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차열 소재' 에어로젤 새 시장 열것"…'아이원'의 도전장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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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차열 소재'로 불리는 에어로젤이 전기차 배터리 단열 소재로 부상한 가운데 국내 한 중소기업이 선도 업체인 미국 아스펜에어로젤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외부 투자 없이 에어로젤 성형 관련 특허 등록까지 마친 아이원입니다. 기술 탈취 위험 때문에 꼭꼭 숨겨왔던 아이원의 에어로젤을 신정우 아이원 대표가 한경 긱스(Geeks)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지구상 가장 가벼운 차열 소재인 '에어로젤'이 배터리 화재 위험을 줄이는 단열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가 폭발하더라도 운전자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단열 소재 개발에 대한 완성차 업체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폐배터리 운반 시에도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운모 소재를 끼워 넣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나 단열 효과가 크지 않은 게 한계였다. 이에 미국 아스펜에어로젤은 3년 전부터 발전 시설, 송유관, 방위산업용 차열 소재로 사용되던 에어로젤을 배터리팩 단열 시트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미국 아스펜에 도전장을 내민 한 중소기업이 있다. 2020년 세종시에 설립된 아이원이다. 아이원은 아스펜의 공정 방식을 회피하기 위해 상온상압 방식의 전구체 성형 방식에 파고들었다. 초임계 방식의 에어로젤 차열시트 관련해선 아스펜이 특허를 거의 장악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아이원 외에도 지오스 알이엠텍 등이 상온·상압 공정 방식으로 에어로젤 연구에 뛰어들었다.
상온상압 공정은 120℃ 정도에서 평상시 압력으로 오랜 시간 걸려 건조하는 방식이다. 반면 초임계 방식은 '뻥튀기' 기계처럼 고압을 줬다가 압력을 해제하면서 내부에 기공이 생기게 한다.
상온상압에서 에어로젤 단열소재를 만들면 생산 캐파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열을 가하면 에어로겔이 다 날아가기 때문이다. 또 에어로겔의 단열 특성 때문에 내부 건조가 안 되는 문제도 있다.
신정우 아이원 대표는 한경 긱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원이 개발한 에어로플렉스는 끈적끈적한 전구체 상태에서 부품을 성형함으로써, 기존 상온상압 방식의 건조 문제를 해소했을 뿐만 아니라 어떤 배터리 모양으로도 맞춤형 성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이원은 에어로젤 소재부터 성형 전 단계인 전구체 상태로 만드는 기술, 전구체로 배터리 부품을 성형하는 기술 모두를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전구체 성형 기술을 앞세워 배터리뿐만 아니라 ESS(에너지저장장치),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 등에 쓰이는 일체형 단열소재 제조까지 겨냥하고 있다.
아이원은 고온에서 탁월한 단열성도 입증했다. 신 대표는 "아이원이 개발한 '에어로플렉스'가 실제 배터리 화재 상황에선 초임계 방식보다 더 나은 단열성을 보인다"며 "아스펜 에어로젤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초임계 방식의 에어로젤은 90℃ 정도의 온도에서는 단열성이 높지만 600℃ 이상 고온에서 내부 기공이 깨지며 단열성이 저하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초임계 소재 자체의 특성 보다는 그 뒷부분의 공정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에어로젤은 '꿈의 차열 소재'로 불렸지만 신 대표가 2020년 아이원을 창업할 때까지만 해도 2차 전지 소재로 쓰일 줄 몰랐다. 지구상 가장 가벼운 단열재인 만큼 산업용 배관, 건축·방위산업용 단열재로 개발됐다. 3년 전부터 이차전지 배터리 열폭주 문제가 불거지면서 배터리 단열 패드에 에어로겔을 적용하는 연구개발이 본격화했다. 에어로젤은 단열성이 뛰어나지만 잘 부서지는 물성 때문에 배터리 부품에 적용이 쉽지 않았다.
삼성 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배터리 제조사는 운모인 마이카 소재를 배터리셀에 섞어 쓰고 있지만, 단열 효과엔 한계가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차열소재 개발 요구가 커지면서 미국 아스펜이 먼저 배터리 차열용 에어로젤 시트 개발에 나선 것이다.
미국 아스펜에 도전장을 내민 신 대표는 "실리콘 기반 단열 시트는 고온에 취약해 화재 시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배터리 제조업체도 기존 운모 소재 마이카를 대체할 에어로젤 단열 소재가 제품화되면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도 내다봤다.
1966년생으로 충남대 섬유공학 박사를 수료한 신 대표는 산업용 소재 한 우물만 판 연쇄 창업가다. 2000~2005년 부직포 단열 소재 회사 지투컴을 설립·운영했으며, 이후 알이엠텍 기술이사로 일했다.
아이원은 2020년 설립됐지만, 10년 넘게 에어로젤 연구에 몰두해 온 전문 연구인력 10명이 뭉쳤다. 에어로젤을 성형해 부품화하는 쪽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코팅 및 가공 분야 전문가인 권동주 전무를 연구소장으로 영입했다.
신 대표는 지금껏 외부 투자 없이 회사를 운영했다. 최근 세종 시내 제조 공장을 설립했으며, 올해 연말까지 초기 양산 대응에 필요한 설비 구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신 대표는 "첨단 기술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며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들더라도 우리만의 기술력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창업 이후 애로 사항으로 기술 유출 위험을 꼽았다. 그는 "선진국은 중소기업 기술 보호에 대해 도덕적인 컨센서스가 이미 만들어져 있지만 한국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가 이번 인터뷰에 나선 것도 전구체 성형 부분 특허 등록으로 기술 보호장치가 어느 정도 마련됐다고 판단해서다.
그는 "이제 시장 확대를 위해 완제품을 만들어갈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원은 대량 생산을 위해 중견·대기업과 합작사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운모 소재를 끼워 넣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나 단열 효과가 크지 않은 게 한계였다. 이에 미국 아스펜에어로젤은 3년 전부터 발전 시설, 송유관, 방위산업용 차열 소재로 사용되던 에어로젤을 배터리팩 단열 시트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미국 아스펜에 도전장을 내민 한 중소기업이 있다. 2020년 세종시에 설립된 아이원이다. 아이원은 아스펜의 공정 방식을 회피하기 위해 상온상압 방식의 전구체 성형 방식에 파고들었다. 초임계 방식의 에어로젤 차열시트 관련해선 아스펜이 특허를 거의 장악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아이원 외에도 지오스 알이엠텍 등이 상온·상압 공정 방식으로 에어로젤 연구에 뛰어들었다.
전구체 성형 기술로 차별화
상온상압 공정은 120℃ 정도에서 평상시 압력으로 오랜 시간 걸려 건조하는 방식이다. 반면 초임계 방식은 '뻥튀기' 기계처럼 고압을 줬다가 압력을 해제하면서 내부에 기공이 생기게 한다.
상온상압에서 에어로젤 단열소재를 만들면 생산 캐파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열을 가하면 에어로겔이 다 날아가기 때문이다. 또 에어로겔의 단열 특성 때문에 내부 건조가 안 되는 문제도 있다.
신정우 아이원 대표는 한경 긱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원이 개발한 에어로플렉스는 끈적끈적한 전구체 상태에서 부품을 성형함으로써, 기존 상온상압 방식의 건조 문제를 해소했을 뿐만 아니라 어떤 배터리 모양으로도 맞춤형 성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이원은 에어로젤 소재부터 성형 전 단계인 전구체 상태로 만드는 기술, 전구체로 배터리 부품을 성형하는 기술 모두를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전구체 성형 기술을 앞세워 배터리뿐만 아니라 ESS(에너지저장장치),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 등에 쓰이는 일체형 단열소재 제조까지 겨냥하고 있다.
"고온에서 더 나은 단열성"
아이원은 고온에서 탁월한 단열성도 입증했다. 신 대표는 "아이원이 개발한 '에어로플렉스'가 실제 배터리 화재 상황에선 초임계 방식보다 더 나은 단열성을 보인다"며 "아스펜 에어로젤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초임계 방식의 에어로젤은 90℃ 정도의 온도에서는 단열성이 높지만 600℃ 이상 고온에서 내부 기공이 깨지며 단열성이 저하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초임계 소재 자체의 특성 보다는 그 뒷부분의 공정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에어로젤은 '꿈의 차열 소재'로 불렸지만 신 대표가 2020년 아이원을 창업할 때까지만 해도 2차 전지 소재로 쓰일 줄 몰랐다. 지구상 가장 가벼운 단열재인 만큼 산업용 배관, 건축·방위산업용 단열재로 개발됐다. 3년 전부터 이차전지 배터리 열폭주 문제가 불거지면서 배터리 단열 패드에 에어로겔을 적용하는 연구개발이 본격화했다. 에어로젤은 단열성이 뛰어나지만 잘 부서지는 물성 때문에 배터리 부품에 적용이 쉽지 않았다.
삼성 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배터리 제조사는 운모인 마이카 소재를 배터리셀에 섞어 쓰고 있지만, 단열 효과엔 한계가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차열소재 개발 요구가 커지면서 미국 아스펜이 먼저 배터리 차열용 에어로젤 시트 개발에 나선 것이다.
미국 아스펜에 도전장을 내민 신 대표는 "실리콘 기반 단열 시트는 고온에 취약해 화재 시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배터리 제조업체도 기존 운모 소재 마이카를 대체할 에어로젤 단열 소재가 제품화되면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도 내다봤다.
에어로젤 연구만 10년
1966년생으로 충남대 섬유공학 박사를 수료한 신 대표는 산업용 소재 한 우물만 판 연쇄 창업가다. 2000~2005년 부직포 단열 소재 회사 지투컴을 설립·운영했으며, 이후 알이엠텍 기술이사로 일했다.
아이원은 2020년 설립됐지만, 10년 넘게 에어로젤 연구에 몰두해 온 전문 연구인력 10명이 뭉쳤다. 에어로젤을 성형해 부품화하는 쪽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코팅 및 가공 분야 전문가인 권동주 전무를 연구소장으로 영입했다.
신 대표는 지금껏 외부 투자 없이 회사를 운영했다. 최근 세종 시내 제조 공장을 설립했으며, 올해 연말까지 초기 양산 대응에 필요한 설비 구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신 대표는 "첨단 기술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며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들더라도 우리만의 기술력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창업 이후 애로 사항으로 기술 유출 위험을 꼽았다. 그는 "선진국은 중소기업 기술 보호에 대해 도덕적인 컨센서스가 이미 만들어져 있지만 한국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가 이번 인터뷰에 나선 것도 전구체 성형 부분 특허 등록으로 기술 보호장치가 어느 정도 마련됐다고 판단해서다.
그는 "이제 시장 확대를 위해 완제품을 만들어갈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원은 대량 생산을 위해 중견·대기업과 합작사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