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리모델링 했다가 10년 늙어"...한샘, 참교육 나섰다 [안재광의 대기만성'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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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시장 활기 돌고 주택 거래도 늘어
가구 및 인테리어 시장도 반등 조짐
한샘 주가는 연중 신고가
가구 및 인테리어 시장도 반등 조짐
한샘 주가는 연중 신고가
요즘 아파트 청약 열기가 다시 달아 오르고 있어요. 지난달 청약을 받은 서울 용산의 호반써밋에디션 경쟁률이 무려 162대 1을 찍었고요, 서울 광진구 롯데캐슬이스트폴, 여기 분양가 예상보다 꽤 쎄게 나왔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98대 1이나 했어요. 물론 대전이나 인천, 부산에선 여전히 청약 미달이 나오고 있는데, 생각보단 나쁘지 않아요. 청약만 그런 게 아니죠. 주택 매매 거래가 전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올 1월만 해도 전국의 주택 거래량이 5만건 조금 넘었는데 5월, 6월 들어와선 각각 9만건 가까이로 확 뛰었습니다. 여기 집코노미 채널도 아닌데, 갑자기 왜 연봉 38억원의 전형진 님이 얘기할 부동산을 얘기하고 있으냐. 실은 이 회사 얘길 하려고 합니다. 주택 거래가 늘면 가장 주목해야 할 기업. 국내 가구, 인테리어 업계 1위 한샘 입니다. 한샘 실적이 얼마 전에 나왔는데요. 괜찮았습니다. 나쁘지 않았어요. 올 2분기, 그러니까 4월부터 6월까지 매출이 5100억원쯤 했어요. 이게 작년 1분기 이후 분기 기준 처음 5000억원을 넘긴 것이고요. 영업이익도 세 개 분기 만에 처음 흑자가 났어요. 덕분에 주가도 연중 최고가까지 올랐습니다.최근 한 달 상승률이 무려 27%. 주식시장에 배터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한샘도 안보이게 나름 선방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주가 차트를 조금만 늘려 볼게요. 뒤로, 더 뒤로 가다 보면. 아, 이게 뭡니까. 한샘이 원래 이런 주식이었어요. 지금 5만 얼마 한다고 대단하다고 했는데요. 원래 이 회사 주식은 2015년 8월 한때 35만원에 육박했습니다. 2013년 초에 만원대에 불과했던 게 2년 만에 스무 배 가까이 올랐죠. 에코프로가 올 들어 최대 14배 올라서 시장을 휩쓸었는데, 한샘도 에코프로에 전혀 뒤지지 않았습니다. 이게 당시 기사인데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주가수익비율(PER) 40~50배를 용인하고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에요. 근데, 이 회사가 어떻게 주가 5만원도 고맙고, 영업이익이 흑자만 나도 잘했다는 소릴 들을 정도로 후져졌느냐. 여러가지가 있는데, 우선 부동산 시장이 박살 난 게 컸죠. 한샘은 크게 세 가지가 사업이 있죠. 리하우스, 집 뜯어 고치는 사업이고요. 홈퍼니싱, 이건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 파는 것이고요. B2B, 건설사에 납품하는 모델입니다. 올 2분기 기준으로 이 세 사업들 매출이 고만고만 합니다. 큰 차이가 없어요. 한샘의 사업들 이란 게 건설 경기와 밀접하게 연결 되어 있죠. 사람들이 집을 사야 인테리어나 가구 수요가 늘잖아요. 전세나 월세 살면 인테리어 잘 안하죠. 벽지 정도 붙이는 수준이지. 화장실, 부엌 이런거 공사 안하잖아요. 사람들이 집을 얼마나 안샀냐 하면, 전국 주택 거래량이 2020년 202만건으로 피크를 찍고 지난해에 약 93만건. 반토막이 납니다. 다들 기억 하시죠. 2020년, 대한민국에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시기. 영끌해서 집 안 사면 나만 바보 될 것 같은 분위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이 때 0.5%였습니다. 시중금리도 2% 안팎 할 때였어요. 돈 빌려서 집 사는 게 전혀 무리가 안 될 때입니다. 그런데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결정적으로 금리가 작년부터 오르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집을 안 사요. 한샘에 엄청난 타격을 줬습니다. 이게 한샘 실적인데요, 매출은 나름 잘 방어 했는데, 이익이 팍팍 줄어서, 지난해 적자가 났어요. 영업손실이 216억원. 창사 이래 처음 적자입니다. 매출이 버티고 있는데도 이익이 확 줄었다는 건 한마디로 밑지고 팔았다. 근데, 여러분은 전혀 공감을 못하시죠. 한샘, 비싸던데 하실겁니다. 원가도 많이 올라서 그래요. 악재는 한번에 온다고. 코로나 때문에 온갖 게 다 올랐는데, 가구 원재료 값도 엄청 올랐어요. 한샘의 주요 원재료는 크게 파티클 보드, PB라고 하죠. 잘게 부순 나무 조각을 뭉쳐서 붙인 합판이요. 또 이거보다 조금 더 고급인 MDF. 이런 합판 가격이 엄청 올랐어요. PB는 2020년 8800원쯤 하던 게 지난해 1만2000원을 넘어갔고, MDF도 1만5000원에서 2만2000원으로 확 뛰었네요. 원재료는 이렇게 올랐는데, 물건이 안 팔려서 가격에 전가를 못했다. 이렇게 보면 나는 한샘 가구 싸게 산 게 없는 것 같은데 왜 회사가 돈을 못 버는 지 이해가 조금 가실 겁니다. 한샘 내부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었어요. 한샘은 원래 조창걸 회장이란 분이 1970년에 세운 회산데요. 이 분의 외아들이 2012년에 세상을 떠납니다. 조창걸 회장은 이때 이미 경영 일선에선 물러나 있었는데, 2021년에 아예 회사를 매물로 내놓게 됩니다. 따님이 세 분이나 있는데, 승계를 하지 않는 쪽으로 정리를 했어요. 이 회사 누가 인수했냐. 사모펀드 IMM이란 곳이 샀습니다. 인수 가격이 1조4000억원 조금 넘었는데, 더 중요한 게 주당 인수가격. 한 주에 무려 22만1000원이나 했습니다. 당시 주가가 10만원을 조금 넘었으니까, 경영권 프리미엄을 무려 두 배나 주고 산거죠. IMM이 과연 뭘 봤길래, 이런 프리미엄 주고 샀을까. 우선 한국의 인테리어 시장, 크게 될 것 같다고 생각을 한 같아요. IMM은 한샘 말고도 오늘의집으로 알려진 버킷플레이스란 회사에 투자를 일찍부터 했는데요. 인테리어 조금만 관심 있는 분이라면 오늘의집 잘 아시죠. 여기 들어가면 인테리어 예쁘게 한 집 사진, 글이 엄청 많아요. 인스타그램이 일상의 예쁜 장면 모음집이라면, 오늘의집은 예쁜 집 모음집 같은 거에요. 그런데 예쁜 인테리어 제품에 다 링크가 있어서, 누르면 바로 구매로 연결이 되죠. 이게 오늘의집이 돈 버는 방식이에요. 이 회사 가치가 얼마 전 나왔는데, 무려 2조원으로 평가가 됐어요. 투자사들이 돈 넣을 때 기업 평가를 하는데, 이 때 기준으로 그랬습니다. 한샘 시가총액이 요즘 1조3000억원 안팎 하는데, 이미 한샘을 따라 잡았어요. 스타트업이라 아직은 이익이 안 나고 있는데, 성장세는 매우 가파릅니다. 작년 매출이 약 1800억원. 전년 대비 60%나 증가한 겁니다. IMM이 오늘의집 보면서 뭘 생각했을까요. 한샘 인테리어 사업은 무조건 된다, 이런 확신을 가진듯 합니다. 그래서 인수하고 우선적으로 키우려고 했던 게 바로 리하우스, 인테리어 사업이었어요. 침대, 식탁 이런거 팔아서 언제 돈 버냐. 우리는 인테리어 쪽으로 간다. 인테리어가 큰 돈은 맞아요. 인테리어 한 번 하면 기본 수 천만원, 요즘은 1억원 넘게 들여서 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1억원 짜리 딱 1만개만 하면 1조원입니다.
IMM 생각에 한국의 리모델링 시장은 속된말로 개판이다. 리모델링 보통 어떻게 하나요. 동네 인테리어 가게 들어가서 사장님한테 견적 뽑아보고, 맘에 들면 공사 날짜 잡아서 하죠. 근데, 그 인테리어 사장님이 공사 직접 하는 건 아니죠. 사장님은 돈만 받고 철거, 타일, 목공, 전기, 도배 등등 다 하도급 계약 맺어서 하죠. 그래서 정가란 게 당연히 없습니다. 대충 5000만원 하면, 5000만원 되는 것이고. 사장님 기분 좀 좋아서 4500에 해줄게 하면, 4500에도 합니다.
계약서도 이 집 다르고 저 집 다르고. 또 공사 날림으로 하다가 분쟁도 많이 생겨요. 나중에 고쳐달라고 하면 나몰라라 내빼고. 이건 한샘 대리점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어요. 사실 이름만 한샘 대리점이지, 공사는 동네 사장님이 고용한 기사 분들이 많이들 하시잖아요. IMM이 한샘 인수한 뒤에는 이거 전부 뜯어 고치겠다. 우선 대리점은 손님들이 오면 영업만 하세요. 계약서 쓸 땐 표준 계약서라고 통일 된 양식으로 쓰고, 가격도 다 투명하게 통일시키고, 공사할 땐 한샘이 직접 고용한 시공팀이 가서 해주고. 나중에 잘 못 되면 한샘이 책임지고 고쳐준다. 이런 콘셉트였어요. 아, 이거 정말 소비자들이 원하던 것이죠. 박수 받을 일이에요. 잘 만 되면요. 근데, 대리점 사장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고요. 이 사장님들이 원하는 것이 이런 것일까. 이 분들이 원하는 건 소비자 만족도 중요하지만, 당장 돈 벌어야죠. 자영업인데. 한샘 본사 말처럼 인테리어 시공 과정을 투명하게 해서 소비자가 만족하고, 손님이 늘면 물론 돈 벌겠죠.
근데, 그럴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한샘이 정말 괜찮구나 하고 사람들의 인식이 전환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럴 새도 없이 아까 얘기한대로 부동산 거품이 꺼져서 사람들이 집을 잘 안사게 되니까, 이 대리점 사장님들이 손 빨게 된겁니다. 여기다 그동안 챙겼던 시공 마진까지 없어져서, 이럴거면 나 안 해 하고 이탈하고 있어요. 한샘의 대리점 수는 작년 4분기 917곳에 달했는데, 올 2분기 기준으로 794곳으로 크게 감소했어요. 이거 왜 감소했겠습니까. 한샘 대리점 돈 안 된다. 그냥 혼자 하고 만다. IMM도 이렇게 해선 답이 없겠다 싶어서, 자기들이 직접 영업을 하기로 합니다. 올 3월에 인테리어 모바일 앱을 내놨는데요, 여기 들어가면 전국 웬만한 아파트 단지 단면도 다 나오고, 리모델링 어떻게 할 지 제안도 해주고, 나중에 바뀐 후에 모습까지도 보여줘요. 이거 원래 한샘 대리점에서 해주던 것인데, 휴대폰으로 잘 구현하려고 돈으로 발랐어요. 요즘 이런 앱 개발하는 엔지니어 몸값이 엄청나거든요. 이렇게 바꿔 나가면 궁극적으로 대리점 사장님들에 의존하지 않고, 중간에 수수료도 안 주고 좋긴 할텐데. 이것도 역시 시간이 필요하죠. 사람들이 익숙해 지려면. 이래저래 시간은 더 필요한데, 회사는 당장 장사가 안 돼서 적자가 나고 있고, 돈 들어갈 곳은 많고. 부동산 경기 살아 나라고 물 떠놓고 빌 수도 없고. 우선은 견뎌야 하니까 본사 건물까지 매물로 내놓고 버티고 있는데요. 그래도 안 됐는지, 아예 경영진 까지 갈아버리죠.
얼마 전에 1981년생인 김유진 대표가 새로 취임했는데요, 이 분이 직전에 미샤로 유명한 에이블씨엔씨란 화장품 회사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적자 회사를 흑자로 돌려놓은 성과라고 할까, 전력이라고 할까. 아무튼 그런 특기가 있는 분 입니다. "한샘에선 사람 안 자르겠다" 하고 오자마자 취임사를 했는데, 이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구조조정을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죠. 이렇게 버티기 모드인 상황에서 주택 거래량이 늘어나니까, 한샘 입장에선 '죽으란 법은 없구나' 하고 반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이 들어요. 우선, 부동산 시장이 정말로 살아날 것인가. 과거처럼 확 살아 나기 위해선 조건이 있죠. 금리부터 떨어져야 해요. 집 살 때 대출 안 받고 사는 사람 드물잖아요. 이 금리가 요즘 연 7%도 넘어요. 참고로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 아파트 전부 줄을 죽 세워서 가운데 있는 것을 뽑으면 10억원쯤 합니다. 10억원 짜리 아파트를 5억원 내돈, 5억원 은행 대출로 산다고 가정해볼게요. 5억원 대출에 금리 7%면, 연간 3500만원이 이자에요. 한 달에 이자만으로 290만원씩 내야 한다는 얘깁니다. 불과 2년 전 100만원 조금 넘던 게 이렇게나 많아졌어요. 영끌로 집 사면 정말 쪽팔 찰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금리, 앞으로 내려갈 것 같냐. 대출 금리 내려가려면 기준 금리가 내려야 하는데, 한국의 기준금리는 사실상 미국이 정하죠. 미국 올리면 우리도 올리고, 내리면 같이 내립니다. 그런데, 미국이 내릴 기미가 없습니다. 미국 금리 결정하는 Fed 위원들이 최소한 올해는 절대 안 내린다고 호언장잠 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주택 시장의 호황은 아직 멀었다는 의미입니다. 또 하나는 설령 주택 거래량이 확 증가한다 해도, 사람들이 한샘에서 인테리어 하고 가구를 살까. 인테리어, 가구 업계 전반이 한샘 처럼 안 좋긴 했는데요. 그럼에도 잘 버틴 회사가 있죠. 바로 이케아. 이케아코리아의 2021년 9월부터 2022년 8월까지 매출. 여긴 유럽 회사라 회계연도를 12월로 끊지 않고 8월로 끊습니다. 이 기간 매출이 6200억원. 줄긴 했는데, 아주 조금 줄었죠. 영업이익도 210억원으로 줄긴 했는데 이것도 조금 줄었어요. 한샘 처럼 적자나고 그러진 않았어요. 한샘이 종합 인테리어 회사로 바뀐다고 바뀌고는 있는데, 사람들이 좋게 봐 줄 것인가 하는 건 또 다른 문제 같아요. 한샘이 그동안 워낙 민원도 많고, 안 좋은 인식이 있어서. 이거 바꾸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왕이면 이케아보다는 한국 회사인 한샘이 더 잘 되길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IMM은 한샘 주가가 떨어지니까 올 3월에 물타기를 한번 했어요. 기존에 지분 27.7%를 들고 있었는데, 추가로 7.7%를 더 샀어요. 이 때 산 가격이 주당 5만5000원. 물타기 해서 평균 매입 단가가 기존 22만 넘던 게 14만6000원 쯤으로 확 떨어졌어요. 사모펀드니까 나중에 어차피 팔아야 합니다. 그냥 똔똔에 판다 해도 주당 15만원은 해야죠. 근데 이건 사실상 손해니까 20만원은 최소 받아내야 하고. 경영권 프리미엄 감안하면 주가가 못해도 15만원 까진 올라줘야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한샘 최대주주인 IMM과 소액주주들은 주가 오르길 바라면서 한 배를 타고 있는 겁니다. 아, 물론 IMM이 장난질 소액주주들 화나게 한 적이 있습니다. 7.7% 물타기 할 때 자사주도 여기에 포함됐거든요. 이 자사주 전에 회사가 엄청 비싸게 사둔 것을 5만5000원에 풀어서 지금 주주들이 상당히 화나 있어요. 주가 떨어진 것도 열받는데, IMM이 자사주 소각은 못 할 망정, 이걸 지들이 꿀꺽해? 하고요. 지금도 한샘에는 무려 지분으로 치면 29%에 해당하는 자사주가 있습니다. 이거 싹 다 소각하면 진정한 한 배를 타는 것이니까, 잘 검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한국 인테리어 시장 개혁에 나선 한샘, 사람들의 사랑받는 회사로 거듭날 지 눈여겨보겠어.
안재광 기자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