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만큼 내실 갖춰야"…투자유치 희비 가르는 '흑자 성적표'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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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혹한기 스타트업 생존법
마리트·리멤버 "월간 흑자 전환"
에이블리 "손익분기점 넘어"
라포랩스 등 신생업체도 흑자 홍보
점점 더 깐깐해지는 VC 투자 심사
후속투자 받기 위해 수익성 증명
인건비 감축 등 고육책도 동원
마리트·리멤버 "월간 흑자 전환"
에이블리 "손익분기점 넘어"
라포랩스 등 신생업체도 흑자 홍보
점점 더 깐깐해지는 VC 투자 심사
후속투자 받기 위해 수익성 증명
인건비 감축 등 고육책도 동원
“올해 2분기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섰다”(스토어링크) “첫 월간 흑자 전환 성공”(마이리얼트립) “올 상반기 전체가 흑자”(탈잉)….
벤처 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매출 성장 못지않게 영업이익을 내는 데 초점을 맞추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외형을 키우고, 시장 영향력을 확대한 뒤 흑자를 내는 기존의 스타트업 ‘성장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아서다.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받으려면 수익성을 증명해내야 한다는 압박도 커졌다. 업력이 비교적 짧은 스타트업마저 ‘BEP 맞추기’에 주력하는 이유다. 업력 10년 차 안팎인 스타트업 역시 후속 투자와 기업공개(IPO) 등을 위해서는 단순한 성장을 넘어 내실을 갖춰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10년 차 안팎의 스타트업도 이젠 ‘내공’을 드러내 보여야 한다는 압박이 커진 이유다. 최근 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은 “지난 7월 처음으로 월간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명함 앱 ‘리멤버’를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 역시 지난달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채용 솔루션의 매출 성장이 두드러진 가운데 광고와 리서치 솔루션 부문도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며 “영업이익이 갈수록 불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세금 신고·환급 도움 서비스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는 최근 상장을 추진하면서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올 상반기 매출 39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0% 이상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에 TV 광고 등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어 적자를 냈지만, 올 상반기에는 매출 급증과 수익성 개선 노력 등으로 다시 흑자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반열에 올라선 스타트업도 성장 못지않게 내실을 중시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는 올 상반기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7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냈으나 올해 3월 월간 손익분기점을 달성한 데 이어 꾸준히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는 “비용 축소로 만든 단기적 성과가 아니라 거래액과 매출 성장을 동반한 지속 가능한 흑자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능 공유 플랫폼 탈잉은 최근 “올해 6월 영업이익이 1억원을 돌파하며 창사 이후 최대 성과를 냈다”며 “올해 상반기 전체로 흑자”라고 밝혔다. 2016년 설립된 탈잉은 지난해 11월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 여성 쇼핑 플랫폼 브랜디 역시 “지난 6월에 올 상반기 첫 월간 흑자를 기록했다”며 “수익성 개선에 대한 조기 성과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브랜디는 지난해 7월 67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도전하며 차세대 유니콘 기업으로 지목받았다. 하지만 이후 목표액을 채우지 못했고, 올 상반기에도 자금난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과 동남아지역 지역에서 큰 성공을 거둔 뷰티·소비재 브랜드 육성 스타트업 크레이버는 올 2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3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약 10억원의 월간 순이익을 기록했다. 토스뱅크는 최근 여덟 번째 유상증자에 나서기도 했다.
각종 규제, 전문직 단체와의 싸움 등에 경영난을 겪는 스타트업들은 고민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관련 스타트업이 꼽힌다. P2P업계는 법 해석이 갈리며 현재 기관투자가 모집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개인 투자 중개만으로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어 대부분 업체가 적자를 겪고 있다. 한 P2P 스타트업 임원은 “올해 투자 유치 계획이 있었지만 수익성 문제로 불발됐다”며 “다른 업체들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전문직 단체와 갈등을 겪고 있는 리걸테크(법률기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법률 플랫폼 로톡은 2021년 변호사 회원 수가 4000명에 육박하며 흑자 전환에 다가섰지만, 현재 가입 변호사가 반토막 나며 경영난이 깊어지고 있다.
강래경 브릿지파트너스 대표회계사는 “흑자 전환이 어려운 스타트업은 인건비 관리에 신경 쓰며 경기 여파를 버텨야 한다”며 “연구개발비 일부를 재무제표상 자산으로 인정받으려는 시도 등을 통해 체력을 확보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안정락/이시은 기자 jran@hankyung.com
벤처 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매출 성장 못지않게 영업이익을 내는 데 초점을 맞추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외형을 키우고, 시장 영향력을 확대한 뒤 흑자를 내는 기존의 스타트업 ‘성장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아서다.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받으려면 수익성을 증명해내야 한다는 압박도 커졌다. 업력이 비교적 짧은 스타트업마저 ‘BEP 맞추기’에 주력하는 이유다. 업력 10년 차 안팎인 스타트업 역시 후속 투자와 기업공개(IPO) 등을 위해서는 단순한 성장을 넘어 내실을 갖춰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젠 내공 증명할 시간”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내 벤처업계는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벤처투자액은 7조6442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상황은 급반전했다. 올 상반기 벤처투자액은 4조44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쪼그라들었다. 투자 혹한기를 맞으며 최근 1년간 폐업과 구조조정 등으로 쓰러진 업체도 적지 않다. 갈수록 VC들은 투자에 신중해졌고, 스타트업 업계를 바라보는 자본시장의 경계심은 커졌다.10년 차 안팎의 스타트업도 이젠 ‘내공’을 드러내 보여야 한다는 압박이 커진 이유다. 최근 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은 “지난 7월 처음으로 월간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명함 앱 ‘리멤버’를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 역시 지난달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채용 솔루션의 매출 성장이 두드러진 가운데 광고와 리서치 솔루션 부문도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며 “영업이익이 갈수록 불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세금 신고·환급 도움 서비스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는 최근 상장을 추진하면서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올 상반기 매출 39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0% 이상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에 TV 광고 등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어 적자를 냈지만, 올 상반기에는 매출 급증과 수익성 개선 노력 등으로 다시 흑자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반열에 올라선 스타트업도 성장 못지않게 내실을 중시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는 올 상반기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7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냈으나 올해 3월 월간 손익분기점을 달성한 데 이어 꾸준히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는 “비용 축소로 만든 단기적 성과가 아니라 거래액과 매출 성장을 동반한 지속 가능한 흑자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 스타트업도 흑자 홍보에 ‘올인’
투자자의 시선은 업력 4~10년 차 스타트업에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투자 심사역들이 자금 집행을 꺼리는 가운데 구조조정 등으로 시장에 부정적 신호를 알렸던 스타트업들이 사활을 걸고 수익성 증명에 나서고 있다.재능 공유 플랫폼 탈잉은 최근 “올해 6월 영업이익이 1억원을 돌파하며 창사 이후 최대 성과를 냈다”며 “올해 상반기 전체로 흑자”라고 밝혔다. 2016년 설립된 탈잉은 지난해 11월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 여성 쇼핑 플랫폼 브랜디 역시 “지난 6월에 올 상반기 첫 월간 흑자를 기록했다”며 “수익성 개선에 대한 조기 성과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브랜디는 지난해 7월 67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도전하며 차세대 유니콘 기업으로 지목받았다. 하지만 이후 목표액을 채우지 못했고, 올 상반기에도 자금난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과 동남아지역 지역에서 큰 성공을 거둔 뷰티·소비재 브랜드 육성 스타트업 크레이버는 올 2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3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약 10억원의 월간 순이익을 기록했다. 토스뱅크는 최근 여덟 번째 유상증자에 나서기도 했다.
초기 기업마저 어깨 무거워져
투자사의 실적 개선 요구는 업력 4년 차 미만 초기 단계 스타트업까지 향하고 있다. 상반기에 흑자 전환을 알린 스타트업 가운데 스토어링크, 라포랩스 등은 설립 4년도 안 된 업체다. 회사 설립 2년 차를 맞은 한 스타트업 대표는 “초기 기업을 함께 키워야 할 액셀러레이터(AC)에도 흑자를 내면 지원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각종 규제, 전문직 단체와의 싸움 등에 경영난을 겪는 스타트업들은 고민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관련 스타트업이 꼽힌다. P2P업계는 법 해석이 갈리며 현재 기관투자가 모집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개인 투자 중개만으로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어 대부분 업체가 적자를 겪고 있다. 한 P2P 스타트업 임원은 “올해 투자 유치 계획이 있었지만 수익성 문제로 불발됐다”며 “다른 업체들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전문직 단체와 갈등을 겪고 있는 리걸테크(법률기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법률 플랫폼 로톡은 2021년 변호사 회원 수가 4000명에 육박하며 흑자 전환에 다가섰지만, 현재 가입 변호사가 반토막 나며 경영난이 깊어지고 있다.
강래경 브릿지파트너스 대표회계사는 “흑자 전환이 어려운 스타트업은 인건비 관리에 신경 쓰며 경기 여파를 버텨야 한다”며 “연구개발비 일부를 재무제표상 자산으로 인정받으려는 시도 등을 통해 체력을 확보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안정락/이시은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