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에 그칠 것으로 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내년에 2.3~2.4% 성장을 예상하는 것보다 비관적이다.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인 비구이위안의 파산 우려가 커지는 점도 변수다.

글로벌IB의 경고 "韓, 올해 이어 내년도 1%대 저성장"
1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골드만삭스, JP모간, HSBC, UBS, 노무라 등 8개 글로벌 IB가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밝힌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9%로 집계됐다. 한 달 전(2.0%)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이들 IB가 본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1%다.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세 곳은 한국 경제가 올해 1%대 성장을 기록한 뒤 내년에는 2%대 성장 궤도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씨티·JP모간(내년 전망치 1.8%), UBS(1.7%), HSBC(1.6%), 노무라(1.5%) 등 5개 IB는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1%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IB 예상대로 한국이 2년 연속 1%대 성장을 하면 경제성장률 집계를 시작한 1954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한국의 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진 건 다섯 번이었다. 1956년(0.6%)에는 심각한 흉작 때문에, 1980년(-1.6%)엔 2차 오일 쇼크로, 1998년(-5.1%)엔 외환위기 여파로, 2009년(0.8%)엔 글로벌 금융 위기로, 2020년(-0.7%)엔 코로나19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쇼크 수준의 충격에도 이듬해엔 늘 성장률이 빠르게 반등했다. 글로벌 IB들은 이처럼 빠른 반등 가능성이 낮다고 본 것이다.

이는 기재부, 한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과 차이가 난다. 기재부는 지난 7월 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예상했다. 한은과 KDI는 각각 최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성장률을 2.3%로 제시했다.

글로벌 IB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에 대해선 지난해 1.8%에서 올해 1.6%로 하락한 뒤 내년 2.4%로 회복할 것으로 예측했다. 6월 전망 땐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을 1.7%와 2.5%로 제시했지만 한 달 만에 0.1%포인트씩 낮췄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