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통화정책에 관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관심이 ‘추가 긴축 여부’에서 ‘현행 금리 유지기간’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금리 인하로 정책을 전환하기에는 물가상승률 등 제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판단을 Fed 내부에서 하고 있다는 얘기다.

○동결 유지기간 필요

"Fed 관심, 추가 긴축보다 高금리 지속기간"
Fed 고위직 출신인 한 인사는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향후 Fed가 가장 중점을 두게 될 정책적 측면은 기준금리를 ‘얼마나 더 올릴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랫동안 이 수준을 유지할 것인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화정책 입안자들로서는 현행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금융 조건을 강화할 여지가 여전히 많다”고 강조했다.

Fed는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리기 위해 작년 3월 제로 수준(연 0~0.25%)이던 기준금리를 10차례 연속해서 인상했다. 고강도 긴축으로 기준금리는 연 5.25~5.50%까지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물가 상승세가 안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Fed가 당분간 현행 금리 수준을 유지할 여력이 커졌다”면서도 “동시에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Fed의 목표치(2%)를 훨씬 웃돌고 있다는 점은 이들이 쉽게 피벗(Pivot: 금리 인하로 정책 전환)을 선택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했다.

최근 잇단 지표들을 보면 미국 물가는 Fed 인사들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근원(핵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0.2% 오르는 데 그쳤다. 월간 대비로는 2년여 만에 가장 작은 상승폭이다. 또 전날 발표된 미국 소비자의 단기(1년) 기대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3.5%로 나타났다. 2021년 4월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잭슨홀 주제 될 것”

Fed 관계자들의 최근 발언은 들쑥날쑥하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방은행 총재 등 일부 인사는 “당국이 금리를 당분간 현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9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뉴욕타임스(NYT)에 “기준금리가 정점에 꽤 근접했다”며 “문제는 일단 우리가 (최고 금리에 도달했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나면 통화정책을 제한적인 수준으로 얼마나 오래 유지해야 하는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르면 내년에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미셸 보먼 Fed 이사는 이달 초 캔자스은행협회 주관 행사에서 “물가상승률을 우리 목표치인 2%까지 낮추려면 더 많은 금리 인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선 대체로 다음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피벗 시점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3일 보고서에서 “Fed가 내년 6월 말 전까지는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이 경제학자 45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첫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25%가량은 “내년 1월”을 예측했다. 중앙값은 “내년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첫 인하를 시작하고 6월이면 기준금리가 연 4.75%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25~27일 캔자스시티연방은행 주최로 열리는 연례 잭슨홀 미팅에 쏠리고 있다. 팀 듀이 SGH매크로어드바이저 수석경제학자는 “잭슨홀 미팅에서 Fed 인사 간에 현 수준의 금리를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유지할지 의견 교환이 이뤄질 수 있다”며 “지금 (추가 긴축 여부) 논의는 잭슨홀 모임에서는 부차적인 주제가 되고, (금리 유지 기간에 관한) 다음 챕터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Fed의 7월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은 16일 나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