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LG전자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LG전자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재무지표를 보던 LG전자 조주완 사장의 입술은 바싹 타들어 갔다. '살인적 물가'에 원자재비·운송비가 뜀박질한 탓이다. "비용을 제때 통제 못하면 실적을 다 갉아 먹을 것"이란 우려가 경영진 사이에서 감돌았다.

고민 끝에 같은 달 최고재무책임자(CFO) 주도로 ‘워룸(전시상황실)’을 꾸렸다. 워룸은 이른바 엉뚱하게 새 나가는 '헛돈'을 막는 데 역량을 쏟았다. 워룸은 올 상반기에만 회사가 2조1000억원가량을 감축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1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올 상반기 원재료비(19조3172억원)와 운반비(1조3443억원)는 20조6615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 원재료비·운반비 합계(22조7792억원)보다 2조1177억원 줄었다. 올 상반기 매출(40조4143억원)이 작년 상반기(40조4330억원)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비용은 큰 폭 줄어든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올 상반기 원재료는 19조3172억원으로 작년 상반기(20조6590억원)보다 1조3418억원가량 줄었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홈어플라이언스앤드에어솔루션)사업본부와 TV사업을 담당하는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가 원재료비 감축을 주도했다. 두 본부는 올 상반기 원재료비를 각각 6314억원, 9517억원가량 줄였다.

H&A본부는 LG화학과 포스코로부터 플라스틱 수지와 철판을 조달한다. 올들어 두 제품 가격이 내려간 데다 다른 제품의 조달처를 다양화하면서 재료비를 낮췄다. HE본부도 TV용 액정표시장치(LCD) 조달 비용 등을 낮추며 비용을 줄였다.

올 상반기 운반비는 1조344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7759억원가량 아꼈다. 이 회사는 제품을 운반하거나 원재료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컨테이너선을 주로 활용한다. 코로나19로 치솟았던 선박 운송료가 정상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6월 말 953.60을 기록했다. 2022년 6월 말(4216.13)에 비해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선박 운송료를 절감하기 위해 컨테이너 선사 등과 운송 계약을 줄줄이 재계약했다.

LG전자는 원자재비와 운송료 흐름이 안정화되는 데다 워룸이 제 역량을 발휘하면서 비용을 절감했다고 봤다. 지난해 10월부터 작동한 워룸은 생산, 구매, 물류 등에 이르는 운영 전반에서 새 나가는 비용을 막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