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심포니 지휘자 워크숍…30대 지휘자 3명 각기 다른 해석으로 지휘
"연주자 대비 지휘자 교육 빈약…경쟁 아닌 비교하며 서로 배워야"
오케스트라 앞에 선 젊은 지휘자…"연주자들 마음 사로잡아야죠"
한껏 긴장된 표정으로 오케스트라 앞에 선 젊은 지휘자 이해(31)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넨 뒤 지휘봉을 집어 들었다.

연주가 시작되자 얼굴에 긴장감이 서서히 사라지더니, 음악이 고조되는 순간 눈을 치켜뜨거나 지휘봉을 흔드는 손에 힘을 줬다.

바순이 연주에 들어오는 타이밍에는 손짓으로 신호를 주기도 했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는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 베토벤 교향곡 3번이 반복돼 연주됐다.

지휘자는 이해와 김리라(30), 박근태(31) 3명.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워크숍 참가자들이다.

지휘자는 연주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이 해석한 음악을 들려주는 자리다.

내로라하는 실력을 갖춘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장악하는 것은 젊은 지휘자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날 다비드 라일란트 국립심포니 예술감독은 참가자 세 명의 지휘를 옆에서 지켜보며, 손 위치를 조정해주기도 하고, 어떤 연주 부분에는 피드백을 주며 반복해 지휘하게 했다.

김리라는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것보다 다른 반응이 오케스트라에서 돌아왔다.

라일란트가 내가 어떻게 했을 때 오케스트라가 늦어지거나, 빨라졌는지를 말해줬다"며 "전반적으로 제 동작이 연주에 방해되는 경우가 많아서 기본만 받쳐주고 쭉쭉 나가라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말했다.

같은 곡을 지휘하지만, 세 지휘자가 들려준 연주는 달랐다.

지휘자마다 개성이 다르고, 곡에 대한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박근태는 멘덴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 지휘 중 라일란트에게 "이 부분은 소리를 위로 보내고 싶다"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소리가 작아지는 부부이지만, 저는 음악이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마치 다른 세계로 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지휘는 오케스트라 소리에 영향을 주는데, 이걸 올리든 내리든 음악을 느끼고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제 방식이 먹혀서 아주 좋았다"고 만족한 듯 웃었다.

오케스트라 앞에 선 젊은 지휘자…"연주자들 마음 사로잡아야죠"
세 젊은 지휘자들의 개성은 41명의 지원자가 몰린 이번 워크숍에서 이들을 뽑을 때부터 고려했던 요소다.

라일란트는 참가자 선정 기준과 관련해 "음악적인 재능과 감각, 기술적인 능력, 잠재력, 각자의 개성을 봤다"며 "각자의 개성을 보자면 이해는 섬세하고, 김리라는 불꽃 같다.

박근태는 이성과 감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라일란트와 함께 워크숍에 멘토로 참여한 예술경영인 미하일 베커는 "경쟁(compete)이 아닌 비교(compare)를 해보는 자리"라며 "'나는 이런 해결 능력이 있는데, 쟤는 저런 해결 능력이 있네'라고 서로 많이 보고, 배워야 한다.

요즘은 스승이 가르친 것 외에 이런 해결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지휘자에게는 음악적인 역량과 개성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오케스트라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세 사람은 입을 모았다.

특히 콩쿠르에서는 이런 점이 잘 드러난다고 했다.

김리라는 "콩쿠르는 짧은 순간에 나의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

지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여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와 합이 맞아야 한다"며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무대에서 나와 포디움까지 걸어가는 열걸음을 보고 지휘자에 대한 이미지를 정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해 역시 "바이올린 파트를 지휘하는 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을 지휘하는 거다.

연주자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시의 기분이 어떤지 등이 중요하다"며 "악보를 딱 펼쳐놓고 고개를 들었을 때 처음 눈을 마주친 연주자가 웃어주면 마음이 놓인다"고 웃었다.

국립심포니의 지휘자 워크숍은 오케스트라 앞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지휘자들에게 소중한 기회다.

연주자를 대상으로 한 마스터 클래스는 자주 열리지만, 오케스트라를 동원해야 하는 지휘자들의 교육 프로그램은 흔하지 않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다.

라일란트는 "지휘자 교육은 연주자들에게 주어지는 많은 교육 기회에 비해 밑바닥 수준이다.

이런 워크숍이 빈약하다"며 "한국은 각종 콩쿠르에서 1위를 휩쓸고 있다.

지휘 워크숍을 본고장보다 앞장서 하는 만큼, 10년 이내에 한국 지휘 분야도 최고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앞에 선 젊은 지휘자…"연주자들 마음 사로잡아야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