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은 골퍼의 필수품 중 하나다. 장갑을 안 끼면 땀으로 인해 손에서 클럽이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에 프로는 물론 아마추어도 무조건 준비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8·미국)는 손에 딱 맞는 장갑을 끼기 위해 손을 석고로 뜬 뒤 맞춤 장갑을 만들어 썼다.

하지만 장갑 없이도 세계 최대 골프무대인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제패한 골퍼가 있다. 윈덤 챔피언십에 이어 페덱스세인트주드 챔피언십까지 2주 연속 우승컵을 들어 올린 루카스 글로버(44·미국)가 주인공이다.

글로버는 “장갑을 끼고 경기하는 게 한 번도 편했던 적이 없다”며 “더운 날만 아니면 (장갑 없이) 할 만하다”고 말했다. 글로버의 옛 스윙 코치는 제자 손에 굳은살이 생길까 봐 손가락 부분을 자른 장갑을 건넸지만 글로버는 이마저도 거절했다고 한다.

페덱스세인트주드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는 글로버가 장갑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보여주는 무대였다. 대회장 기온이 최고 43도까지 치솟는 등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흘렀지만 글로버는 장갑을 거부했다. 대신 채가 미끄러지는 걸 막기 위해 손을 차가운 물에 수시로 담갔다. 티샷을 앞두고 티잉 에어리어 옆에 있는 아이스박스에 손을 넣었다가 빼기를 반복했다.

글로버는 “얼음물에 오랫동안 손을 넣으면 손바닥에 있는 땀샘이 10~15분간 닫힌다”며 “이때 샷을 하면 안 미끄러진다”고 설명했다.

글로버와 반대로 장갑 벗기를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선수도 있다. 대다수 선수가 퍼팅할 때는 예민한 손끝 감각을 살리기 위해 장갑을 벗지만 메이저대회 최다승 기록(18승) 보유자인 잭 니클라우스(83·미국)는 예외였다. 퍼터 그립을 단단히 쥐기 위해 장갑을 벗지 않았다. 여자 프로선수인 렉시 톰프슨(28·미국)과 펑산산(34·중국) 등도 니클라우스와 같은 이유로 퍼팅할 때 장갑을 낀다. 지금은 아니지만 김주형(21)도 한때 그랬다.

한술 더 떠 양손에 장갑을 끼고 필드를 누빈 선수도 있었다. 2012년 PGA투어 맥글래드리클래식에서 토미 게이니(48·미국)는 양손 장갑을 끼고 우승을 차지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는 퍼팅뿐만 아니라 샷을 할 때도 양손에 장갑을 꼈다. 독학으로 골프를 익힌 그는 “어린 시절 야구를 하다가 골프로 종목을 바꿨지만 양손 장갑을 끼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고 했다.

‘장갑파’와 ‘비(非)장갑파’를 막론하고 샷을 한 뒤엔 모두 장갑을 벗고 이동한다. 더운 날씨에 장갑을 벗지 않으면 땀으로 인해 손과 장갑이 밀착되지 않아 그립감을 잃기 때문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