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새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고정금리형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5월과 6월 두 달 연속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변동금리형 주담대를 찾는 금융 소비자는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아 주담대 금리도 곧 떨어질 것이란 기대가 시장에 확산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이 강경한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면서 국내 주담대 금리가 오르고 있어 변동금리형 주담대를 이용한 차주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변동금리 주담대 비중 7.6%p↑

13일 한은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이 6월 새로 취급한 주담대에서 고정금리(혼합형) 유형이 차지한 비중은 73.1%로 조사됐다. 5월(77%)과 비교해 한 달 새 3.9%포인트 떨어졌다. 고정금리 주담대 비중은 4월 80.7%를 기록하며 대세로 자리잡는 모습을 보이다가 이후 6월까지 2개월 연속 낮아졌다. 반면 변동금리형 주담대 비중은 4월 19.3%에서 5월 23%로 뛰더니 6월 26.9%로 2개월 사이 7.6%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빚 불안한데…고정금리 주담대 감소세
주담대에서 고정금리형 비중이 낮아지는 이유는 기준금리가 더 이상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고정금리 대신 변동금리형 주담대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변동금리형 주담대 상품은 보통 6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데, 6개월 사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비해 고정금리형 주담대를 이용한 차주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춰도 이자 부담이 줄지 않기 때문에 금리 인하기엔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2.7%)과 7월(2.3%) 모두 전년 동월 대비 2%대로 낮아진 만큼 한은이 경기 침체를 감수하고 기준금리를 더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갈수록 힘이 실리고 있다.

주담대 금리도 상승세

문제는 국내 주담대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한은의 기준금리 외에도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데도 최근 주담대 금리는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6월 1일 연 3.91~6.1%에서 이달 11일 연 4.27~6.04%로 최저금리 기준으로 0.36%포인트 뛰었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원인은 국내 주담대 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국채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6월 Fed가 올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추가로 인상하겠다며 강경한 긴축 기조를 재확인한 점이 미 국채 및 국내 은행채 금리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28일 일본 국채 금리 상한을 연 0.5%에서 연 1.0%로 올리며 사실상 긴축 신호를 보낸 점도 미 국채와 국내 주담대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담대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변동금리형 주담대 비중이 확대되면서 향후 가계대출 불안 문제가 심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근 주담대 잔액마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 예상치 못한 경기 충격으로 금리가 갑자기 튀어오를 경우 가계 소비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7월 말 기준 820조8000억원으로 한 달 만에 6조원 불어났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