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네번째로 기소한 검사가 주목받고 있다. 마피아 같은 조폭에게 중형을 내리기 위해 제정한 리코(RICO)법을 유력 대선 주자에게 적용해 관심을 끌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패니 윌리스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검사장은 리코 법 위반과 위조, 공갈, 허위 진술 및 허위 문서 제출 등을 포함해 모두 13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전 세 번의 기소 때와 달리 이번 기소에 대해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셀프 사면'이 불가능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면 이론적으로 연방 범죄에 대해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지아주에선 주지사가 아닌 별도의 주(州)위원회만 사면할 수 있으며 그 권한이 제한적이다.

리코법은 조직 범죄 대응이 문제가 된 1970년대에 미국 연방 차원에서 만들어진 법이다. 조지아주는 좀더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리코법을 1980년에 통과시켰다. 리코법을 통해 최고 20년형의 징역형 선고가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리코법으로 치명타를 줄 수 있는 구도를 짠 주인공이 윌리스 검사장이다. 그는 지난해 조폭에 리코 법을 적용한 뒤 "리코법은 법 집행기관이 국민들에게 전체 그림을 보여줄 수 있게 하는 도구"라고 말했다.

윌리스 검사장은 변호사 출신인 아버지와 함께 워싱턴DC에 있는 연방법원에 자주 드나들었다. 이런 경험 때문에 하워드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1993년 애틀랜타에 있는 에모리대 로스쿨에 진학했다.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로 일하다 2001년부터 조지아주 검찰청에서 일했다.

그는 2021년 2월에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수사에 착수해 2년 넘게 이 사건을 파고들었다. 민주당원인 윌리스 검사장은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WP와의 인터뷰에서 "민주주의 정부의 책임은 두가지 밖에 없다"며 "첫째는 국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며 둘째는 투표의 중요성"이라고 말했다. 이런 토대 위에서 투표 조작 혐의를 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엄격한 법 적용을 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윌리스 검사장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윌리스를 비롯해 본인을 조사하는 검사들을 "사악하고 끔찍하다"거나 "정신병자"로 몰아세웠다. 윌리스 검사장을 특정해 "애틀랜타에서 온 인종차별 검사"라고 비난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분노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윌리스 검사장은 공개석상에 나올 때 무장 경호원을 동반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를 앞두고 윌리스 검사장 사무실 주변 보안이 강화됐다.

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기소에서 받는 위협이 이전 기소에 비해 훨씬 크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포함해 이번에 함께 기소된 19명은 오는 25일까지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법원에 출석해 검찰의 기소를 받아들이는지 여부를 밝히는 기소인부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

검찰은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 등을 기소하면서 오는 25일까지 검찰에 출두하라고 밝혔다.이번 출석 때는 재판과정이 TV로 생중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