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로 中에 해충 퍼지자…세계 곡물시장 '긴장 [원자재 포커스]
중국 주요 농경지에서 열대거세미나방 예년보다 일찍 발견
벼·옥수수 농사에 치명타 우려… 아시아 쌀값 자극할 가능성도




중국 농경지에 열대거세미나방(fall armyworm) 등 해충이 예년보다 일찍 등장해 작황 부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열대거세미나방은 옥수수 등 작물의 잎, 줄기 등을 갉아 먹어 수확량에 악영향을 미치는 해충이다. 중국이 곡물 수입을 늘리면 아시아 쌀 가격 등의 상승으로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최대 곡물 생산국이자 수입국인 중국의 북부와 남부 농경지에서 열대거세미나방이 예년보다 일찍 발견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열대거세미나방은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해충으로, 다양한 작물을 먹이로 삼아 농업에 해를 끼친다. 열대거세미나방은 특히 옥수수와 벼와 같은 볏과 식물을 ‘선호’하는 특성이 있다.

중국 농업학자들은 열대거세미나방의 이른 등장 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중국의 20개 성에서 열대거세미나방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태풍 독수리가 일으킨 강풍이 이 해충의 이동에 도움이 됐고, 최근의 더운 날씨로 해충 번식까지 잘 됐다. 중국 난징농업대학교의 후가오 교수는 “기후 변화에 따른 기상 이변은 해충의 이동과 발생, 농작물 질병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 같은 문제가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후 교수는 중국 남부에서 애멸구, 입굴파리와 같이 벼에 악영향을 주는 해충이 최근 몇 년 동안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우려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농작물의 해충 피해가 커질 경우, 중국이 곡물 수입을 늘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중국의 동북 3성(헤이룽장·지린·랴오닝성)과 네이멍구 등 동북부 곡창지대는 태풍 독수리에 따른 폭우 피해를 봤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쌀 수입을 늘리면 아시아 쌀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신용평가사 피치도 보고서에서 “중국 북부지역의 폭우로 수확량이 줄어들 전망이라, 세계 쌀 가격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태풍 카눈도 북상하고 있어 추가 충격이 우려된다.

아시아 쌀 가격은 최근 15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가 최근 비(非) 바스마티 백미 수출을 금지하고, 주요 수출국인 태국도 많은 농업용수롤 필요로 하는 벼 대신 다른 작물을 경작하도록 유도하고 있어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