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CSO 모두 무혐의…로펌들, 에쓰오일에 관심 폭발 [김진성의 로펌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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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자 10명 온산공장 폭발사고
산안법 위반만 적용돼 13명 기소
경영책임자 지목된 CSO도
"중대재해법 위반 아냐" 결론
산안법 위반만 적용돼 13명 기소
경영책임자 지목된 CSO도
"중대재해법 위반 아냐" 결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기업이 하나둘씩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 간판 정유사인 에쓰오일이 이 법으론 기소되지 않으면서 주목받고 있다. 검찰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안전보건관리책임자(CSO)를 경영책임자로 지목한 데다, 중대재해법은 위반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려서다. 대형 로펌들은 이번 수사결과가 향후 대기업들의 중대재해 사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에쓰오일 사례 연구에 돌입한 분위기다.
울산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노선균)는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온산공장 폭발사고와 관련해 에쓰오일의 정유생산본부장과 생산운영본부장 등 13명을 산업안전보건법 및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 11일 기소했다. 검찰은 에쓰오일이 공장 밸브 정비작업 과정에서 사전 위험성평가를 매뉴얼대로 하지 않았고, 밸브를 여는 과정에서도 화학물질인 부탄(C4) 누출 우려가 있음에도 덮개판(맹판) 설치 등 안전조치를 제대로 해놓지 않은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검찰은 일단 후세인 알 카타니 당시 에쓰오일 대표이사(CEO)에 대해선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기업 아람코가 선임한 외국인인데다 안전보건 관련 사항은 CSO인 이모씨에게 모두 위임했기 때문에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로 보기 어렵다”면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CSO인 이모씨도 중대재해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수사결과를 받았다. 검찰은 “경영책임자이긴 하지만 에쓰오일이 위험성 평가절차와 중대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을 대비한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법에서 요구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모두 이행했다”면서 “중대재해법 시행 후 6개월 안에 발생한 사고였기 때문에 반기 점검 의무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로펌업계에선 검찰의 이 같은 판단이 앞으로 다른 대기업의 중대재해 사건에도 똑같이 적용 가능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CSO에 안전관리를 위임하는 체계가 확실하게 갖춰져있으면 CEO가 경영책임자로 지목받는 일을 피할 가능성이 열렸다는 평가다. 검찰은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 이후 지금까지 20여개 기업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모두 CEO를 경영책임자로 지목해왔다. 삼표산업의 경우엔 CEO와 CSO가 있었음에도 채석장 붕괴사고로 그룹 총수가 경영책임자로 지목돼 지난 3월 기소됐다. 이 때문에 사실상 ‘CEO 재판’이 현실화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대형로펌 산업재해 담당 변호사는 “CSO가 진짜로 안전관리 업무권한을 가졌다면 CEO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면서 “앞으로는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로 기재된 ‘대표이사에 준하는 사람’을 두고 더욱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에쓰오일의 경우엔 외국인이 CEO라는 예외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국인이 경영진인 다른 기업들에 무조건 같은 논리를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에쓰오일 사건에선 경영책임자로 지목된 CSO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데다 재판에 넘겨진 13명에게도 모두 중대재해법이 아닌 산안법이 적용된 것도 주목할만 일로 꼽힌다. 검찰이 제시한 근거대로 위험성 평가절차와 사고 위험에 대비한 매뉴얼 등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해놨다면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중대재해법 위반죄로 보긴 어렵다는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대형로펌 파트너변호사는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위험성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미진하면 중대재해법 위반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런 경우는 형법의 업무상 과실치사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검찰이 앞으로 정황과 증거를 깐깐하게 따져 중대재해법과 산안법 중 어떤 것을 적용할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중대재해법 시행 후 6개월 안에 사고가 난 기업의 경우엔 반기 점검 의무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중대재해법 5조는 ‘기업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했는지 반기마다 1회 이상 점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법 시행 후 반기가 지나지 않았을 때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을 두고는 이 조항을 위반했다고 봐야하는 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했다.
한 노동담당 변호사는 “지난해 1~7월 사고가 났던 기업들은 다소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가 생겼다”면서 “해당 기업들은 에쓰오일 사례를 참고해 적극적으로 법리를 보강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울산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노선균)는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온산공장 폭발사고와 관련해 에쓰오일의 정유생산본부장과 생산운영본부장 등 13명을 산업안전보건법 및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 11일 기소했다. 검찰은 에쓰오일이 공장 밸브 정비작업 과정에서 사전 위험성평가를 매뉴얼대로 하지 않았고, 밸브를 여는 과정에서도 화학물질인 부탄(C4) 누출 우려가 있음에도 덮개판(맹판) 설치 등 안전조치를 제대로 해놓지 않은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검찰은 일단 후세인 알 카타니 당시 에쓰오일 대표이사(CEO)에 대해선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기업 아람코가 선임한 외국인인데다 안전보건 관련 사항은 CSO인 이모씨에게 모두 위임했기 때문에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로 보기 어렵다”면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CSO인 이모씨도 중대재해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수사결과를 받았다. 검찰은 “경영책임자이긴 하지만 에쓰오일이 위험성 평가절차와 중대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을 대비한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법에서 요구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모두 이행했다”면서 “중대재해법 시행 후 6개월 안에 발생한 사고였기 때문에 반기 점검 의무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로펌업계에선 검찰의 이 같은 판단이 앞으로 다른 대기업의 중대재해 사건에도 똑같이 적용 가능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CSO에 안전관리를 위임하는 체계가 확실하게 갖춰져있으면 CEO가 경영책임자로 지목받는 일을 피할 가능성이 열렸다는 평가다. 검찰은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 이후 지금까지 20여개 기업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모두 CEO를 경영책임자로 지목해왔다. 삼표산업의 경우엔 CEO와 CSO가 있었음에도 채석장 붕괴사고로 그룹 총수가 경영책임자로 지목돼 지난 3월 기소됐다. 이 때문에 사실상 ‘CEO 재판’이 현실화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대형로펌 산업재해 담당 변호사는 “CSO가 진짜로 안전관리 업무권한을 가졌다면 CEO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면서 “앞으로는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로 기재된 ‘대표이사에 준하는 사람’을 두고 더욱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에쓰오일의 경우엔 외국인이 CEO라는 예외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국인이 경영진인 다른 기업들에 무조건 같은 논리를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에쓰오일 사건에선 경영책임자로 지목된 CSO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데다 재판에 넘겨진 13명에게도 모두 중대재해법이 아닌 산안법이 적용된 것도 주목할만 일로 꼽힌다. 검찰이 제시한 근거대로 위험성 평가절차와 사고 위험에 대비한 매뉴얼 등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해놨다면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중대재해법 위반죄로 보긴 어렵다는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대형로펌 파트너변호사는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위험성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미진하면 중대재해법 위반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런 경우는 형법의 업무상 과실치사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검찰이 앞으로 정황과 증거를 깐깐하게 따져 중대재해법과 산안법 중 어떤 것을 적용할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중대재해법 시행 후 6개월 안에 사고가 난 기업의 경우엔 반기 점검 의무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중대재해법 5조는 ‘기업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했는지 반기마다 1회 이상 점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법 시행 후 반기가 지나지 않았을 때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을 두고는 이 조항을 위반했다고 봐야하는 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했다.
한 노동담당 변호사는 “지난해 1~7월 사고가 났던 기업들은 다소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가 생겼다”면서 “해당 기업들은 에쓰오일 사례를 참고해 적극적으로 법리를 보강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