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Now
LG전자의 히트펌프가 적용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스마트코티지. 사진 제공 : LG전자
LG전자의 히트펌프가 적용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스마트코티지. 사진 제공 : LG전자
친환경 냉난방 공조 시장이 커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탄소를 덜 배출하는 냉난방 공조 시스템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은 기름과 가스를 사용하던 기존 난방 시스템을 전기로 돌릴 수 있는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2020년 2020억 달러(약 264조3170억원) 수준이던 전 세계 공조 시장은 2030년 3580억 달러(약 468조443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때까지 연평균 4.8%씩 성장한다는 계산이다. 공조(HVAC)란 냉난방뿐 아니라 환기, 제습, 청정까지 포함해 공기 질 전반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공조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이유는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환경규제에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연합(EU)은 그린딜 산업 계획을 발표하며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힘쓰고 있다. 각국 정부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냉난방 시스템 ‘히트펌프’에 많은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독일 슈피겔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에서 히트펌프를 설치할 때 주택 1채에 대한 최대 지원 금액은 2만1000유로(약 3066만원) 수준이다.

환경 규제로 뜨는 친환경 공조 시장


가전업체의 ‘캐시 카우’ 역할을 하던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는 점도 이유다. 이미 대부분 가정이 이런 가전제품을 구비하고 있고, 망가진 제품을 교체하려는 수요가 대부분이다 보니 가전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LG전자의 경우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을 맡는 H&A(홈어플라이언스 앤 에어솔루션) 사업본부의 올해 상반기 매출이 16조7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조380억원과 거의 차이가 없다. 가전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공조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공략하겠다는 것이 국내 기업의 그림이다.

LG전자, 미래 3대 축으로 지목

LG전자는 조주완 사장이 나서 공조를 주요 미래 사업 중 하나로 꼽았다. 조 사장은 지난 7월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전자의 대규모 사업구조(포트폴리오) 변화를 선언했는데, 그 핵심축 중 하나로 공조 사업을 포함한 기업 간 거래(B2B)를 지목했다. 전 세계 공조 시장의 37%를 차지하는 북미와 유럽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현지 연구개발(R&D), 생산 인프라, 영업 조직을 모두 강화해 ‘현지 완결형 체제’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조 사장은 “기름과 가스를 전기로 대체하기 위해 전기를 활용한 난방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LG전자는 가정용·상업용 에어컨에서 고효율 인버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인버터 기술은 모터와 컴프레서의 운동 속도를 바꿔 상황에 따라 꼭 필요한 만큼 제품을 작동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LG전자는 세탁기와 에어컨 등 ‘생활가전 명가’로 불리는 만큼 이 분야에 강점이 있다.

LG전자의 주력 제품은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히트펌프 냉난방 시스템 ‘써마브이’다.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보일러는 가스와 석유를 활용하는데, 히트펌프는 공기에서 얻는 열에너지를 활용해 냉온수를 만든다. 이 물로 냉난방에 쓰는 에어컨과 보일러 기능을 구현한다. 소량의 전기로 작동하기에 환경친화적이고 에너지 효율도 뛰어나다.

절전 기술을 총집합한 모듈러 주택에도 이 제품을 적용했다. 일명 ‘스마트 코티지’라 불리는 이 주택은 에너지 저장부터 냉난방공조, 가전 기술을 모두 융합한 세컨드 하우스용 모듈러 주택이다. 단순히 절전 가전으로 에너지를 아끼는 것뿐 아니라 집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관리하도록 설계했다. 스마트 코티지는 냉난방 시스템으로 ‘써마브이 모노블록’을 사용해 에너지를 절약한다.
삼성전자 히트펌프 'EHS' 제품이 주택에 설치된 모습.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삼성전자 히트펌프 'EHS' 제품이 주택에 설치된 모습.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삼성전자, 유럽 매출 2배로 껑충

삼성전자도 히트펌프를 사용한 냉난방 시스템 ‘EHS(Eco Heating System)’ 제품을 내놓았다. 지난해에는 유럽 시장에 EHS 신모델을 출시하며 매출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 1~11월 삼성전자가 유럽에서 판매한 EHS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인 118% 성장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신규 유통 경로를 확보하며 매출이 각각 30배와 10배로 늘어났다.
지난 3월 독일에서 공개한 EHS 모노 R290은 삼성 EHS 제품 중 처음으로 자연 냉매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 냉매는 오존층 파괴 지수가 0다. 지구온난화지수는 3으로 기존에 사용되던 냉매보다 훨씬 환경친화적이다. 이 제품은 기존 보일러를 대체해 냉난방은 물론 온수 공급까지 할 수 있다. 또 삼성 EHS 제품은 유럽 현지 시장에서 다양한 인증을 취득했다. EHS 모든 제품이 에너지 효율과 성능을 측정해 EHS 제품 품질을 보증하는 유럽의 ‘히트펌프 키마크’, 유럽 냉동공조산업협회에서 부여하는 성능 인증 ‘유로벤트’를 획득했다. ‘모노 HT 콰이엇’ 제품은 저소음 제품에 수여하는 ‘콰이어트 마크’도 받았다.

삼성이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와 EHS를 결합하면 에너지를 더 절약할 수 있다. 태양광 패널과 에너지저장장치를 설치하고, 삼성 가전을 서로 연결해주는 ‘스마트싱스 에너지’로 이들을 연동하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넷제로 홈(Net-zero Ho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한 에너지로 난방과 온수를 이용하고, 남은 전력은 에너지저장장치에 저장해 필요할 때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

이때 스마트싱스를 통해 태양광에너지가 얼마나 생산·사용되고 남는지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지난 6월부터는 시간대별 ‘탄소집약도’ 정보도 새롭게 제공하고 있다. 탄소집약도란 전력 1kWh를 소비할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다. 어느 시간대에 얼마나 탄소가 나오는지, 제품별로 얼마나 탄소를 내뿜는지 직접 보면서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미리 설정해둔 목표 사용량을 초과하면 가전 기기의 에너지를 절약해주는 ‘AI 절약 모드’도 지원한다.

최익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한 다양한 라인업으로 유럽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EHS가 인정받고 있다”며 “독일과 프랑스 등을 시작으로 보다 넓은 지역에서 판매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린 한국경제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