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태풍 ‘카눈’이 11일 오전 6시께 평양 남동쪽 약 80㎞ 부근 육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해졌다. 지역별로 300~400㎜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우와 강한 바람으로 영남지방과 강원도에서 재산 피해가 많이 발생했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다. 주말부터는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무더위가 찾아올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날 한반도가 카눈의 직간접 영향권에서 벗어났다고 발표했다. 다만 열대저압부 후면으로 비구름대가 밀려들어 수도권 등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12일 오전까지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은 카눈은 여러 기록을 남긴 뒤 소멸했다. 카눈은 지난달 28일 오전 3시 괌 서쪽 730㎞ 해상에서 태풍으로 발달한 뒤 약 보름 동안 지속됐다. 한반도 인근 해수면 온도가 27~29도로 평년보다 높았던 탓에 에너지를 많이 흡수해 힘이 세졌다. 1951년 태풍 관측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 중앙을 관통한 태풍이기도 하다. 또 한국에 16시간 이상 머물며 많은 양의 비를 뿌렸다. 2002년 8월 발생한 태풍 ‘루사’의 22시간 체류 이후 가장 길었다.

카눈으로 인한 피해는 우려한 것보다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카눈으로 인한 공식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대구 군위군에서 사망한 67세 남성과 대구 달성군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다 소하천에 추락한 뒤 실종된 60대 남성 모두 부주의 등에 의한 ‘안전사고’로 집계됐다. 다만 정부가 사고 경위를 파악한 뒤 이들을 태풍으로 인한 자연재해 피해자로 다시 분류할 수도 있다.

재산 피해 규모는 상당했다. 영남지방과 강원도에 피해가 집중됐다. 카눈의 경로가 처음 예상보다 약간 동쪽으로 이동해 수도권 피해는 크지 않았다. 17개 시·도 126개 시·군·구에서 1만5883명이 카눈을 피해 대피했다. 또 주택 침수 등 시설 피해가 379건 발생했고 농작물 피해 규모는 여의도 면적의 네 배인 1157.9㏊에 달했다.

태풍 소멸 이후 주말부터는 평년 기온을 회복할 전망이다. 특히 남부지역 일부에선 낮 최고 순천 33도, 대구 32도 등 폭염특보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무더위는 다음주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낮 최고 기온 역시 평년(28~32도)보다 1~2도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