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검사 처방을 적게 해 병원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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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비즈니스의 시대
김현아 지음
돌베개
275쪽|1만7000원
김현아 지음
돌베개
275쪽|1만7000원
건강을 위해 쓰는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게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낭비를 낳아서다. 김현아 한림대 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가 쓴 <의료 비즈니스의 시대>가 지적하는 한국 의료의 현실이다.
그는 한국을 ‘검사 공화국’이라고 부른다. 건강을 염려하는 환자들은 더 많은 검사를 원한다. 의사가 이상 없어 보인다고 해도 추가 검사를 통해 ‘문제 없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병원도 검사를 좋아하기는 마찬가지다.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가 환자를 면담하며 진료하는 것보다 검사를 하나 더 하는 게 병원 수익성에 좋다.
돈이 들더라도 각종 검사가 대한민국 국민의 전반적인 건강을 향상시킨다면 잦은 검사가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검사 결과의 위양성 때문이다.
이상적인 검사는 질병에 걸린 사람은 100% 양성, 질병이 없는 사람은 100% 음성으로 걸러낸다. 현실에서 그런 완벽한 검사는 없다. 병이 없는 데도 양성으로 뜬다. 반대로 병이 있는 데도 음성으로 나오기도 한다.
류마티스를 진단하기 위한 선별 검사 중에 항핵 항체 검사라는 게 있다. 대학 병원에서 의심 증상이 있어 이 검사를 시행한 경우에도 양성으로 결과가 뜬 사람 중 6.5%만 자가면역질환으로 최종 진단된다. 검사 양성률이 14.4%임을 감안하면, 이는 검사 받은 사람 중 1%에 불과하다.
즉, 100명이 검사받으면 14명이 양성이고, 14명 가운데 1명만이 류마티스로 최종 진단을 받는다는 뜻이다. 검사받는 사람이 늘수록 위양성으로 뜨는 사람도 늘어난다. 10만명이 항핵 항체 검사를 받으면 1만4400명에서 양성이 뜨고, 936명이 최종 진단을 받는다. 일단 양성으로 뜬 1만4400명은 최종 진단을 받기까지 각종 검사를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또 비용이 든다.
TV에 건강 정보 프로그램이 많다. 의사들이 나와 A 질환은 B 검사를 받아보면 진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검사를 부추기는 일종의 ‘공포 마케팅’이다.
병원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진료 수가가 너무 낮기 때문에 검사를 부추겨 돈을 벌지 않으면 경영이 어렵다. 실제로 어떤 병원의 한 교수는 “선생님은 검사를 너무 적게 처방해 우리 병원의 경영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책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나라 의료는 사람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항상 무자비한 가격 후려치기로 대응해 왔는데 그 결과 검사료와 행위료 사이에 심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물론 외국과 비교해 보면 검사료 자체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검사료는 기계와 관련되는 감가상각이나 재료비 등을 따져 수가를 책정하기 때문에 기계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그런대로 보상이 되고 있다.”
책은 검사 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에서 왜 로봇 수술이 인기인지, 기적의 신약을 비싼 돈을 주고 처방받는 게 합리적인지, 요즘 병원엔 왜 이렇게 교수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 많은지 등 한국의 의료 현실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그는 한국을 ‘검사 공화국’이라고 부른다. 건강을 염려하는 환자들은 더 많은 검사를 원한다. 의사가 이상 없어 보인다고 해도 추가 검사를 통해 ‘문제 없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병원도 검사를 좋아하기는 마찬가지다.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가 환자를 면담하며 진료하는 것보다 검사를 하나 더 하는 게 병원 수익성에 좋다.
돈이 들더라도 각종 검사가 대한민국 국민의 전반적인 건강을 향상시킨다면 잦은 검사가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검사 결과의 위양성 때문이다.
이상적인 검사는 질병에 걸린 사람은 100% 양성, 질병이 없는 사람은 100% 음성으로 걸러낸다. 현실에서 그런 완벽한 검사는 없다. 병이 없는 데도 양성으로 뜬다. 반대로 병이 있는 데도 음성으로 나오기도 한다.
류마티스를 진단하기 위한 선별 검사 중에 항핵 항체 검사라는 게 있다. 대학 병원에서 의심 증상이 있어 이 검사를 시행한 경우에도 양성으로 결과가 뜬 사람 중 6.5%만 자가면역질환으로 최종 진단된다. 검사 양성률이 14.4%임을 감안하면, 이는 검사 받은 사람 중 1%에 불과하다.
즉, 100명이 검사받으면 14명이 양성이고, 14명 가운데 1명만이 류마티스로 최종 진단을 받는다는 뜻이다. 검사받는 사람이 늘수록 위양성으로 뜨는 사람도 늘어난다. 10만명이 항핵 항체 검사를 받으면 1만4400명에서 양성이 뜨고, 936명이 최종 진단을 받는다. 일단 양성으로 뜬 1만4400명은 최종 진단을 받기까지 각종 검사를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또 비용이 든다.
TV에 건강 정보 프로그램이 많다. 의사들이 나와 A 질환은 B 검사를 받아보면 진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검사를 부추기는 일종의 ‘공포 마케팅’이다.
병원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진료 수가가 너무 낮기 때문에 검사를 부추겨 돈을 벌지 않으면 경영이 어렵다. 실제로 어떤 병원의 한 교수는 “선생님은 검사를 너무 적게 처방해 우리 병원의 경영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책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나라 의료는 사람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항상 무자비한 가격 후려치기로 대응해 왔는데 그 결과 검사료와 행위료 사이에 심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물론 외국과 비교해 보면 검사료 자체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검사료는 기계와 관련되는 감가상각이나 재료비 등을 따져 수가를 책정하기 때문에 기계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그런대로 보상이 되고 있다.”
책은 검사 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에서 왜 로봇 수술이 인기인지, 기적의 신약을 비싼 돈을 주고 처방받는 게 합리적인지, 요즘 병원엔 왜 이렇게 교수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 많은지 등 한국의 의료 현실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