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사흘째 산불이 확산 중인 가운데 사망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8년 캘리포니아 북부 산불 이후 피해 규모가 가장 큰 화재로 기록될 전망이다. 1960년 쓰나미 당시의 피해 규모를 넘어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마우이 카운티는 이날 저녁 기준으로 전체 사망자 수가 55명이라고 발표했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1960년 하와이를 관통하며 6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쓰나미 때(61명 사망)보다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하와이주 교통국장 에드 스니펜은 전날 약 1만1000명이 마우이섬을 떠났고, 이날 1500여 명이 더 나갈 것으로 추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하와이를 재난 지역으로 선포하고 화재 진압과 복구 작업에 힘을 쏟을 것을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정부의 모든 자산을 동원해 하와이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는 피해 주민들에게 임시 주거 시설, 주택 수리, 저금리 융자 등의 지원도 서두르기로 했다.

이 화재는 8일 오전 0시22분께 마우이섬 중부 쿨라 지역에서 처음 신고됐다. 오전 6시37분께 서부 해변 마을 라하이나 인근에서도 또 다른 산불이 신고돼 진압됐지만, 시속 100㎞의 허리케인 강풍을 타고 되살아나면서 삽시간에 해변 마을을 덮쳤다. 카운티 당국은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준으로 라하이나 지역 화재 진압률은 80%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하와이 산불이 역대 미국에서 발생한 화재 중 2018년 85명의 사망자를 낸 캘리포니아주 북부 ‘캠프파이어 산불’ 이후 피해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내다봤다. 화재 피해가 큰 라하이나 지역은 19세기 초 하와이 왕국의 수도였던 곳으로, 역사적 가치가 큰 문화재가 대부분 손실됐다. 현재까지 1700여 채의 건물이 파괴됐고, 라하이나의 약 80%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11일(한국시간) 현재까지 접수되거나 확인된 우리 국민의 인명 피해는 없으며, 피해 상황을 계속 파악하고 있다.

안상미/김동현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