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와 초록 잔디가 만든 비경…넋놓고 보다 타수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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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시그니처 홀' 2023
(8) 골프존카운티 감포
16번홀 (인코스 7번홀·파3)
국내 유일 모든 홀 '바다 뷰'
깎아지른 해안절벽 위 지어져
바다 바로 옆에서 샷 하는 기분
접근성에 가성비까지 갖춰
부산·포항·울산서 1시간 거리
저렴한 그린피…주말 16만원
맞바람·영상 촬영에 '부담백배'
해풍 강해 1~2클럽 길게 잡아야
골프존카운티 '에어모션'으로
스윙 찍고 분석해 휴대폰 전송
(8) 골프존카운티 감포
16번홀 (인코스 7번홀·파3)
국내 유일 모든 홀 '바다 뷰'
깎아지른 해안절벽 위 지어져
바다 바로 옆에서 샷 하는 기분
접근성에 가성비까지 갖춰
부산·포항·울산서 1시간 거리
저렴한 그린피…주말 16만원
맞바람·영상 촬영에 '부담백배'
해풍 강해 1~2클럽 길게 잡아야
골프존카운티 '에어모션'으로
스윙 찍고 분석해 휴대폰 전송
다른 모든 걸 접어두고 풍광 하나만으로 국내 골프장 순위를 매긴다면, 골프존카운티 감포는 최상위권에 랭크될 게 분명하다. 18홀 내내 바다를 볼 수 있는 국내에서 하나밖에 없는 골프장이어서다.
기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이 골프장을 다룬 블로그마다 어김없이 ‘뷰(view) 맛집’이란 말이 있는 걸 보면 골프장을 18개나 거느린 골프존카운티도 “뷰가 제일 좋은 곳은 감포”라고 공식 홈페이지에 써놨을 정도다.
직접 만난 골프존카운티 감포는 듣던 그대로였다. 푸른 동해와 초록빛 잔디의 합작품을 곁눈질하느라 타수도 잃고, 시간도 잃었다. 이제 막 채를 휘두르기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16번홀(파3·인코스 7번홀)이란다.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 골프장의 시그니처 홀이다.
경치만큼이나 교통도 좋다. 부산 울산 포항 등 영남지역 주요 도시에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인기 비결이 있다. 저렴한 그린피다. 8월 기준 주중 12만원, 주말 16만원이다. 국내 유명 해안가 골프장들의 8월 그린피가 30만원에 달하는 걸 감안하면 절반 수준이다.
골프 대중화를 위해 ‘거품 빼기’에 나선 골프존 경영 방침의 결과물이다. 클럽하우스 음식료도 주변보다 저렴한 편이다. 대략 1만5000원이면 미역국, 육개장으로 아침을 해결할 수 있다. ‘가성비 좋은 골프장’이란 소문은 수도권에도 닿았다. 왕복 기차값을 포함해도 ‘오션 뷰 골프장’치곤 저렴하다 보니 손님의 20%는 언제나 수도권 사람이다.
골프존카운티 감포는 코로나19 덕분에 ‘깜짝 인기’를 얻은 여느 골프장과 다르다. 2004년 문을 열 때부터 북적였다. ‘천년고도’ 경주의 끝자락에 골프장을 세운 건 다름 아닌 지방정부였다. 경상북도와 경북문화관광공사, 구미개발이 감포해양관광단지 개발을 추진하면서 이 골프장을 ‘얼굴’로 내세웠다. 하지만 동대구역에 메리어트호텔을 짓느라 돈이 필요했던 구미개발은 2019년 골프존에 이 골프장을 넘겼다.
티잉 에어리어에 올라서자 바람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골프존이 개발한 스윙 영상 촬영 서비스인 ‘에어모션’이다. 티잉 에어리어를 둘러싼 카메라들이 골퍼의 스윙을 촬영해 다섯 가지 샷 데이터(클럽 헤드 속도, 공 속도, 구질, 볼 최고 높이, 비행 거리)를 건넨다. 공이 날아가는 길도 영상으로 보여준다.
맞바람에 영상까지 신경 쓰다 보니 스윙이 엉겼다. 열려 맞은 공은 핀보다 한참 앞, 그린 입구에 힘없이 떨어졌다. 캐디는 “에어모션을 설치한 다음 잘 치는 사람이 확 줄었다”며 “멋진 스윙을 영상으로 남기겠다는 생각에 오히려 샷이 꼬이는 것 같다”고 했다. 퍼트로 저 멀리 있는 핀 근처에 공을 보내는 건 프로나 할 수 있는 일. 3퍼트, 보기.
골프장 난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대부분 홀이 일자로 뻗은 데다 경사도 완만한 편이다. 화이트 티 기준으로 전장 5866m(블루티 6257m·레드 티 4911m)로 길지도 않다. 벙커도 깊지 않다.
설계는 일본의 골프장 설계자인 미노우 요시아키가 맡았다. 잔디는 다른 골프장처럼 페어웨이와 러프는 중지, 그린은 벤트 그래스, 티잉 에어리어는 켄터키 블루그래스를 심었다. 근처에 통일신라 유적건조물인 이견대(利見臺)와 3층 석탑으로 유명한 감은사지(感恩寺址)가 있다. 오전 티오프라면 시간을 내 들러볼 만하다.
경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기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이 골프장을 다룬 블로그마다 어김없이 ‘뷰(view) 맛집’이란 말이 있는 걸 보면 골프장을 18개나 거느린 골프존카운티도 “뷰가 제일 좋은 곳은 감포”라고 공식 홈페이지에 써놨을 정도다.
직접 만난 골프존카운티 감포는 듣던 그대로였다. 푸른 동해와 초록빛 잔디의 합작품을 곁눈질하느라 타수도 잃고, 시간도 잃었다. 이제 막 채를 휘두르기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16번홀(파3·인코스 7번홀)이란다.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 골프장의 시그니처 홀이다.
○영남지역 최고 인기 골프장
따지고 보면 골프존카운티 감포는 해안선을 따라 바다와 맞붙은 곳에 지은 골프장은 아니다. 연안관리법에 따라 해안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건립했지만 골퍼들은 바다 바로 옆에서 샷을 날리는 착각에 빠진다. 바닷물에 땅이 깎이면서 생긴 해안절벽 위에 지은 덕분에 골프장과 바다 사이에 시야를 방해하는 게 없어서다.경치만큼이나 교통도 좋다. 부산 울산 포항 등 영남지역 주요 도시에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인기 비결이 있다. 저렴한 그린피다. 8월 기준 주중 12만원, 주말 16만원이다. 국내 유명 해안가 골프장들의 8월 그린피가 30만원에 달하는 걸 감안하면 절반 수준이다.
골프 대중화를 위해 ‘거품 빼기’에 나선 골프존 경영 방침의 결과물이다. 클럽하우스 음식료도 주변보다 저렴한 편이다. 대략 1만5000원이면 미역국, 육개장으로 아침을 해결할 수 있다. ‘가성비 좋은 골프장’이란 소문은 수도권에도 닿았다. 왕복 기차값을 포함해도 ‘오션 뷰 골프장’치곤 저렴하다 보니 손님의 20%는 언제나 수도권 사람이다.
골프존카운티 감포는 코로나19 덕분에 ‘깜짝 인기’를 얻은 여느 골프장과 다르다. 2004년 문을 열 때부터 북적였다. ‘천년고도’ 경주의 끝자락에 골프장을 세운 건 다름 아닌 지방정부였다. 경상북도와 경북문화관광공사, 구미개발이 감포해양관광단지 개발을 추진하면서 이 골프장을 ‘얼굴’로 내세웠다. 하지만 동대구역에 메리어트호텔을 짓느라 돈이 필요했던 구미개발은 2019년 골프존에 이 골프장을 넘겼다.
○맞바람에 한 클럽 길게 잡아야
16번홀은 동해가 가장 잘 보이는 홀이다. 다시 말하면 ‘시야가 뻥 뚫렸다’는 의미이자 ‘바닷바람을 고스란히 맞아야 한다’는 뜻이다. 두 개의 그린 중 이날은 오른쪽 그린에 깃대가 꽂혔다. 화이트 티에 서자 캐디는 바람 얘기만 했다. “거리는 130m(블루 티 150m·레드 티 110m)인데, 맞바람을 감안해 한 클럽 크게 잡는 게 좋아요. 탄도가 높은 편이면 두 클럽도 괜찮습니다.”티잉 에어리어에 올라서자 바람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골프존이 개발한 스윙 영상 촬영 서비스인 ‘에어모션’이다. 티잉 에어리어를 둘러싼 카메라들이 골퍼의 스윙을 촬영해 다섯 가지 샷 데이터(클럽 헤드 속도, 공 속도, 구질, 볼 최고 높이, 비행 거리)를 건넨다. 공이 날아가는 길도 영상으로 보여준다.
맞바람에 영상까지 신경 쓰다 보니 스윙이 엉겼다. 열려 맞은 공은 핀보다 한참 앞, 그린 입구에 힘없이 떨어졌다. 캐디는 “에어모션을 설치한 다음 잘 치는 사람이 확 줄었다”며 “멋진 스윙을 영상으로 남기겠다는 생각에 오히려 샷이 꼬이는 것 같다”고 했다. 퍼트로 저 멀리 있는 핀 근처에 공을 보내는 건 프로나 할 수 있는 일. 3퍼트, 보기.
골프장 난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대부분 홀이 일자로 뻗은 데다 경사도 완만한 편이다. 화이트 티 기준으로 전장 5866m(블루티 6257m·레드 티 4911m)로 길지도 않다. 벙커도 깊지 않다.
설계는 일본의 골프장 설계자인 미노우 요시아키가 맡았다. 잔디는 다른 골프장처럼 페어웨이와 러프는 중지, 그린은 벤트 그래스, 티잉 에어리어는 켄터키 블루그래스를 심었다. 근처에 통일신라 유적건조물인 이견대(利見臺)와 3층 석탑으로 유명한 감은사지(感恩寺址)가 있다. 오전 티오프라면 시간을 내 들러볼 만하다.
경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