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없고 '리니지 아류'만…실적 반토막 난 K게임, 앞길이 더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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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신화 갇혀 신작개발 소홀
엔씨 '리니지' 대체할 작품 없고
펄어비스 '검은사막' 후속 못내놔
엔씨 '리니지' 대체할 작품 없고
펄어비스 '검은사막' 후속 못내놔
엔씨소프트는 매출의 대부분을 ‘리니지 시리즈’에 의존한다. 지난 2분기 이 회사 모바일 게임 매출 4752억원 중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삼총사의 비중이 99%에 이른다. 1998년 출시된 리니지는 엔씨소프트의 역사다. 엔씨소프트는 중세풍의 판타지 세계에서 승부욕을 자극하는 공성전 콘텐츠를 내세워 국내에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유행을 일으켰다. 다른 게임사들이 이 성공 전략을 따라 하면서 리니지와 비슷한 게임들을 가리키는 ‘리니지라이크(like)’란 신조어가 업계 용어로 자리 잡을 정도였다.
설상가상으로 이 회사는 신작 3종의 출시 시점을 올 하반기에서 내년으로 연기했다. 올 3분기 내놓을 퍼즐 게임 ‘퍼즈업: 아미토이’와 12월 출시 예정인 ‘쓰론앤리버티(TL)’ 정도가 연내 출시 목록에서 살아남았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경영진 차원에서 (신작 출시 지연의) 문제점을 숙지하고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겠다”며 “전사적인 프로세스와 구조를 점검하며 새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넥슨과 함께 업계 ‘톱3’였던 넷마블도 신작 부재로 고심하고 있다. 이렇다 할 신작을 내놓지 못한 채 여섯 분기째 적자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리니지처럼 든든한 캐시카우가 없다 보니 적자 폭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는 설명이다. 넷마블은 지난달 ‘신의 탑: 새로운 세계’ 출시를 시작으로 올해 8종의 신작을 ‘살포’한다. 내년엔 신작 수를 올해보다 줄이기로 공언한 만큼 이번 신작들의 성공이 절실하다.
다른 게임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펄어비스는 MMOPRG ‘검은사막’을 2014년 출시한 이후 신작이 없다. 연내 ‘붉은사막’ 개발을 완료하기로 했지만 출시 시점은 불투명하다.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크래프톤은 지난해 12월 출시한 액션 공상과학(SF) 게임 ‘칼리스토프로토콜’의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며 쓴맛을 봤다.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 산하 개발사는 이 게임의 개발 인력을 최근 감축했다.
MMORPG가 젊은 층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신호도 나온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PC 게임으로 MMORPG 등 RPG를 선호하는 비율은 세대가 내려갈수록 낮아졌다. 이 비율은 1981~1988년생(46%), 1989~1995년생(42%) 등 M세대에서 40% 이상으로 나타났지만, Z세대(1996년 이후 출생)는 29%에 그쳤다. Z세대는 공성 전략게임(AOS, 36%), 슈팅 게임(34%) 등을 더 선호했다.
업계 관계자는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1020세대는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MMORPG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슈팅 게임이나 가상 세계를 자유롭게 탐험하는 ‘오픈월드’ 장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소비력을 갖춘 30대 이상 MMORPG 이용자의 과금 경쟁을 유도하는 쪽으로 사업 모델을 설계했던 게임사들은 Z세대에 맞춰 사업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신작 성공 압박에 쪼들리는 K게임
리니지란 거목은 엔씨소프트의 성장을 막는 그림자로 변했다. 이 회사는 지난 2분기 매출 4402억원, 영업이익 35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30%, 71% 급감했다. 같은 기간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이 5094억원에서 3399억원으로 33% 쪼그라든 여파였다. 그사이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대체할 만한 신작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 11일 엔씨소프트 주가는 26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7년 전인 2016년 말과 비슷한 수준이다.설상가상으로 이 회사는 신작 3종의 출시 시점을 올 하반기에서 내년으로 연기했다. 올 3분기 내놓을 퍼즐 게임 ‘퍼즈업: 아미토이’와 12월 출시 예정인 ‘쓰론앤리버티(TL)’ 정도가 연내 출시 목록에서 살아남았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경영진 차원에서 (신작 출시 지연의) 문제점을 숙지하고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겠다”며 “전사적인 프로세스와 구조를 점검하며 새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넥슨과 함께 업계 ‘톱3’였던 넷마블도 신작 부재로 고심하고 있다. 이렇다 할 신작을 내놓지 못한 채 여섯 분기째 적자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리니지처럼 든든한 캐시카우가 없다 보니 적자 폭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는 설명이다. 넷마블은 지난달 ‘신의 탑: 새로운 세계’ 출시를 시작으로 올해 8종의 신작을 ‘살포’한다. 내년엔 신작 수를 올해보다 줄이기로 공언한 만큼 이번 신작들의 성공이 절실하다.
다른 게임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펄어비스는 MMOPRG ‘검은사막’을 2014년 출시한 이후 신작이 없다. 연내 ‘붉은사막’ 개발을 완료하기로 했지만 출시 시점은 불투명하다.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크래프톤은 지난해 12월 출시한 액션 공상과학(SF) 게임 ‘칼리스토프로토콜’의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며 쓴맛을 봤다.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 산하 개발사는 이 게임의 개발 인력을 최근 감축했다.
MMORPG·모바일 집착에 트렌드 놓쳐
업계에선 K게임 부진 배경으로 MMORPG 일변도인 포트폴리오를 들고 있다. 13일 앱 시장 분석 서비스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게임 앱 매출 규모(안드로이드 기준)에서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MMORPG는 7개다. 나머지 2개는 수집형 RPG, 1개는 스포츠 게임이다. 해외 시장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이날 미국에서 매출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MMORPG는 전무했다. 중국은 2개뿐(IOS 기준)이었다.MMORPG가 젊은 층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신호도 나온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PC 게임으로 MMORPG 등 RPG를 선호하는 비율은 세대가 내려갈수록 낮아졌다. 이 비율은 1981~1988년생(46%), 1989~1995년생(42%) 등 M세대에서 40% 이상으로 나타났지만, Z세대(1996년 이후 출생)는 29%에 그쳤다. Z세대는 공성 전략게임(AOS, 36%), 슈팅 게임(34%) 등을 더 선호했다.
업계 관계자는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1020세대는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MMORPG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슈팅 게임이나 가상 세계를 자유롭게 탐험하는 ‘오픈월드’ 장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소비력을 갖춘 30대 이상 MMORPG 이용자의 과금 경쟁을 유도하는 쪽으로 사업 모델을 설계했던 게임사들은 Z세대에 맞춰 사업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