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침체기 정면돌파…내년 실적으로 보여주겠다"
“어려운 시기지만, 맥주를 기반으로 한국 미식 문화를 선도하고 싶은 초심엔 변함이 없습니다.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위기를 극복할 겁니다.”

지난 9일 제주 한림읍 제주맥주 양조장에서 만난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사진)는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겠지만, 품질만큼은 그 어떤 수제맥주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표는 2012년 미국 수제맥주 업체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아시아 첫 자매 양조장을 제주에 건립하며 수제맥주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5년 법인을 설립했으며 2년 뒤 내놓은 ‘제주위트에일’로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제주맥주는 최근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는 무알코올 맥주 ‘제주 누보’,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오크통에서 장시간 숙성한 한정판 맥주 ‘배럴 시리즈’, 신맛이 나는 사워비어 한정판 라인업 ‘아티장 에일’ 등이 대표적이다.

제주맥주가 고마진 전략을 강화하는 배경엔 급속도로 악화한 실적이 있다. 제주맥주는 최근 전체 임직원의 40%를 감축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4% 줄고 영업손실은 39.3% 늘어나는 등 실적이 악화일로를 거듭하자 내린 고육지책이었다. 문 대표 역시 실적 회복 때까지 급여를 받지 않기로 했다.

한때 뜨거웠던 수제맥주 시장은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원부재료값도 크게 올랐다. 그는 “일부 품목은 코로나19 이후 많게는 400%까지 올랐다”며 “알루미늄 캔 가격도 두 배 이상 상승했다”고 했다. 국내 수제맥주 업체들은 맥주의 원료가 되는 맥아(싹을 틔운 보리)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맥아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두 배 넘게 급등했다.

문 대표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최근 주류 트렌드가 수제맥주에서 위스키, 전통주 등으로 빠르게 옮겨갔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새뮤얼애덤스’를 통해 미국 최대 수제맥주 제조사가 된 보스턴비어를 제주맥주의 롤모델로 삼아 절치부심하고 있다. 확고한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를 기반으로 시작해 수제맥주 업체로는 드물게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기 때문이다.

제주맥주는 최근 대한제분의 ‘곰표밀맥주’ 사업권을 가져와 국내 수제맥주 시장 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렸다. 제주맥주가 실적 턴어라운드의 원년으로 삼은 시기는 내년이다. 지난 6월 인수계약을 맺은 외식업체 달래해장 인수작업도 연내 마무리된다.

제주=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