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가운데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커지면서 환율에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일 무역적자마저 커지면 원화 가치가 더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일 무역적자는 지난 6, 7월 두 달 연속 대중 무역적자를 앞질렀다. 6월 대일 무역수지는 17억8000만달러 적자로 중국(13억달러 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4억8000만달러 컸다. 7월에도 대일 무역적자는 15억3000만달러로 중국(12억7000만달러)보다 많았다. 이에 따라 6, 7월 두 달간 대일 무역적자는 중동을 제외하면 가장 많았다.

특히 일본에서의 반도체 수입액은 6월 5억2300만달러로 5월(2억6000만달러)의 2배가량으로 뛰었다. 일본 반도체 검사기기 수입액도 5월 4200만달러에서 6월 9300만달러, 7월 9600만달러로 증가하는 추세다. 일본에서의 반도체 수입액은 한·일 무역분쟁이 발발한 해인 2019년을 제외하고 관계가 악화한 2020~2022년에도 매년 불어났다. 관계가 정상화된 올해는 반도체 수입액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중 무역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일 무역적자마저 커지면 전체 무역수지와 원화 가치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8월 1~10일 한국의 무역수지는 30억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6~7월 월간 기준으로 무역수지가 흑자였지만 이달 들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6~7월의 무역수지 흑자 역시 수출이 증가해서가 아니라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감소한 데 따른 ‘불황형 흑자’였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