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공무원인데 2억8000만원 손해"…HMM 주주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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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악화에 매각도 걱정 '언제 볕들까'
HMM 주가 부진…2분기 영업익 시장 기대치 밑돌아
컨테이너운임 1년새 76% 하락한 탓
산은·해진공 HMM 매각 절차 진행중
"인수 주체, 매각 방법이 주가 방향성 결정할 것"
HMM 주가 부진…2분기 영업익 시장 기대치 밑돌아
컨테이너운임 1년새 76% 하락한 탓
산은·해진공 HMM 매각 절차 진행중
"인수 주체, 매각 방법이 주가 방향성 결정할 것"
"HMM 2만원에 물렸는데 어떡하죠?" (HMM 주주 A씨)
이달 초 한 네티즌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글이다. 공무원이라고 밝힌 다른 네티즌은 댓글로 "나는 2억8000만원 손해 보고 있어 힘내"라며 씁쓸한 위로를 전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HMM의 주가는 1만70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달 25일엔 1만6080원까지 곤두박질치며 52주 최저가를 새로 썼다. 5월 초 이후 HMM의 주가는 3개월째 2만원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높은 수익률 덕에 흠슬라(HMM+테슬라)라고 불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2020년 3월 2000원대에 머무르던 HMM의 주가는 해운업 호황에 힘입어 2021년 5월 5만1000원까지 뛰었다. 1년 2개월 새 주가가 24배 뛴 셈이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은 당시 미국 증시에서 주가가 연일 치솟았던 테슬라에 빗대 HMM을 테슬라에 빗대어 불렀다.
하지만 올 들어 주가가 주춤하자 개인 투자자들은 HMM에서 발을 빼고 있다. 개인은 올초부터 직전 거래일까지 HMM을 857억원가량 순매도했다. 기관도 426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반면 외국인은 홀로 1236억원을 순매수했다.
실적에 대한 우려가 주가를 짓누르는 모양새다. HMM의 2분기 영업익은 전년 동기 대비 95% 줄어든 1602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 기대치(2669억원)를 40%가량 밑돌았다. 매출액은 58% 감소한 2조1230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7.5%로 전 분기(14.7%)의 절반 수준이었다.
HMM의 매출 대부분은 컨테이너 운송에서 나오는데, 컨테이너 운임이 하락해 수익성이 악화했다. 2분기 평균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년 동기 대비 76.6% 낮은 983.5였다. SCFI는 대표적인 컨테이너 운임 지표다. SCFI는 지난해 1월 사상 최고치인 5109.6까지 치솟았지만, 올해 들어선 1000대에서 머무르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공급망이 정상화하며 과열됐던 컨테이너 운임이 하락하고 있다.
해운 운임이 더 내려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컨테이너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기 때문이다. 팬데믹 당시 호황을 맞았던 해운사들은 컨테이너선들을 대량으로 발주했는데, 올해부터 새로 건조된 선박이 본격적으로 인도된다. 하지만 물동량은 줄어 선박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올해 북미항로 물동량은 전년 대비 8.4% 하락한 2020만TEU(1ET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3수기는 전통적인 해운 업계의 성수기"라면서도 "HMM이 성수기 효과를 누리긴 어려울 것이며 업황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권리를 행사하며 2억주가 추가 발행될 것"이라며 HMM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2만2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낮췄다. 투자의견은 '시장수익률(마켓퍼폼)'을 유지했다. 업황이 악화하자 HMM의 매각에도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망이 밝은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선 당연한 일인데, HMM의 전방 업황은 어려워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며 "현재 인수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향후 HMM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HMM의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주식을 매각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가진 구주 1억9879만156주와 10월 콜옵션(상환청구권) 행사시점이 도래하는 전환사채(CB) 4000억원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6000억원 등 영구채 1조원어치(2억주)를 주식으로 전환해 함께 매각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매각하기로 한 주식을 모두 인수하면 지분 57.9%를 확보하게 된다. SM그룹과 하림그룹, 동원그룹, LX그룹 등이 인수전에 참여했다.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건 SM그룹이다. 이달 초 SM그룹은 100억원 상당의 HMM 주식 50만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이에 따라 SM그룹의 지분율은 기존 6.56%에서 6.66%로 높아졌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이어 3대 주주다. 다만 SM그룹이 HMM 인수 자금으로 책정한 4조5000억원은 매각 예상가에 비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HMM의 매각 대금은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시장에서 거론된다.
HMM에 대해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황 반등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변수는 매각"이라며 "인수 주체, 주주가치 희석 정도에 따라 주가의 방향성이 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HMM 매각 예비입찰은 오는 21일 마감된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이달 초 한 네티즌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글이다. 공무원이라고 밝힌 다른 네티즌은 댓글로 "나는 2억8000만원 손해 보고 있어 힘내"라며 씁쓸한 위로를 전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HMM의 주가는 1만70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달 25일엔 1만6080원까지 곤두박질치며 52주 최저가를 새로 썼다. 5월 초 이후 HMM의 주가는 3개월째 2만원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높은 수익률 덕에 흠슬라(HMM+테슬라)라고 불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2020년 3월 2000원대에 머무르던 HMM의 주가는 해운업 호황에 힘입어 2021년 5월 5만1000원까지 뛰었다. 1년 2개월 새 주가가 24배 뛴 셈이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은 당시 미국 증시에서 주가가 연일 치솟았던 테슬라에 빗대 HMM을 테슬라에 빗대어 불렀다.
하지만 올 들어 주가가 주춤하자 개인 투자자들은 HMM에서 발을 빼고 있다. 개인은 올초부터 직전 거래일까지 HMM을 857억원가량 순매도했다. 기관도 426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반면 외국인은 홀로 1236억원을 순매수했다.
실적에 대한 우려가 주가를 짓누르는 모양새다. HMM의 2분기 영업익은 전년 동기 대비 95% 줄어든 1602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 기대치(2669억원)를 40%가량 밑돌았다. 매출액은 58% 감소한 2조1230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7.5%로 전 분기(14.7%)의 절반 수준이었다.
HMM의 매출 대부분은 컨테이너 운송에서 나오는데, 컨테이너 운임이 하락해 수익성이 악화했다. 2분기 평균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년 동기 대비 76.6% 낮은 983.5였다. SCFI는 대표적인 컨테이너 운임 지표다. SCFI는 지난해 1월 사상 최고치인 5109.6까지 치솟았지만, 올해 들어선 1000대에서 머무르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공급망이 정상화하며 과열됐던 컨테이너 운임이 하락하고 있다.
해운 운임이 더 내려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컨테이너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기 때문이다. 팬데믹 당시 호황을 맞았던 해운사들은 컨테이너선들을 대량으로 발주했는데, 올해부터 새로 건조된 선박이 본격적으로 인도된다. 하지만 물동량은 줄어 선박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올해 북미항로 물동량은 전년 대비 8.4% 하락한 2020만TEU(1ET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3수기는 전통적인 해운 업계의 성수기"라면서도 "HMM이 성수기 효과를 누리긴 어려울 것이며 업황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권리를 행사하며 2억주가 추가 발행될 것"이라며 HMM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2만2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낮췄다. 투자의견은 '시장수익률(마켓퍼폼)'을 유지했다. 업황이 악화하자 HMM의 매각에도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망이 밝은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선 당연한 일인데, HMM의 전방 업황은 어려워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며 "현재 인수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향후 HMM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HMM의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주식을 매각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가진 구주 1억9879만156주와 10월 콜옵션(상환청구권) 행사시점이 도래하는 전환사채(CB) 4000억원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6000억원 등 영구채 1조원어치(2억주)를 주식으로 전환해 함께 매각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매각하기로 한 주식을 모두 인수하면 지분 57.9%를 확보하게 된다. SM그룹과 하림그룹, 동원그룹, LX그룹 등이 인수전에 참여했다.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건 SM그룹이다. 이달 초 SM그룹은 100억원 상당의 HMM 주식 50만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이에 따라 SM그룹의 지분율은 기존 6.56%에서 6.66%로 높아졌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이어 3대 주주다. 다만 SM그룹이 HMM 인수 자금으로 책정한 4조5000억원은 매각 예상가에 비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HMM의 매각 대금은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시장에서 거론된다.
HMM에 대해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황 반등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변수는 매각"이라며 "인수 주체, 주주가치 희석 정도에 따라 주가의 방향성이 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HMM 매각 예비입찰은 오는 21일 마감된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