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이모티콘 작가 아롬이 ‘귀염뽀짝 곰됴리’를 소개하고 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작가 아롬이 ‘귀염뽀짝 곰됴리’를 소개하고 있다.
“전문가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직접 기획·제작할 수 있어 뿌듯합니다.”

카카오 이용자들이 뽑은 올해의 떠오르는 이모티콘 스타로 꼽힌 ‘귀염뽀짝 곰됴리’ 작가 아롬(22·필명)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선 ‘카카오톡 이모티콘 작가’가 새로운 직업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 채팅에서 이용자의 상황, 감정을 표현하는 이모티콘이 하나의 매출 시장으로 형성되면서다.

아롬 작가는 2020년 9월 ‘돼지 아니야’라는 이모티콘으로 데뷔한 신인 작가다. 그의 정체는 서양화를 전공하는 대학생. 최근 ‘귀염뽀짝 곰됴리’를 선보이면서 입문 3년 만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롬 작가는 “직접 만든 이모티콘을 대화창에서 써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아이패드’에 그림을 그려보다가 도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작가가 되는 과정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카카오로부터 시안을 통과받는 관문을 거쳐야 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24개 동작을 갖춘 시안을 만들어 제출하고 승인받는 구조다. 통상 이모티콘 주인공이 할 대사나 행동을 100여 개 설계하고 그중 24개를 추려내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아롬 작가는 “초기에는 3개월 정도 수차례 퇴짜를 맞았다”며 “보완을 하고 더 고민하면서 계속 도전했다”고 회상했다.

출시 이후에도 고민은 많았다. 첫 작품이 크게 주목받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내 이모티콘은 지난해 11월 기준 50만 개에 달한다. 이모티콘 작가는 1만 여 명. 이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것은 쉽지 않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귀염뽀짝 곰됴리’ 시리즈. 카카오 제공
카카오톡 이모티콘 ‘귀염뽀짝 곰됴리’ 시리즈. 카카오 제공
아롬 작가는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하며 쓰고 즐기는 이모티콘을 만들고 싶었다”며 “집에 있는 곰돌이 솜인형을 보다가 ‘귀여운 인형을 모티브로 하면 통하겠다’고 생각해 다시 도전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10~20대 주요 공략 대상도 정했다. 그는 “카톡창에서 귀여운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을 때 편하게 활용할 표정이나 동작을 연구했다”고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귀염뽀짝 곰됴리’는 카카오가 지난 6월 선정한 ‘카카오톡 이모티콘 라이징 스타 톱3’에 올랐다. 라이징 스타는 카카오가 ‘웹툰 스타작가’처럼 ‘카톡 이모티콘 스타작가’를 발굴하고 키우겠다는 전략에서 추진한 기획이다. 2주간 매일 한 표씩 참여하는 투표에 584만 명이 참여해 총 872만 표를 던졌다. ‘귀염뽀짝 곰됴리’는 총 61만 표를 획득하며 3위에 올랐다.

아롬 작가는 “‘곰됴리 시리즈’ 세계관을 구축해 곰됴리 친구, 가족 등을 추가로 선보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통장에 본격적으로 ‘수익’이 생기기 시작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매출이 발생하면 앱마켓 수수료를 제외하고 카카오와 작가가 5 대 5로 나눈다. 아롬 작가는 “구체적인 수익을 밝힐 수 없지만 부모님 용돈을 받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작업에 시간 공간 제약이 없는 게 이모티콘 작가의 장점”이라며 “대학교 졸업 후 어떤 직업을 갖든 이모티콘 제작을 병행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