제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를 압박해왔다. 지난 1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해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발언해 한때 이란과의 관계가 경색되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관련 외신 보도에 “우리 정부는 동결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이란 등 유관국과 긴밀히 협의해 왔다”며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길 기대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동결자금 규모는 60억달러(약 8조원)로, 해제 작업이 시작됐더라도 실제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는 일정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절차와 관련, IRNA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과 이라크 은행 계좌에 동결돼 있던 100억달러(약 13조2000억원) 이상의 자금에 대한 접근권이 마침내 풀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한국 내 이란 자금은 스위스에 있는 한 은행에 이체, 현재 유로화로 환전된 상태로 카타르 중앙은행 계좌로 송금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스위스 은행으로 넘어간 자금이 카타르까지 송금되는 데는 최소 5~6주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과 맞물려 한국과 이란 간 경제협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특히 이란이 내수 경기 진작에 나설 경우 전기·전자, 수송기계, 철강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양국 간 교역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이란 국민의 선호도가 높은 점은 향후 이란과의 정상적인 교역이 재개될 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혁 한국외국어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한때 한국은 이란의 수입국 3위를 차지할 정도로 거래가 활발했던 만큼 제재 해제 후 긍정적인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장 한·이란 관계가 회복되긴 어렵다고 진단한다. 이번 자산동결 해제는 한국과 이란 사이에 밀린 ‘채무 변제’가 이뤄진 것일 뿐이란 점에서다. 원유를 포함해 이란과의 교역을 재개하기 위해선 답보 상태인 핵 협상이 진전돼 이란에 대한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
일각에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년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선 2020년 대선 후보 시절 내세운 ‘이란 핵합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조치도 핵합의 복원에 앞서 묶인 이란 자금을 풀어주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란 해석이다.
허세민/노유정 기자 semin@hankyung.com
▶본지 5월 30일자 A1, 3면 참조
이란 국영 IRNA통신은 10일(현지시간) “이란은 미국 정부와의 수감자 교환 합의에 따라 한국에 동결됐던 60억달러(약 8조원)를 포함해 100억달러 이상의 자금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원화로 한국에 묶여 있던 이란산 원유 결제 대금은 스위스 한 은행에서 유로화로 환전된 뒤 카타르 중앙은행 계좌로 송금될 예정이라고 이 통신은 전했다.
한국은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하고도 2019년 5월부터 결제 대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이뤄진 ‘이란 핵합의’를 깨고 이란을 제재하면서다. 그전까지 한국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면서 거래가 금지된 달러화 대신 미국 동의하에 원화로 수입 대금을 지불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원화 계좌에 대금을 넣으면 이란 측에서 자국 통화인 리알화로 환전해 자국 석유회사에 전달하는 식이었다.
60억弗 석유결제 대금 해제…한국·이란 교역 정상화 기대
미국이 포로 맞교환과 더불어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을 해제한 것은 중동에서 약해진 미국의 입지를 되살리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내세워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과 밀착하고 있다.이란 동결 자금에 대한 미국의 해제 움직임과 맞물려 한국과 이란 간 관계 개선 여부도 주목된다. 이란 정부는 그동안 “동결 자금을 해제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를 압박해왔다. 지난 1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해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발언해 한때 이란과의 관계가 경색되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관련 외신 보도에 “우리 정부는 동결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이란 등 유관국과 긴밀히 협의해 왔다”며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길 기대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동결자금 규모는 60억달러(약 8조원)로, 해제 작업이 시작됐더라도 실제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는 일정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절차와 관련, IRNA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과 이라크 은행 계좌에 동결돼 있던 100억달러(약 13조2000억원) 이상의 자금에 대한 접근권이 마침내 풀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한국 내 이란 자금은 스위스에 있는 한 은행에 이체, 현재 유로화로 환전된 상태로 카타르 중앙은행 계좌로 송금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스위스 은행으로 넘어간 자금이 카타르까지 송금되는 데는 최소 5~6주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과 맞물려 한국과 이란 간 경제협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특히 이란이 내수 경기 진작에 나설 경우 전기·전자, 수송기계, 철강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양국 간 교역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이란 국민의 선호도가 높은 점은 향후 이란과의 정상적인 교역이 재개될 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혁 한국외국어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한때 한국은 이란의 수입국 3위를 차지할 정도로 거래가 활발했던 만큼 제재 해제 후 긍정적인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장 한·이란 관계가 회복되긴 어렵다고 진단한다. 이번 자산동결 해제는 한국과 이란 사이에 밀린 ‘채무 변제’가 이뤄진 것일 뿐이란 점에서다. 원유를 포함해 이란과의 교역을 재개하기 위해선 답보 상태인 핵 협상이 진전돼 이란에 대한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
일각에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년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선 2020년 대선 후보 시절 내세운 ‘이란 핵합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조치도 핵합의 복원에 앞서 묶인 이란 자금을 풀어주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란 해석이다.
허세민/노유정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