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허그가 서울 삼각지역 인근에 문을 연 베이커리 카페.  /핸드허그 제공
핸드허그가 서울 삼각지역 인근에 문을 연 베이커리 카페. /핸드허그 제공
정보기술(IT) 스타트업들이 식음료(F&B), 쇼핑몰, 생활용품 제작 등 ‘부업’에 나서고 있다.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매출원을 다각화해 경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시도다. 이미 깔아둔 IT 인프라를 통해 기존 이용자를 신규 비즈니스로 끌어오는 ‘플랫폼 낙수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페 연 크리에이터 스타트업

카페 열고 영양제 판매…'부업' 뛰어드는 스타트업
11일 스타트업업계에 따르면 크리에이터 플랫폼 젤리크루를 운영하는 핸드허그는 최근 서울 삼각지역 인근에 카페 파차마마를 열었다. 148㎡ 규모의 베이커리 카페로 인기 상권인 ‘용리단길’에 자리 잡아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했다. 지난 1년간 카페 콘셉트와 대표 음료 등을 기획·준비해 F&B 시장에 진출했다.

핸드허그는 캐릭터 작가 등 크리에이터를 위한 수익화 솔루션을 통해 550개의 크리에이터 팀과 소비자를 연결한다. 지금은 크리에이터 비즈니스가 주력이지만 F&B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핸드허그 관계자는 “3~5년 뒤 회사의 모습을 그렸을 때 크리에이터 콘텐츠와 F&B 문화를 연결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업 간 거래(B2B) IT 솔루션 스타트업인 루나소프트는 자회사인 그린앤그레이를 통해 2030세대 여성 쇼핑몰 셀룩을 론칭했다. 주요 패션 브랜드 200여 개가 셀룩에 입점했다. 루나소프트는 비즈메시지 솔루션을 개발해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누적 260억원을 투자받은 회사다. 루나소프트 관계자는 “아직은 셀룩 매출이 많지 않지만 사업 모델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포커스미디어코리아는 전국 6200개 아파트 단지와 320개 오피스 빌딩에 엘리베이터TV 8만9000대를 운영하는 회사다. 주력인 엘리베이터TV 사업과는 별도로 저소음 슬리퍼인 뭄뭄 실내화를 팔고 있다.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는 신소재를 쿠션재로 넣어 제작했다. 하루 1000만 명이 시청하는 엘리베이터 광고를 활용해 지난 1분기 실내화 매출을 전 분기보다 두 배 늘리는 데 성공했다.

○“사업 다각화로 리스크 대비”

IT 스타트업이 신사업에 나선 건 주력 비즈니스와는 별도로 새로운 파이프라인(매출원)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투자 혹한기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당장 회사 운영에 필요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당장 본 사업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더라도 브랜딩만 효과적으로 이뤄진다면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만보기 리워드 앱 캐시워크를 운영하는 넛지헬스케어가 키토제닉 전문 브랜드인 키토선생을 출시해 시장에서 히트를 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넛지헬스케어 매출 중 캐시워크 앱 내 광고 매출 비중이 1위였고 그다음이 키토선생의 식품 판매 매출이었다. 캐시워크 앱과 제휴 마케팅을 하며 고객을 빠르게 확보하는 ‘플랫폼 낙수 효과’를 활용했다.

습관 형성 앱인 챌린저스를 운영하는 화이트큐브도 플랫폼 내에서 영양제와 두유, 홈웨어 등을 판매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재가요양서비스 플랫폼 스마일시니어를 운영하는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일본 스마트 침대 2종을 독점 수입해 렌털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일각에선 스타트업의 신사업 진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비즈니스와 큰 연관성이 없는 신사업을 시작하면 에너지가 분산되고 내부 직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