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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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은 택배 종사자의 휴식 보장을 위한 '택배 없는 날'이다. 주요 택배사들의 배송 업무가 이날 멈추지만 유통기업들이 자체 운영하는 주간 및 새벽 배송 서비스는 정상 운영된다. 편의점에선 자체 배송차량을 이용한 점포간 '반값 택배'는 그대로 진행한다. 업계에선 택배 없는 날을 둘러싸고 다시 한번 CJ그룹 계열사와 쿠팡의 갈등이 불거진 데 시선이 모이고 있다.

새벽배송·편의점 반값택배는 '정상 운영'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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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한국통합물류협회 소속 CJ대한통운·한진택배·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주요 택배사들은 이날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하고 이날 업무를 중단했다. 일요일인 지난 13일부터 광복절인 15일까지 해당 택배사들의 배송 업무가 중단된 것. 이에 따라 토요일인 지난 12일 접수한 택배는 16일 이후부터 배송된다.

이에 따라 해당 기간 이들 택배사를 이용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품을 주문할 경우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 업무 중단 택배사를 이용하는 편의점 택배도 일부 중단된다.

택배 없는 날은 택배기사들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통합물류협회 소속 택배사들이 운행을 중단하는 날이다. 고용노동부와 다수 택배사업자가 합의해 2020년부터 매년 8월14일로 정했다.

다만 택배사가 아닌 유통사가 자체 배송망으로 운영하는 익일배송과 새벽배송 서비스는 정상 운영한다.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운영하는 '로켓배송'을 비롯해 SSG닷컴 '쓱배송', 마켓컬리 '샛별배송' 등은 평소와 같이 주문과 배송을 이어간다.

또한 편의점들이 자체 물류망을 이용하는 점포 간 '반값 택배' 역시 수거와 배송이 그대로 진행된다. CU는 오는 20일까지 토스나 번개장터에서 이 회사 반값택배 서비스인 '알뜰택배'를 접수하면 500원을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8월 한 달간 매주 월요일에 포켓CU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알뜰택배를 예약하면 아메리카노 무료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하고 있다.

택배 없는 날에는 편의점으로 택배 수요가 몰렸다. 2021년과 2022년 택배 쉬는 날의 알뜰택배 이용건수는 직전 주보다 각각 70%, 95% 뛰었다.

택배 없는 날 둘러싼 CJ-쿠팡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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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택배 없는 날을 둘러싸고 CJ그룹 계열사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강자 쿠팡의 갈등이 다시 한번 불거져 관심을 끌었다. CJ대한통운이 택배 없는 날 참여 여부를 놓고 쿠팡을 에둘러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사실을 왜곡하는 프레임으로 택배업계의 자발적 노력을 폄훼하는 일부 업체의 행태에 강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대형 택배사가 '우리는 잘 쉬기 때문에 택배 쉬는 날이 필요 없다'며 동참하지 않을 경우 고객을 빼앗길 우려를 가진 중소 택배사들의 참여가 원천 봉쇄된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라며 "택배사들은 쉬고 싶을 때 마음대로 쉴 수 없어 '택배 없는 날'을 만들었다는 왜곡된 주장을 바탕으로 기존 업계를 비난하는 것은 산업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이 거론한 '일부 업체'는 쿠팡으로 추정된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전국택배노조 등은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인 CLS 역시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쿠팡은 "쿠팡 퀵플렉서(쿠팡 상품을 배송하는 대리점 소속의 택배기사)는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쿠팡은 지난 4일 "일반 택배업계는 독점 노선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쉬고 싶으면 하루 25만원가량 드는 외부 택배기사(용차)를 택배기사 본인 부담으로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에서는 대리점이 '백업 기사'를 둬야 계약을 체결하고 있고 CLS 직영 배송 인력인 쿠팡친구도 있어 쿠팡 퀵플렉서는 용차 비용 없이 휴가를 낼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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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은 이를 염두에 둔듯 "'쉬고 싶으면 하루 25만원가량 드는 외부 택배기사(용차)를 택배기사 본인의 부담으로 투입해야 한다' 등 왜곡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휴가를 가는 택배기사 물량을 동료들이 대신 배송해주면 별도 비용이 들지 않고 CJ대한통운은 경조사 발생 시 별도 용차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CJ대한통운 측은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수년간 진행된 택배업계 전체의 노력을 폄훼하는 행위를 소비자들이 '혁신'이라고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며 "시장에서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는 기업이라면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매몰차게 외면하지 말고, 최소한 업계의 노력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앞서 빚어진 CJ제일제당, CJ올리브영 등 CJ그룹 계열사와 쿠팡 간 갈등이 다시 한번 벌어진 것으로 풀이한다.

쿠팡은 CJ그룹 계열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가격 결정권을 둘러싸고 쿠팡과 갈등을 벌인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부터 쿠팡에 즉석밥 '햇반' 등 제품 납품을 중단했다. 이에 쿠팡은 중소형사 제품 중심 프로모션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또한 쿠팡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CJ올리브영을 중소 화장품업체의 쿠팡 납품과 거래를 막았다는 이유로 신고한 바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