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를 사랑한 日학자' 오무라 교수 수집자료, 한국문학관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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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오무라 마스오 일본 와세다대 명예교수(1933~2023)는 한국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시인 윤동주의 묘소를 처음 발견한 데다 이기영의 <고향> 등 여러 한국 작품들을 일본어로 번역한 인물이어서다. 올 1월 세상을 떠난 그가 평생 수집한 한국문학 자료 2만여점이 한국 품에 안긴다.
국립한국문학관은 16일 "오무라 교수 유족으로부터 소장자료 2만여점을 기증받기로 했다"며 "해외 연구자의 첫 기증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발표했다. 서울 진관동에 터를 잡은 국립한국문학관은 2025년 개관을 목표로 건물 공사 및 자료 구축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오무라 교수는 '윤동주를 사랑한 일본 학자'로 불렸다. 한·중 수교 전인 1985년 윤동주 시인 유족의 부탁을 받아 북간도 룽징(용정)에 있는 윤동주의 묘소를 찾아냈다. 윤동주가 다녔던 광명중학교 학적부, 릿쿄대와 도시샤대의 학적부 등 시인의 삶과 문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자료들도 확인했다.
당시 '일제강점기 저항시인'이자 '한국인이 사랑하는 민족시인'으로 불린 윤동주의 묘소를 처음 발견한 게 일본인이라는 사실에 불만을 표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윤동주의 시를 알리고 관련 연구의 기틀을 닦는 데 오무라 교수가 세운 공로는 부정하기 힘들다.
그는 윤동주의 육필 원고를 최초로 조사하고 검토한 학자로 알려져 있다. 오무라 교수는 1999년 <사진판 윤동주 자필 시고 전집>을 펴냈는데, "윤동주의 육필 원고를 처음 본 학자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유족들의 부탁에 10년 이상 기다려 한국 학자들과 함께 책을 엮은 것으로 전해진다. 1933년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1957년 와세다대 경제학부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한국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이후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 의식과 함께 아시아 국가들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한국문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와세다대 법학부와 어학연구소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어 교육과 한국문학을 연구했다. 남북한과 재일조선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한국문학 연구에 평생을 바쳤고, 이기영의 <고향> 등 한국 주요 작품들을 일본어로 번역했다. 제16회 한국문학번역상(2018), 제28회 용재학술상(2022) 등을 받았다.
국립한국문학관에 기증될 자료 2만여점은 오무라 교수가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해 연구한 자료와 한국과 일본의 연구자들과 주고 받은 서신, 일본에서 출간된 한국문학 관련 자료, 연변‧중국에서 수집한 한국문학 자료 등이다. 이번 기증은 문정희 국립한국문학관장(시인)이 직접 일본 치바현으로 유족 오무라 아키코 여사를 찾아가 설득한 끝에 이뤄졌다. 문 관장은 "오무라 선생이 평생 연구한 자료를 모두 국립한국문학관에 기증하신 뜻을 무겁게 새기겠다"며 "수장시설을 잘 갖춰 오래도록 후학들이 소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무라 교수가 지난해 11월 용재학술상 수상을 위해 한국을 찾았을 때 그를 만났던 문 관장은 "인사를 나눈 지 얼마 안돼 부고 소식이 들려와 큰 충격을 받았다"며 "당시 병세가 깊었는데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한국을 방문했다는 얘기를 뒤늦게 전해 듣고 한국문학에 대한 그의 사랑과 열정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오무라 교수의 자료는 일본 치바현 자택 서고의 모습을 기록하는 아카이브를 제작한 후에 국내로 이관할 예정이다. 국립한국문학관은 기증자료 전시 및 학술대회, 목록집 제작, 현판 제작 등 기증의 뜻을 알리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국립한국문학관은 16일 "오무라 교수 유족으로부터 소장자료 2만여점을 기증받기로 했다"며 "해외 연구자의 첫 기증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발표했다. 서울 진관동에 터를 잡은 국립한국문학관은 2025년 개관을 목표로 건물 공사 및 자료 구축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오무라 교수는 '윤동주를 사랑한 일본 학자'로 불렸다. 한·중 수교 전인 1985년 윤동주 시인 유족의 부탁을 받아 북간도 룽징(용정)에 있는 윤동주의 묘소를 찾아냈다. 윤동주가 다녔던 광명중학교 학적부, 릿쿄대와 도시샤대의 학적부 등 시인의 삶과 문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자료들도 확인했다.
당시 '일제강점기 저항시인'이자 '한국인이 사랑하는 민족시인'으로 불린 윤동주의 묘소를 처음 발견한 게 일본인이라는 사실에 불만을 표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윤동주의 시를 알리고 관련 연구의 기틀을 닦는 데 오무라 교수가 세운 공로는 부정하기 힘들다.
그는 윤동주의 육필 원고를 최초로 조사하고 검토한 학자로 알려져 있다. 오무라 교수는 1999년 <사진판 윤동주 자필 시고 전집>을 펴냈는데, "윤동주의 육필 원고를 처음 본 학자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유족들의 부탁에 10년 이상 기다려 한국 학자들과 함께 책을 엮은 것으로 전해진다. 1933년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1957년 와세다대 경제학부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한국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이후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 의식과 함께 아시아 국가들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한국문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와세다대 법학부와 어학연구소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어 교육과 한국문학을 연구했다. 남북한과 재일조선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한국문학 연구에 평생을 바쳤고, 이기영의 <고향> 등 한국 주요 작품들을 일본어로 번역했다. 제16회 한국문학번역상(2018), 제28회 용재학술상(2022) 등을 받았다.
국립한국문학관에 기증될 자료 2만여점은 오무라 교수가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해 연구한 자료와 한국과 일본의 연구자들과 주고 받은 서신, 일본에서 출간된 한국문학 관련 자료, 연변‧중국에서 수집한 한국문학 자료 등이다. 이번 기증은 문정희 국립한국문학관장(시인)이 직접 일본 치바현으로 유족 오무라 아키코 여사를 찾아가 설득한 끝에 이뤄졌다. 문 관장은 "오무라 선생이 평생 연구한 자료를 모두 국립한국문학관에 기증하신 뜻을 무겁게 새기겠다"며 "수장시설을 잘 갖춰 오래도록 후학들이 소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무라 교수가 지난해 11월 용재학술상 수상을 위해 한국을 찾았을 때 그를 만났던 문 관장은 "인사를 나눈 지 얼마 안돼 부고 소식이 들려와 큰 충격을 받았다"며 "당시 병세가 깊었는데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한국을 방문했다는 얘기를 뒤늦게 전해 듣고 한국문학에 대한 그의 사랑과 열정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오무라 교수의 자료는 일본 치바현 자택 서고의 모습을 기록하는 아카이브를 제작한 후에 국내로 이관할 예정이다. 국립한국문학관은 기증자료 전시 및 학술대회, 목록집 제작, 현판 제작 등 기증의 뜻을 알리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