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에든버러] 인생에 한번쯤, 8월 스코틀랜드에 가야할 이유
꿈 같은 여름 휴가지를 고민하는 공연 마니아라면, 인생에 한번쯤 에든버러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보시라.

영국 런던에서 북쪽으로 네 시간 남짓 기차를 타고 달리면 영국 안 또 다른 나라, 스코틀랜드에 다다른다. 수도 에든버러는 인구가 50여만명에 불과하지만 매년 8월이면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몰려 도시 전체가 들썩인다. 세계 최대 공연 축제인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EIF) 기간 동안, 발 닿는 모든 곳은 극장이 되고 눈길 닿는 모든 곳엔 꿈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EIF의 출발은 ‘치유’였다. 제2차 세계대전(1939~1945년)이 휩쓸고 간 직후 시민들의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있던 그때. 영국 정부와 에든버러 시는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건 음악을 비롯한 공연이라고 생각했다. 영국 서섹스주의 글라인드번 오페라단의 단장이었던 루돌프 빙이 첫 예술감독을 맡아 축제를 준비했다.

1년여의 준비를 거친 1947년 8월, 최초의 EIF가 열렸다. 총 8개의 공연팀이 참가한 다소 소박한 규모였다. 당시 브루노 발터가 지휘한 빈 필하모닉이 어셔 홀에서 공연했는데, 이들의 음악은 전쟁의 아픔을 위로하고 시민들에게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듬해 축제에선 16세기 스코틀랜드의 시인이자 문장가인 데이비드 린지 경의 ‘3대 계급의 풍자’를 각색한 공연이 크게 흥행했다. 1950년부터 영국군 군악대도 축제에 참가하면서 축제는 점차 영국과 유럽을 넘어 전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에든버러는 매년 8월 3주간 도시 전체가 ‘개막 중’이다. 올해로 76회를 맞은 EIF엔 전세계 48개국에서 2000여명의 아티스트가 방문해 총 295개의 공연을 선보인다. 클래식 음악부터 오페라, 연극, 무용 등 다양한 장르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엄선된 공연들이 어셔 홀과 페스티벌 극장, 에든버러 극장, 퀸스 홀 등의 스케쥴표를 하루 종일 채운다.

여기에 EIF에 초청받지 못한 아티스트들이 거리를 비롯한 소극장에서 3000개 넘는 공연을 선보이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군악대 공연이 독립한 ‘에든버러 밀리터리 타투’ 등이 같은 기간 열린다. 에든버러=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