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이 없는 업체에 한옥 신축을 맡긴 주민들이 보조금의 절반을 반환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고등법원 행정1부는 원고 18명이 전남 나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보조금 교부 결정 취소 및 반환명령 취소’ 행정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15일 밝혔다.

원고 18명은 2010년 전라남도로부터 한옥관광자원화사업지구로 지정받아 1인당 총 4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들은 이 지원금으로 나주시의 한 마을에 한옥을 각각 신축했다. 당시 전라남도는 해당 보조금 사업을 하며 ‘도에서 선정한 한옥시공업체’로 시공 자격을 제한하는 조건을 붙였다. 부실시공과 무자격자 시공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2018년 국민권익위원회 공익 신고를 통해 원고들이 자격업체의 명의만 빌리고 사실상 직영으로 한옥 신축 공사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 사건으로 보조금 사업을 총괄하던 원고 중 1명이 사기죄로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나주시는 보조금 부정 수급을 이유로 원고 18명에게 도·시비 보조금 4000만원을 각각 반환할 것을 통지했다. 원고들은 보조금 반환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제기했으나 기각당하자 다시 행정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원고들이 부분 승소해 보조금 4000만원 중 나주시가 지원한 시비 2000만원만 반환하면 된다는 판결을 받았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기초자치단체가 도비에 관한 보조금 교부 결정을 취소한 권한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도비 반환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나주시가 지급한 원금 보조금은 반환하라고 했다.

원고들은 나주시의 보조금도 반환할 수 없다고 항소했다. “직영 시공이 아니라 공사비만 하도급업자에 직불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자격업체가 직접 시공하지 않고 업체의 명의만 이용해 원고들이 나주시로부터 보조금을 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