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기업 인터뷰]이상민 빌리크루 대표 "리스크 낮은 매출채권으로 연 15% 이상 수익"
대형 카드사나 PG사가 도산하지 않는 이상 투자 원리금이 보장된다. 돈을 묶어놓을 필요 없이 일주일 이내의 초단기 투자도 할 수 있다. 수익률이 연 환산 10%대다. 토큰증권(ST) 기업 빌리크루가 준비하고 있는 ST에 대한 설명이다. 빌리크루는 소상공인 등의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ST 발행을 준비중이다. 투자자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모델이다.

이상민 빌리크루 대표(사진)는 "소비자가 온·오프라인 상점에서 카드로 결제를 하면 이 금액이 카드사와 전자결제대행(PG)사를 거쳐 사업주의 계좌에 입금되기까지 짧게는 3일, 길게는 60일이 걸린다"며 "빌리크루는 이 매출채권을 담보로 사업주에게 돈을 먼저 입금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프라인 상점은 빌리크루를 이용하면 보통 이틀 정도 돈을 일찍 받게 되는데, 이때 빌리크루가 부과하는 수수료는 0.1~0.2%로 연 환산 시 15~23%에 달한다"며 "사업주는 돈을 일찍 융통함으로써 그보다 훨씬 큰 금액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빌리크루를 이용할 만한 유인이 있다"고 했다.

사업주가 돈을 일찍 정산 받으면 그보다 큰 금액을 아낄 수 있게 되는 이유는 뭘까. 이 대표는 식당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식당 사업주가 도매업자에게 식자재를 사면서 즉시 현금 결제를 해주면 도매업자가 적잖은 금액을 할인해 주는 게 보통"이라며 "주류는 10% 이상 할인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상공인이 직접 대출을 받아서 이 돈을 댈 수도 있지만 매번 그러기 번거롭고, 창업 비용 때문에 대출 한도가 남아있지 않은 사람도 많다"며 "이런 점주는 빌리크루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빌리크루는 이미 금융기관(저축은행 등)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이 사업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빌리크루를 창업했고, 벌써 흑자 전환도 했다. 빌리크루가 최근까지 매입한 매출채권은 약 3300억원어치에 달한다. 사업주가 평소 사용하는 포스단말기를 통해 빌리크루에서 자금을 끌어올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놨는데, 이 포스단말기가 있는 사업장은 최근 5700곳으로 늘었다.

지금까지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한 금융기관에게 연 환산 10.33%의 수익률을 돌려줬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ST 발행을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자금을 받을 수 있게 되면 조달 금리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소상공인 등에게 더 매력적인 수수료로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다"며 "개인 투자자에게 좋은 수익률의 금융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빌리크루가 카드사나 PG사에서 매입한 매출채권을 신탁하는 절차도 거칠 것"이라고 했다.

매출채권이 배서(권리 양도)를 통해 소상공인에게서 빌리크루로 넘어오면 카드사·PG사가 추후 정산 대금을 빌리크루 계좌로 바로 입금해 준다. 소상공인의 계좌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이 매출채권의 신용도는 소상공인이 아닌 카드사·PG사와만 관련 있다. 카드사·PG사는 대기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 매출채권의 신용도는 높은 편이다.

이 대표는 유진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코스콤에서 일한 적이 있다. 빌리크루를 창업하기 전에는 한국어음중개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약 5년간 일했다. 빌리크루에서 아직 기관투자는 유치한 적이 없고, 현재 5억~10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논의중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